뜰에 섰다. 차갑지 않은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가슴을 활짝 편다. 손바닥만한 뜰을 왔다갔다 거니는 맛이 제법 좋다. 달빛에 어린 내 그림자가 몸에 바짝 붙었다.

모월당慕月堂 지붕을 넘어온 달빛이 뜰에 가득하다. 밤이 깊어 달빛이 모월당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야 달을 품고자 애쓰는 속내를 비로소 짐작할 수 있으리라.

밤이 길어서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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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넘어짐에 대하여

나는 넘어질 때마다 꼭 물 위에 넘어진다
나는 일어설 때마다 꼭 물을 짚고 일어선다
더 이상 검은 물속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하여
잔잔한 물결
때로는 거친 삼각파도를 짚고 일어선다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만 꼭 넘어진다
오히려 넘어지고 있으면 넘어지지 않는다
넘어져도 좋다고 생각하면 넘어지지 않고
천천히 제비꽃이 핀 강둑을 걸어간다

어떤 때는 물을 짚고 일어서다가
그만 물속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아예 물속으로 힘차게 걸어간다
수련이 손을 뻗으면 수련의 손을 잡고
물고기들이 앞장서면 푸른 물고기의 길을 따라간다

아직도 넘어질 일과
일어설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일으켜세우기 위해 나를 넘어뜨리고
넘어뜨리기 위해 다시 일으켜세운다 할지라도

*정호승의 '넘어짐에 대하여'다. 사람과 세상 그보다는 먼저 스스로를 바라보는 중심에 무엇을 두어야할까. 지금 당장 일어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태도의 문제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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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나무가 지붕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으니 옹색함을 자초한 샘이다. 뽑히기도 쉽지 않지만 뿌리 내리기는 그보다 어려운 일임을 나무는 알까. 일단 잡은 자리라 쑥쑥 키를 키운다. 언제 어떤 모습일지 놓치지 않고 지켜보리라. 그래도 어디냐. 푸른 하늘 아래 푸른 꿈 꾼다는 것이 당연하다는듯 당당하다. 

그래, 꿈은 크게 꿔야하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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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당나무'
아파트 화단에 뽑힌 나무가 있었다. 아는 나무라 안타까운 마음에 선듯 내 뜰에 들였다. 잘자라서 꽃피고 열매 맺으며 분주도 하여 나눔도 했다. 내 뜰에 들어온 식물 모두 각기 사연이 있지만 유독 정이 가는 대상은 늘 따로 있다. 이 나무도 그중 하나다.


꽃다발을 연상케하는 하얀 꽃이 핀다. 모양은 산수국을 닮았지만 순백의 꽃이 주는 담백함이 좋다. 늦가을 붉은 열매를 보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어느집 대문 가에 크게 자란 백당나무를 보고는 내 뜰 한창 커가는 나무의 미래를 상상했다. 그 모양대로 커서 다른 생명까지 품을 수 있는 넉넉한 품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식물과의 눈맞춤은 보는 이의 일방적인 모습처럼 보이나 그 곁을 오랫동안 서성여 본 이들은 안다. 식물이 전하는 온기가 얼마나 큰 품인지. 그 품은 대상의 크기나 종류에 차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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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알게하는 표식이다. 코끝을 파고드는 차가움이 상쾌함을 전한다. 본격적인 추위에 적응해가라는 자연의 선물이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한다. 서리 내렸으니 가을은 끝자락에 와 있다.

서리가 수놓은 그림으로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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