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근원수필 - 우리 문화예술론의 선구자들 근원 김용준 전집 1
김용준 지음 / 열화당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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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갖은 글을 만나는 즐거움

"댁의 매화가 구름같이 피었더군요가난한 살림도 때로는 운치가 있는 것입니다."로 시작하는 글 '매화梅花'을 읽었다글이 주는 매력에 읽기를 반복한다멀리서 매화 향기가 전해지는 듯하여 문득 고개를 들어본다글쓴이가 궁금하여 찾아보니 김용준이라는 사람이다.

 

김용준(金瑢俊, 1904-1967), 동양화가이자 미술평론가한국미술사학자로호는 근원(近園), 선부(善夫),검려(黔驢), 우산(牛山), 노시산방주인(老枾山房主人)이다서울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동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1950년 9월 월북해 평양미술대학 교수조선미술가동맹 조선화분과위원장과학원 고고학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했다저서로는 근원수필’(1948), ‘조선미술대요’(1949),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1958)등이 있으며회화작품으로는 수묵채색화 (1957)이 있다.

 

새 근원수필近圓隨筆은 2001년에 발간된 근원 김용준 전집 1권으로 이미 1948년에 발간된 근원수필에 스물세 편을 더해 엮은 김용준 수필 완결판이라고 한다기존에 발간된 형식을 유지하며 화인전과 같은 미술관련 글을 구분하여 엮었다.

 

툭 튀어나온 눈깔과 떡 버티고 앉은 사지四肢며 아무런 굴곡이 없는 몸뚱어리그리고 그 입은 바보처럼하는 표정으로 벌린 데다가 입속에는 파리도 아니요 벌레도 아닌 무언지 알지 못할 구멍 뚫린 물건을 물렸다콧구멍은 금방이라도 벌름벌름할 것처럼 못나게 뚫어졌고 등허리는 꽁무니에 이르기까지 석 줄로 두드러기가 솟은 듯 쪽 내려 얽게 만들었다.”

 

두꺼비 연적硯滴을 산 이야기이디서 읽었을까읽어가는 내내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교과서에 수록된 글이었다뿐만 아니라 '노시산방기老枾山房記'에 나오는 문장이다감나무 예찬으로 이보다 더 감성적인 글이 또 있을까 싶다.

 

김용준의 글의 영역은 제한이 없다일상에서 마주하는 아주 익숙한 것들이 중심이면서도 전혀 새로운 시각을 선보인다친근하여 거부감이 없고 세심하여 새로움을 전해준다또한 활동하던 시기의 문화상을 그대로 담고 있어 후대 사람이 글을 통해 시대상을 엿보기에도 충분하다또한, 2부에서 접하는 미술과 관련된 글 역시도 수필에서 느끼는 자유스러운 사유의 영역을 확인하게 된다.

 

남에게 해만은 끼치지 않을 테니 나를 자유스럽게 해달라.”

 

근원수필의 발문에 나오는 문장이다. ‘무엇보다도 자유스러운 심경으로 살고자 했던 김용준의 마음이 담긴 글을 통해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힘을 가진 글이 주는 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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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레 달이 떳습니다. 여전히 밝고 둥근 달입니다. 연일 미세먼지로 답답했던 하늘이 어제밤 병아리 눈물같은 비에도 맑아졌습니다. 그 하늘에 뜬 달이라 더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겨울이 깊은듯 하나 이제 겨우 동짓달 보름이 지난 때입니다. 섣달(납월)에 핀다는 납매가 벌써 꽃망울을 터트렸으니 꽃을 보고싶어 하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도 하지만 꼭 반가운 것만은 아닙다. 모든 것은 제 때에 맞아야 하고, 이름 있는 것은 이름 값을 해야하기 때문이지요.

달빛을 품은 뜰을 느긋하게 서성이며 문득 먼 곳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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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송년의 시

이제 그만 훌훌 털고 보내야 하지만
마지막 남은 하루를 매만지며
안타까운 기억으로 서성이고 있다.

징검다리 아래 물처럼
세월은 태연하게 지나가는데
지난 시간만 되돌아보는 아쉬움!

내일을 위해 모여든 어둠이 걷히고
창살로 햇빛이 찾아들면
사람들은 덕담을 전하면서 또 한 해를 열겠지

새해에는 멀어졌던 사람들을 다시 찾고
낯설게 다가서는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올해 보다 더 부드러운 삶을 살아야겠다.

산을 옮기고 강을 막지는 못하지만
하늘의 별을 보고 가슴을 여는
아름다운 감정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윤보영의 시 '송년의 시'다. 다시 범위를 넘기 위해 짧은 시간을 남겨뒀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마음에 위안을 보텐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지만 내일을 향한 마음엔 온기가 더해지길 바란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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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뿌연 미세먼지로 기운을 잃은 햇볕이 간신히 비춘다. 그것과는 상관 없다는 듯 겨울날 오후를 건너는 시간이 봄날과도 닮아 있다. 바람은 잔잔하고 기온은 높아 더없이 느긋한 오후다.


벗겨지는 소나무 껍질 사이에 겨울볕이 머문다. 붉은 빛으로 온기를 전하는 소나무의 겨울날의 오후가 따스하다. 눈맞춤의 순간은 지극히 짧지만 가슴에 들어온 온기는 춥고 긴 겨울을 건너는 힘이다.


온기는 어디에도 어느 순간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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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나무 일기
리처드 히긴스 엮음, 허버트 웬델 글리슨 외 사진, 정미현 옮김 / 황소걸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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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눈으로 나무 읽기

숲으로 난 길을 걸었다계곡도 있고 큰 나무 작은 나무침엽수와 활엽수초본식물과 바위가 서로 어우러진 곳이다매주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고서 계절이 바뀌는 사계절 1년 동안 같은 숲을 걸었다숲으로 난 길을 조심스럽게 걷던 것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이미 알고 있는 소나무와 같은 키가 크거나 덩치가 큰 나무들만 보이던 것이 참나무도 종류별로 구분하게 되고 발밑 풀들도 종류와 차이를 알게 되었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나무의 모습과 그 나무들이 모여 이룬 숲의 변화를 볼 수 있다는 것숲을 구성하는 각기 다른 생명들의 어우러짐식물의 계절나기를 통해 순환되는 생명의 구조 등이 그렇게 1년 사계절 동안 숲을 주기적으로 나들이하며 알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숲을 더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일상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주는 행복을 찾아 누리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자연과 더불어 사는 일상을 구릴 수 있는 것도 그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본다.

 

이런 삶의 대표적인 사람이 윌든으로 널리 알려진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이 책은 그의 일기가 바탕이 되었다. '소로와 나무의 깊은 관계'를 탐구한 리처드 히긴스가 소로의 일기와 짧은 에세이 가운데 100편을 엄선해 이 책을 엮었다허버트 웬델 글리슨의 사진 6자신이 찍은 사진 72컷을 붙였다소로가 직접 그린 스케치 16점도 들어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주목하였던 나무에 관심을 갖는다소나무느릅나무참나무가 그것이다이보다 아름다운 나무는 없는 소나무나 가사 작위를 수여한 느릅나무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나무다하지만 소로가 주목했던 참나무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참나무와는 다소 다른 나무를 이야기하고 있어 보인다.그가 언급하는 백참나무나 적참나무는 우리나라의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나무라 조금은 혼란스러운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번역과정에서 우리가 흔하게 보는 참나무와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하여 부가설명이 되었으면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어떤 장소가 특별한 까닭은 단순히 지리적 위치 때문이 아니라 그곳이 각자의 마음속에 간직되는 방식 때문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만의 나무를 감지하는 소로의 명민한 지각력나무가 그에게 준 기쁨그가 나무에서 발견한 시적 감흥나무가 그의 영혼을 살찌운 과정을 히긴스는 깊이 있는 해설과 사진이 있어 소로가 숲과 나무를 이해하는 방식과 주목했던 점을 알게 되면서 소로를 더 깊게 알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 책으로 여겨진다소로의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으로 공존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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