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봉오리 맺고도 한동안 꿈쩍도 않아 보이더니 드디어 문을 연다. 늦다 빠르다 하는 야단법석은 사람의 몫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한다. 늦거나 혹은 빠를지라도 빼먹지 않는 것이 자연이다.

옆의 청매와 한날에 꽃문을 열었으나 청매가 급한 성질을 그대로 보이며 서둘러 피는 것과는 달리 홍매는 급할 것 없다는 듯 느긋하다. 이미 붉디 붉은 속내를 내보였으니 다음은 그대 몫이라는 느긋함인지도 모르겠다. 

겨울동안 나무를 찾았던 주인의 발자국 소리가 봄을 앞당겨 불렀다는 것을 매화는 알까. 피었으니 지는 날까지 아침 저녁 눈맞춤으로 그 정情을 나눌 것이다.

모월흑매慕月黑梅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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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봄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의 시 '봄길'이다. 봐야 봄이다. 눈으로도 코로도 귀로도 피부로도 무엇이든 봐야 봄인게다. 그러기에 길을 나서야 한다. 봄 속으로 난 길에 사람이 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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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은날 숲에 들었다. 얼었던 땅이 풀리고 물이 녹아 재잘거리며 흐른다. 그 소리가 반갑고 정겨워 눈맞춤 한다. 마침, 기다렸다는듯 햇살이 반겨 반짝거린다. 계곡 돌을 밟고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봄 기운을 품었다.

봄이 깨어나는 소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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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배경이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도 막아주고 남쪽의 볕이 들 때면 그 온기가 오랫동안 머물도록 품어 준다. 날이 덥거나 비바람이 몰아치면 잎과 가지로 울타리를 만들어 준다. 

날이 풀려 언 땅이 녹자 새싹들이 꿈틀거리며 고개를 내밀고 있다. 무엇이 올라오는지 싹으로는 구분할 수 없지만 내일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배경背景은 말없이 존재하나 늘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어 쉴 틈을 내어주고 다시 일어나 나아갈 힘을 돋아주는 근거지 된다. 

봄의 배경이 겨울이고, 저수지의 배경이 숲이고, 땅의 배경은 하늘이다. 오늘은 어제라는 배경으로부터 나왔으며 내일의 배경이 된다. 아이들의 배경이 어른이고 나의 배경은 바로 너다.

나는 누구의 나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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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19세기 연행록'
김영죽 저, 북드라망

청나라를 다녀오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 연행록燕行錄이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대표적이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종류와 많은 양의 연행록이 있다.

이 책 '낭송 19세기 연행록'은 저자 김영죽이 이해응의 '계산기정', 이영득의 '연행잡록', 박사호의 '연계기정' 등 19세기에 쓰인 연행록들 중 20편을 가려뽑아 일반인이 이해하고 낭송하기 쉽도록 주제별로 엮고 옮겼다.

열하일기를 거듭 읽어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의 실마리를 얻었듯 '낭송 19세기 연행록'을 통해 다른 시각으로 본 19세기 조선과 중국의 풍경을 엿보는 기회로 삼는다.

봄 꽃내음으로 내게 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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