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참지 않는 사람은, 
늘 참는 사람이 참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신형철의 책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중 김경후의 '열두 겹의 자정'을 이야기하는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마지막 문장에서 속내를 들켜버렸다.

요즘의 발 밑은 봄의 온갖 아우성으로 넘친다. 그 아우성이 끝나도록 키큰나무는 묵묵히 하늘을 열어두고 있다. 볕도 들고 바람도 들어 숨통이 열리도록, 목마름을 아는 비도 들고, 때론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눈도 들도록 틈을 마련해 둔다.

땅 밑의 봄을 보는데 빠져있다가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 걸음이 붙잡혔다. 키큰나무의 배려에 마음이 풍덩 빠져버린 날, 뭉클했던 이유를 여기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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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빛은 붉고 그 붉음으로 인해 강해 보인다. 꽃을 품은 새싹이 나를 불러 걸음을 멈추었다. 기어이 그 앞에 허리 숙여 눈맞춤의 시간을 갖는다. 꿈을 품고 빛을 향해 고개 내민 모든 생명의 귀함을 보는 일, 그것이 삶의 본질이어야 한다.

꽃이 내게 일러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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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수업'
-문광훈 저, 흐름출판

"왜 예술이 중요하며, 그 예술을 통해 개인의 삶은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가"

방점은 후자에 둔다. 개인의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요소로 어떻게 예술을 일상에서 누릴 수 있을까.

인문학자이자 미학자인, 충북대 독어독문학과 문광훈 교수는 미술과 음악, 문학과 건축 등, 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새롭게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 한다. 새롭게 만나는 저자다. 묘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일상에서 예술을, 그 예술이 나와 내 이웃의 일상에서 밀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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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行 독행

一鳥天邊去 일조천변거
高踵何處尋 고종하처심
夜行隨片月 야행수편월
朝夢對孤岑 조몽대고잠
有膜肝猶越 유막간유월
無私古亦今 무사고역금
停?時獨坐 정공시독좌
流水是知音 유수시지음

홀로 길을 가다

새 한 마리 하늘가로 사라졌으니
높은 자취를 어디가서 찿을까?
밤길에서는 조각달을 따라서 가고
아침에 일어나선 외로운 산을 마주 보네 
간격이 있으면 간담도 나눌 길 없고
사심이 없으면 옛날도 현재가 되네
지팡이 멈추고 때때로 홀로 앉노니
흐르는 물이 바로 내 친구일세

*조선시대의 유학자 송익필(宋翼弼, 1534~1599)의 시다. "고독의 순간에는 사물과 자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고, 사사로운 욕망도 개입되지 않는다."고 역자 안대회는 풀이하고 있다.

늘 숲을 찾고 되도록이면 혼자 걷는다. 그렇게 걷는 길이 부지기수지만 다 같은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유독 다시 걷고 싶은 길이 있기에 그 길을 홀로 걷는다. 길을 찾았던 발걸음은 이미 알고 있었나 보다. 고독의 순간을 마중하러 다시 그 길을 걷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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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9-03-24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좋습니다. 특히 무사고역금, 사심이없으면 과거도 현재가 된다는 그 한줄... 감사합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움을 틔우고 키를 키우며 식구를 늘려간다. 꽃 잎을 하나 둘 열어 볕을 받아들이고 숨을 쉬는 듯 보이는 모습에서 숨소리마져 조심스럽다. 꽃 지고나서 잎이 무성하게 올라와 다음을 예약한다. 만개하여 세상을 품는 모습은 그 무엇보다 당당하며 떨구는 꽃잎마져 아름답기만 하다.


대상을 정해두고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흥미로움이 얼마나 큰 감동과 울림으로 남는지 안다. 매년 같은 곳에 피어나기에 때가 되면 일주일 단위로 찾아서 시작과 마무리를 지켜 보았다. 꽃의 짧은 생의 주기를 지켜보며 사람의 일생을 짐작한다. 내게 생명의 모든 순간이 만개한 때처럼 다 절정이라는 것을 일러준 대상이다.


그 꽃이 올해는 절정에 이르지도 못하고 사라졌다. 

보아온 그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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