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최성현 저, 불광출판사

책을 손에 들고 글쓴이의 약력을 먼저 본다. 아~, 오래전 책으로 만났던 저자를 다시 만나는 흥미로움이 앞선다. 그의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는 숲에 관심을 갖던 초창기에 즐겁게 만났던 책이다.

스님은 편지 한 통을 내어주며 말했다.
"곤란한 일이 있을 때 이것을 열어봐라.
조금 어렵다고 열어봐서는 안 된다.
정말 힘들 때 그때 열어봐라"

이 책은 저자 최성현이 농사짓고 책 읽고 번역하는 농부 최성현이 20여 년 간 모은 선승들의 일화 모음이다.

마알간 봄 햇살에 영혼이 씻기는 개운함으로 마주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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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무릇'
몇해 전 현호색이 무리지어 피는 계곡에서 한 개체를 보고 난 후 때를 놓치거나 다시 찾지 못해 그후로 보지 못했던 꽃이다.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꽃친구와 함께 그곳을 다시 찾았다. 여기 저기 제법 무리를 지어 많은 개체수를 확인했다. 때를 맞춰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잎은 가늘게 하늘거리는 쓰러질듯 힘없이 줄기가 서로를 지탱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가련하다. 스님처럼 산에 사는 무릇이라는 의미로 그럴듯한 이름이지만 약하디 약한 모습에선 애처럽게만 보인다.


햇볕을 좋아해 어두워지면 꽃을 오므리고 햇볕이 많은 한낮에는 꽃을 활짝 피운다. 노란별이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서 핀듯 반갑고 정다운 모습이다. 작고 순한 꽃이 주는 편안함으로 들과 산의 풀꽃들을 찾이나서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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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중반을 넘어섰다는 나만의 징표다. 섬진강가의 버들은 나중 일이고 동네 앞 연못 수양버들을 본다. 옮겨 심고 몇번의 봄날에 몸살을 하더니 제법 그 위용을 드러낸다. 이맘때면 물가를 살펴 자연의 선물을 놓치지 말자. 
유록柳綠, 이 색을 놓치지 않아야 봄이다. 

식목일, 흐린 하늘이라 비라도 내리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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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그랬다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김용택 시인의 시 '그랬다지요'다.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그 비에 활짝 핀 벚꽃이 떨어져 땅에도 꽃이 피었다. 어떤 이는 꽃이 피고 지는 동안 먼 산 바라보듯 지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마음 속에 그 꽃을 피우기도 한다. 어떤 일상을 살던지 시간은 가지만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 속에 머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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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아닐 때 우리는 무엇이 되기도 한다
김인자 지음 / 푸른영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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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고자 함인가

계절이 바뀌는 것에 민감하다몸이 감당할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연의 변화가 주는 선물을 하나도 놓칠 수 없다는 마음 때문이다그러다보니 휴일이나 평일의 짬나는 시간에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숲에 머물거나 그 숲 속에 있는 자신을 떠올리며 보네는 날이 제법 많다.

 

언제부턴가 숲을 찾았고 그것이 일상이 된 하루가 쌓여서 지금의 내가 있다그렇다고 숲 속에 사는 것은 아니다꽃을 본다는 핑개로 드나들기 시작한 숲은 산 아랫마을로 거처를 옮기고 난 후부터 보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그 숲에서 지극히 평범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의 소중함을 배웠다.

 

나보다 앞서서 이런 삶을 훨씬 넓고 깊게 살아가는 이를 안다안다는 것이 규정하는 물리적 기준을 벗어나야만 가능해지는 일이라서 안다는 것을 번복해야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지만 전하는 글 속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관령에 오시려거든'과 '사과나무가 있는 국경'으로 만났던 저자 김인자 선생님이 그이다. ‘아무 것도 아닐 때 우리는 무엇이 되기도 한다는 그이의 숲포토에세이다.

 

관심 있는 저자의 책 소식은 늘 반갑다그 중심에 저자와 교감하는 마음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단어 하나한 문장에서 심장이 멈칫거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저자와 독자가 글을 통한 소통의 증거며 다시 책을 손에 드는 주요한 이유다.

 

누구도 울지 않을 때 언제 울어야 하는지를 안다는 듯 비를 머금고 있는 산벚꽃을 본다늦은밤 도착한 메시지는 명료하다. "비를 품었는데 어찌 이 꽃들이 견딜 수 있겠는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내 입술이 나도 모르게 다른 말을 할까 봐 불안에 흔들렸던 순간은 얼마나 많았을까.”

 

세상에 그토록 간절히 가지고 싶다는 게 있다면 그건 녀석의 것이 맞다.”

 

생각의 흐름을 멈추게 했던 문장들이다저자가 어떤 의미를 부여했던 그것과는 상관없이 지금 내가 머무는 이 순간이 저자가 모든 자연을 느끼고 향유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다라는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이것이 문장이 가지는 힘일 것이고 저자와 독자의 만남이 깊어지는 이유가 될 것이라 믿는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숲이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지거나 꽉 들어찬 것이라고 특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를 생각한다그렇게 규정된 숲이 주는 특별한 혜택을 누리고 그 속에서 자신과 세상을 향한 따스한 온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사람들 속에서 그 온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사람과 세상의 숲이 이런 온기를 얻고 나눌 공간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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