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정희성의 시 '숲'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모두는 서로를 빛나게 하는 존재다. 스스로의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으면 그대와 나도 숲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장미축제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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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생꽃'
깨끗하다. 맑고 순한 모습이 마냥 이쁘다. 순백의 아름다움이 여기로부터 기인한듯 한동안 넋을 잃고 주변을 서성이게 만든다. 막상 대놓고 눈맞춤하기에는 미안함 마음이다.


두번째 눈맞춤이라 가는 길도 꽃 앞에 서서도 다소 마음의 여유가 있다. 멀리서 가까이서 짧지만 시간을 두고 살핀다. 먼저 자리한 이와 처음 본 이가 마음껏 보도록 일부러 먼 곳을 보기도 한다.


참기생꽃, 기생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흰 꽃잎이 마치 기생의 분 바른 얼굴마냥 희다고 해서 지었다는 설이 있고, 옛날 기생들이 쓰던 화관을 닮아서 기생꽃이라고 한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기생꽃과 참기생꽃의 구분은 애매한듯 싶다. 굳이 구분하는 입장에서는 잎 끝의 차이와 꽃받침의 갯수 이야기 하는데 내 처지에선 비교불가라 통상적 구분에 따른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라고 한다. 지리 능선의 기운을 품어 더 곱게 피었나 보다. 다음 해에는 꽃친구를 설득하여 함께 보러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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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대체 뭐라고...
새벽길을 기꺼이 나서게 한다. 한겨울 눈밭을 헤치며 산을 오르게 하고, 가던 길 뒤돌아 오게 하며,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지 해는 언제 뜨는지 날씨에 민감하게 만든다. 높이와 상관없이 산을 오르게 하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들로 강으로 불러낸다.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게 하며, 심지어 드러눕게도 만든다. 이 모든 곳이 지극히 자연스러우며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이른 봄 하검마을의 계곡을 서성이게 하고, 불갑사 계곡에 들어 먼저 온 봄소식을 맞이하고, 칼바람 맞으며 백아산 구름다리를 건너게 하며, 때를 기다려 8시간 동안 무등산을 오르게 하고, 먼 길을 달려 안면도 소나무숲을 서성이게 하고, 연달아 3주를 노고단을 찾게 하며, 당일치기로 반야봉 정상에 오르게 하고, 30년 만에 다시 세석평전으로 부르고, 비오는 날 남덕유산의 능선을 걷게 하고, 태풍이 도착한 향적봉을 오르게 한다. 백운산의 정상 바위에 서게 하고, 회문산 서어나무를 껴안게 만들며, 안개 낀 동악산 정상 철계단을 내려가고 하고, 옹성산 바위를 걷게 하며, 호젓한 입암산 산성을 둘러보게 한다. 뒷산에 있는 주인을 알 수 없는 묘지를 수시로 살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낯설고 먼 길을 서슴없이 나선다. 스스로 만든 꽃 달력을 매일 반복해서 살피고, 꽃 피었다는 소식 혹시나 하나라도 놓칠세라 멀고 가까운 곳에 귀를 기울이며,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불원천리 찾아간다. 꽃을 못 보는 때에는 모든 것이 꽃으로 보이는 환각을 감당하게 하고 지난 사진첩을 수도없이 반복해서 보게 만든다.

이처럼 결코 찾아오는 법이 없는 꽃을 찾아 기꺼이 시간과 돈을 들인다. 꽃이 부리는 횡포가 실로 엄청나다. 그렇다고 꽃의 갑질에 당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름다운 꽃 보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꽃향기 품어 사람과의 만남에 꽃향기를 전한다. 꽃 찾아 산과 들로 나도는 사이 몸은 꽃을 키우는 자연을 닮아 건강해지니 다시 꽃 찾아 나서는데 망설임이 없다.

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매개한다. 꽃으로 인해 인연 맺게 하며, 맺은 인연을 끊게도 한다. 처음 보는 사람도 몇 년씩 알고 지낸 사람처럼 가깝게 만들며, 같은 꽃을 찾아 나섰다는 이유만으로도 벗으로 삼게 한다. 꽃 보다 못한 사람은 멀리하면서도 이내 꽃 마음으로 품어 꽃향기 스미게 한다. 나이, 성별, 직업, 사는 곳을 가리지 않고 꽃 안에서 이미 친구다. 모든 지청구를 감당하며 몸이 힘들어 하면서도 다시 먼 길 나서는 것을 반복하는 이유다.

꽃 닮아 환하고, 꽃 닮아 향기 나며, 꽃 닮아 순수하여 천진난만이 따로 없다. 
꽃 보듯 사람을 본다.

*같은 때 같은 꽃이 불러 1년 만에 세석평전에 올랐다. 새로운 꽃들의 귀한 대접을 받았다. 1년전 세석평전에 다녀온 후 쓴 글을 불러와 그 감회를 돌아본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참으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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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 이덕무
-이덕무 저, 정민 역, 민음사

"열여덟 살에서, 스물세 살 나던 젊은 5년간의 기록들이다. 메모광이던 그는 생계를 위해 엄청난 양의 책을 통째로 베꼈다. 늘 빈 공책을 놓아두고, 좋은 글귀와 만나면 그때마다 옮겨 적었다."

무인편戊寅篇, 세정석담歲精惜譚, 적언찬適言讚, 매훈妹訓


'젊은 날 이덕무의 초상'으로 내 지난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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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難得糊塗난득호도, 吃虧是福흘휴시복'

난득호도 難得糊塗

聰明難, 糊塗難 총명난, 호도난
由聰明轉入糊塗更難 유총명전입호도갱난
放一著, 退一步, 當下心安 방일저, 퇴일보, 당하심안
非圖後來福報也 비도후래복보야

총명하기는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다.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게 되기는 더욱 어렵다.
집착을 버리고 한걸음 물러서는 순간 마음이 편해지며, 
뜻하지 않고 있노라면 후에 복으로써 보답이 올 것이다.

흘휴시복吃虧是福

滿者損之機 만자손지기
虧者盈之漸 휴자영지점
損於己卽盈於彼 손어기즉영어피
各得心情之半 각득심정지반
而得我心安卽平 이득아심안즉평
且安福卽在時矣 차안복즉재시의

"가득차면 덜어지게 되어 있고 
비어 있으면 점점 차게 되어 있다.
내가 손해를 보면 다른 사람이 이익을 본다.
그러면 각각 심정의 절반씩을 얻는 것이다.
나는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을 얻게 되니
이 어찌 복 받을 때가 아니겠는가. 

*중국 청靑나라의 화가 겸 서예가로 유명한 판교 정섭(1693~1765)의 '난득호도難得糊塗'와 '흘휴시복吃虧是福'을 설명하는 글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난득호도'는 '어리숙해 보이는 게 어렵다'는 뜻이고, '흘휴시복'은 '손해를 보는 것이 곧 복이다'라는 뜻이다.

이 말이 나온 유래는 다음과 같다.
산둥山東성의 지방관리로 근무하던 정판교는 어느 날 먼 친척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가옥의 담장을 놓고 이웃과 송사가 벌어졌으니 지방관에게 잘 봐달라는 편지 한통을 써달라는 청탁이었다. 정판교는 편지를 다 읽은 뒤 시 한 수를 답장 대신 보냈다.

千里肖書爲一牆 천리소서위일장
讓他幾尺又何妨 양타기척우하방
萬里長城今猶在 만리장성금유재
不見當年秦始皇 불견당년진시황

"천 리나 편지를 보낸 것이 담장 하나 때문인가? 
그에게 몇 자를 양보하면 또 어떤가? 
만리장성은 아직도 남아있는데 
어찌 진시황은 보이질 않는가

그는 이 시와 함께 '난득호도難得糊塗'와 '흘휴시복吃虧是福'이라 직접 쓴 편액을 함께 보냈다고 한다.

*사진은 초여름 풍경 중 놓치지 않고 찾아보는 모습이다. 여러해살이풀의 한 종류인 '띠'가 꽃을 피웠다. 산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하늘의 구름처럼 가볍다. 그 한가로운 모습이 좋아서 찾아보지만 정작 속내는 따로 있다. 세상살이 온갖 욕심의 굴곡을 내달리며 무거워진 몸과 마음을 경계코자 함이다. 그 방편으로 삼을만한 문장이라 여겨 길게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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