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편지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의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곽재구의 시 '새벽 편지'다. 각자의 방식으로 맞이하는 새벽에 누군가의 온기 가득한 인사를 받는다면 반짝이는 별을 가슴에 품는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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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素'
겨울 첫날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서예가 박덕준님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안으로만 파고드는 소리로 가만히 읊조린다.

소素=맑다. 희다. 깨끗하다.
근본, 바탕, 본래 등의 뜻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근본 자리가 항백恒白이다.

겨울의 첫날이 가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다. 손끝이 저린 차가움으로 하루를 열더니 이내 풀어져 봄날의 따스함과 가을날의 푸르름을 그대로 품었다. 맑고 푸르러 더욱 깊어진 자리에 명징明澄함이 있다. 소素, 항백恒白을 떠올리는 겨울 첫날이 더없이 여여如如하다.

소素, 겨울 한복판으로 걸어가는 첫자리에 글자 하나를 놓는다.

*다시 1년을 더한다. 1년 전 그날이나 다시 1년을 더하는 오늘이나 지향하는 삶의 자세는 다르지 않다.

종이에 스며든 먹빛과 글자가 가진 독특한 리듬에서 한 폭의 그림의 실체를 봤다. 이 글자 소素가 가진 힘도 다르지 않음을 안다. 쌓인 시간의 무게를 더한 반영反映이 지금의 내 마음자리일까. 항백 박덕준 서예가의 소素를 그 자리에 다시 놓는다.

파아란 하늘빛 닮은 차가운 공기가 성급하게 얼굴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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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를 무사히 건너왔다. 7주,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조금은 다른 일상이라 이 변화를 순조롭게 적응하는 몸 보다 불편함으로 주춤거리는 것은 마음이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더딘 첫날을 보냈다. 바람은 적당하고 볕은 좋았고 가벼운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 역시 좋았지만 시간은 더디기만 했다.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는 치과를 다녀왔다. 몸의 긴장이 풀리기엔 다소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몇번을 더 통과해야하는 강요된 시간이 남았다.

돌아오는 길에 내내 눈맞춤한 달의 위로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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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진로 탐색 토크 콘서트
"전통 잇고 예술 있고"

2020년 11월 28일 오전 10~12시
도립아산조방원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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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던 길 멈추고 이리보고 저리보며 겹으로 쌓아 온 시간을 더듬는다. 눈으로 만은 부족하니 손으로 쓰다듬는 동안 전해지는 나무의 온도까지 감지할 수 있어야 비로소 조금의 거리를 두고 눈맞춤이 가능해진다.

백양사 갈참나무다. 매년 정월 초사흗날 밤에 인근 가인 마을과 백양사가 공동으로 당산제를 모신다고 한다. 제를 모시는 나무는 두 그루로 '안당산'과 '바깥당산'이라고 한다.

주변에는 약 30주가 자생하며 이 나무는 수령이 약 700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갈참나무 중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 내장산국립공원백암사무소의 설명이다.

울긋불긋 요란한 단풍에 눈이 팔린 사람들은 이 나무에 관심도 없이 지나치지만 떨어지지 않은 발길이 발길이 만 하다. 300년 백양사 고불매 보다 갑절은 더 백양골을 지켜온 이 갈참나무의 자태가 더 올곧다. 백양사는 이제 이 갈참나무로 더 친근하다.

든든한 벗이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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