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이 없다'
주어진 사명의 끝은 죽음이다. 하지만, 이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음 생을 예비한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 맺고 나면 그 열매는 자신의 사명을 위해 기꺼이 온 몸을 바친다. 열매를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던 새싹과 꽃이 그랬듯이 언제나 묵묵히 받아들인다.

하루를 다 내어주고도 아쉬움 남아 붉디붉은 노을로 타오르는 태양처럼 가슴에 품은 사람에게 내어준 마음도 다르지 않다. 

無盡무진, 
늘 아쉽고 또 아쉬운게 그대를 향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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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아내가 있다 - 세상에 내 편인 오직 한 사람, 마녀 아내에게 바치는 시인 남편의 미련한 고백
전윤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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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수줍은 남편의 고백

바뀐 것이 현실이다남편이 아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달라졌다이제 더 이상 가부장적인 권위를 내세워 무엇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아니 어쩌면 그 역으로 아내에게 의하여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으로 바뀐 것인지도 모른다그런 단적인 사례로 요리학원에서 요리를 배우는 남자들이 늘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요리하는 부엌은 남성 출입금지 구역이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옛날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주를 동원하여 아내를 행한 남편의 마음을 드러내고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실이다꽃이나 노래로 그 마음을 전한 것은 고전적인 방법이고 이젠 그림이나 책을 만들어 그 속에 남편의 아내를 향한 마음을 가득 담아 특별한 사랑 고백을 세상에 드러낸다.

 

시인 전윤호의 나에겐 아내가 있다도 그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세상에 내 편인 오직 한 사람,마녀 아내에게 바치는 시인 남편의 미련한 고백이라는 부제를 단 전윤호 시인의 아내를 위한 시산문집이다시인이 그동안 출간되었던 시 중에서 아내를 위해 썼던 시와 간련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시와 그 시에 얽힌 사연 그리고 그 마음을 반영한 그림이 하나로 만나 가슴 따스한 온기가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시인 전윤호의 아내를 향한 사랑 고백은 부부로 살아온 세월의 무게를 다 드러내지는 못하는 듯 보인다세월의 무게에 눌리고 눌려 이젠 그 존재 자체가 희미해져가는 부부가 아니라 이제 막 결혼한 부부의 수줍음이 담겨 있다소소한 일상에서 이토록 수줍은 고백이 얼마나 큰 방향을 불러올지는 짐작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시인의 경우를 떠나 독자들의 일상에 같은 변화를 꿈꾼다면 그 결과는 독자들의 개개인의 몫에 달렸겠지만 이 전윤호 시인의 소소해서 더 특별한 사랑 고백은 무척이나 특별하게 다가온다뿐만 아니라 지극히 사소한 일상을 드러내고 있다부부와 가족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때론 즐겁게 살아가는 한 부부의 가정사를 엿보는 듯 한 다소 묘한 흥분도 함께한다.

 

현대사회에 들어 부부의 의미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전통사회의 부부로써는 상상도 못할 관계의 성립이 된 것이다그렇지만 여전히 부부로써 그 의미를 갖게 만드는 것은 존재한다부부 사이 상호 존중은 상대를 인정한 속에서 비롯되어 부부사이의 간격을 좁혀준다는 것이 그것이다시인 전윤호의 아내를 향한 사랑 고백은 그런 시각에서도 충분한 의의가 있다.

 

미안합니다고맙습니다그리고 당신사랑합니다.”

부부로 함께 산지 20여년이 지난다그 사이 울고 웃는 시간 동안 힘겨움을 견뎌왔던 수고로움으로 인해 지금 오늘이 있을 수 있다그것을 알기에 사소한 무엇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그 고마움에 시인 전윤호의 마음에 의지해 고백해 본다나 뿐 아니라 수많은 남편들도 이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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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는 것'
막연함이 아니라 확신이다. 믿음에 기초한다는 말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먼 길 돌아오게 되더라도 꼭 온다는 믿음으로 그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한다. 이때의 기다림은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기쁨의 다짐이다.


이 확고한 믿음 없이 꽃은 어찌 그 긴 시간을 견디며 민들레는 홑씨를 어찌 바람에 그 운명을 맞기겠는가?


이러한 믿음은 의지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심장 박동이 가르쳐준 본래의 마음자리에 근거한다. 머리의 해석보다 더 근본자리인 가슴의 울림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대와 나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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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요란하다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2
한차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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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앞에서는 누구나 차연이다

누구나 사랑을 꿈꾼다사랑 앞에서는 나이국적성별의 차이도 없다오직 두 사람 사이의 감정과 의지의 문제다이는 순수한 의미로 사랑을 정의하고자 할 때 말해지는 것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하지만사랑이 어디 말처럼 쉽게 되는 것인가.


사랑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되는 것은 바로 여기에 그 이유가 있는지도 모른다이상과 현실의 괴리 말이다이런 사랑의 모순은 다양한 형태와 경로를 통해 우리 앞에 현실로 나타난다그러한 사랑의 단면들은 문학작품의 마르지 않는 단골 주제다.


한차현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요란하다역시 그 범주에 속하는 소설로 보인다눈에 들어오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매력에 풍덩 빠져 허우적거리다 이것이 세상 모든 사랑의 모범답안인 것처럼 사랑이라 이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느 날 문득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결국 헤어지는 수순을 밟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요란하다에는 완벽한 여자로 여겨지는 N과 그를 사랑하는 차연이라는 남자의 7개월간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쩌면 나는빌어먹을주영을 사귀면서 선희 같은 여자를 꿈꾸었던 것일까지민을 사랑하며 제니 같은 여자를 꿈꾸었던 것일까민조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걸으며 채환 같은 여자를 꿈꾸었던 것일까선희를,지민을주영을제니를채환을민조를이연을 그토록 열심히 사랑했지만 결국 남남이 되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까한때는 진심으로 진심이었건만 결국은 헤어지고 말았던 것이 모두 그 때문이었을까


달콤하기만 한 사랑의 한 복판에서도 남자 차연은 지난 사랑의 여자들을 불러온다지금 사랑 N에게서 그 여자들의 좋고 싫었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그 사랑에 더 깊숙이 빠져드는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온몸 온 마음 온 일상을 송두리째 사로잡은 그 사랑이달콤하기가 여름 낮잠만큼이나 아쉽고 짧은 반면에 치명적이기는 전갈의 독만큼이나 무자비하고 끔찍한 종류의 것으로 바뀌어간다.”


놓아버린 사랑을 이만큼 실감나고 현실적으로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그 만큼 사랑은 몇 문장으로 정의 내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무엇인가가 늘 따라붙는다완벽한 사랑을 꿈꾼다는 것은 어쩌면 늘 사랑은 놓아버릴 수 있다는 자기임시일 수도 있다.


작가 한자현은 현실 속의 사랑에 대한 어려움과 완벽한 사랑을 추구하려는 희망 사이에 유전자합성사이보그를 등장시켜 부분 기억삭제라는 도피처를 통해 사람들의 오랜 숙원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하는 것은 아닐까?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사랑그 사랑에 대한 정의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이런 저런 다양성에서 공통된 몇 가지를 간추려서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한다면 어떤 가수의 노래 제목처럼사랑 그 놈이 아닐까?


잠깐 달고 오래 짠 것이 사랑이니까그것에 이 소설에서 그려져야 할 사랑의 숙명이니까설탕 같고 소금 같은 사랑에 오이처럼 올리브처럼 푹 절어진 채 살아가야 할 차연의 명복을 빈다.”라는 작가의 말에 현대인의 사람에 대한 묘한 감정이입을 대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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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기대어'
숲 속 모든 생명은 빛바라기를 한다. 다른 생명들의 잎과 가지 등이 만들어내는 가림막을 뚫고 들어오는 빛에 기대어 산다.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빨리 빛에 기대기 위해 잎을 내고 키를 키우며 꽃을 피우는 등 필사적으로 애를 쓴다. 숲 속 평온은 이런 보이지 않은 빛에 대한 생명들의 간절한 열망의 산물이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설렘. 온기, 평온, 위안, 희망ᆢ 등을 전해 주는 대상을 향해 주파수를 맞춰두고 시시때때로 대상의 기운을 감지하여 자신의 감정을 조절한다. 이렇게 대상에 의지해 자신의 감정 조절에 익숙해지는 것을 관계의 성숙이라 부르기도 한다.


시시때때로 저 산 너머 기운을 살피는 나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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