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지하철역의 백수광부'
-유경숙, 푸른사상

엽편소설葉片小說, 나뭇잎처럼 작은 지면에 인생의 번쩍하는 한순간을 포착, 재기와 상상력으로 독자의 허를 찌르는 문학양식이라고 한다. 

안영실의 '화요앵담'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는 엽편소설집이다. 이 책 '베를린 지하철역의 백수광부'는 '청어남자'로 흥미롭게 만났던 유경숙 작가의 작품집이다.

'세상의 낯선 길을 찾아내는 짧은 이야기들'이라는 해설은 짧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담았다는 전재가 숨어 있음을 익히 알기에 짧은 이야기라는 문장에 걸려 넘어지는 일은 없도록 단속하며 첫장을 넘긴다. 무슨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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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힌 이슬방울이 싱그럽다. 비로소 얼음이 얼엏던 어제와는 다른 봄날의 아침을 맞이한다. 초록으로 변해갈 봄날의 선두를 이내 갈아엎어져 땅속으로 들어갈 논바닥의 풀이 앞장서고 있다. 곧 땅의 풀과 나무들의 새순이 뒤를 따를 것이다. 이때쯤에나 볼 수 있는 자연의 선물로 하루를 연다.

봄날의 하루가 이슬방울의 영롱함으로 빛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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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
다소 늦은 계절따라 노루귀 만큼이나 애를 태우던 꽃이다. 자생지를 발견하고 꽃을 관찰하면서 기록된 옛 날짜를 따라 몇번의 발걸음을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애를 태우던 곳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의외의 곳에서 무더기로 만났다. 개발을 위해 몸살을 앓고 있는 한 복판이라 다시 볼 수 있을지 반가우면서도 염려되는 마음이다.


연보라 꽃잎이 어떤 조건에서도 제 값을 한다. 햇살 받아 환하게 빛나며 설렘을 주고, 비를 맞아도 맺힌 물방울과 함께 분명한 색감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진한 꽃술과 어우러지는 색감이 최고다. 작은키에 올망졸망 모여서 나고 가늘고 긴 꽃대에 보라색 꽃을 피우며 연잎처럼 생긴 잎을 가지고 있다.


왜 깽깽이풀일까?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풀을 강아지가 뜯어먹고 환각을 일으켜 ‘깽깽’거렸다고 해서 깽깽이풀이라고 불렀다고 하고, 개미에 의해 씨앗이 옮겨지고 깨금발거리에 꽃이 핀다고 하여 깽깽이풀이라 불렀다고도 하고, 농사를 준비하는 바쁜 철에 이렇게 아름답게 피어난 모습이 마치 일 안 하고 깽깽이나 켜는 것 같다고 해서 깽깽이풀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전해지는 말이니 무엇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이쁜 꽃에 보는 이의 마음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꽃쟁이들이 찍어 올린 사진을 보면 꽃술이 노란색을 띤 것과 진한 보라색의 다른 두 종류가 보인다. 특별한 이유는 모르지만 막 피어난 꽃과 지는 꽃이 같은 꽃술의 색을 가진 것으로 보아 종류가 다른듯 하다. 간혹 흰깽깽이풀도 보인다고 한다.


야생에서 무분별한 채취로 자생지가 파괴되는 수난을 겪는 대표적인 야상화 중 하나다. 그것을 알았을까. 이곳에 다시오면 또 볼 수 있다는 듯 '안심하세요'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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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통통~. 방앗간, 아득한 기억 속 발동기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릴 것 같은 그리움이 서려있는 곳이다. 추수한 나락의 껍질을 벗기고 알곡의 표면을 깎아 눈이 부시도록 하얀 쌀을 내어 놓던 정미소다.

넓다란 들판 한가운데 자리잡은 동네를 가로지르는 길가에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서 있는 정미소를 만났다. 하늘과 땅의 보살핌으로 농사지어 그 풍요로움을 누렸을 영화는 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나고자란 터를 지키고 있는 늙은 농군의 가슴에 있던 그자리 그대로다.

내게 정미소는 아버지를 떠올리는 몇 안되는 기억 속에 자리잡은 공간이다. 아득한 어린시절에 들었던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아버지의 손에 의해 시작된 발동기 소리따라 움직이던 정미소는 사라졌고 아버지도 다시는 볼 수 없다. 내 기억 속 그곳과 닮은 정미소를 만났다.

잊어버리지 않고 추수철이 끝나는 때를 기다려 찾아가 보리라. 통통통통~ 다시 울릴지도 모르는 발동기 소리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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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7-04-10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 여기 가본 적이 있는데 혹시 영천, 벽화마을 근방이 아닌지요?

무진無盡 2017-04-11 03:48   좋아요 0 | URL
전남 담양에 있는 곳입니다 ^^
 

'얼레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껏 멋을 부렸다. 꽃의 사명이 매개체를 유혹하여 결실을 맺는데 있다지만 독특한 자태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꽃잎을 젖힌 모습은 넋을 잃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봄 곁이 숲 숲이르다 깊숙히 들어오는 이른봄에 피는 봄꽃치고는 제법 키도 크고 꽃도 크면서도 과도한 몸짓을 하는 이유가 있을텐데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신비의 세계다.


얼레지라는 이름은 두 장의 다소 큰 잎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잎은 녹색 바탕에 자주색 무늬가 있는데, 이 무늬가 얼룩덜룩해서 얼룩취 또는 얼레지라고 부른다.


햇볕을 좋아하는 얼레지는 아침에는 꽃봉오리가 닫혀 있다가 햇볕이 들어오면 꽃잎이 벌어지는데, 불과 10분 이면 활짝 피고 오후가 가까워지면 꽃잎이 뒤로 말린다. 꽃 안쪽에는 암자색 선으로 된 'W'자 형의 무늬가 선명하게 나 있다.


가재무릇이라고도 하는 얼레지는 숲에서 홀로 고고한 자태를 한껏 뽑내는 모습에서 비롯되었는지 '질투', '바람난 여인'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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