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들이'
볕 좋은날 느긋한 주말을 봄마중 나갔다. 궁금한 몇가지 꽃들의 만나기 위해 비워둔 시간이라 급할 것도 없이 나선 길이다. 이제 시작되는 나무와 풀의 몸풀이가 궁금하다.


변산바람꽃 앞엔 꽃보다 사람들이 더 많다. 쓸고 닦고 치우고 말끔해진 자리에 돗자리까지 펼치고 심지어 물까지 뿌려대며 대포를 쏘느라 정신없는 사람들 틈에 겨우 눈맞춤 한다. 싹이 나고 꽃봉우리 맺고 활짝피고 이제는 시든 모습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그것으로 위안 삼는다.


잘 찍은 사진 속 야생화는 분명하게 좋아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신경써서 식물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금방 알 수 있다. 인위적으로 꾸민 사진인지 아닌지 말이다. 잘 찍힌 사진 속 야생화보다 우선되는 것은 야생화들의 삶이고 그것을 보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다시 보고 싶으면 그 터전을 보호해야 한다. 내년에도 다시 볼 수 있기를ᆢ.


남도는 이미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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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동안 벙그러지는 미소를 나로써는 감출 재주가 없다. 게슴츠레 감은 눈이 작다고 탓하기보다는 내 눈도 따라서 저절로 감게 된다. 안경까지 썻으니 감은 눈에 더 주목 한다. 툭 튀어나온 턱에 두툼한 입술이 주는 천연덕스러움은 닮고 싶지않지만 그것을 뺀다면 무엇이 남을까 싶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둘 수밖에 없다.


새벽 잠을 깨우는 처마밑 풍경소리, 들판 가운데서 맞이하는 아침 햇살, 손바닥만한 뜰 안 나뭇가지 사이를 오가며 새들의 몸짓, 토방 아래 가득 핀 꽃의 풍성함, 서산을 넘는 붉은 노을, 저물녘 가냘프게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 까만밤 쏟아질듯 품으로 안기는 별빛, 서재 깊숙히 안겨드는 달빛까지 내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들이다. 무엇하나 뺄 것이 없다. 여기에 무엇을 더하랴.


안분지족安分知足, 분수에 만족하여 다른 데 마음을 두거나 구속되지 않고 편안히 생을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것을 갖추었기에 누리는 것이 아니다. 제 삶의 조건에 어울리는 마음가짐의 바탕이 이와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이면 이와 같을까. 몆번을 보고도 차마 사진으로 담을 수 없었던 모습이다. 수많은 고사성어를 떠올리면서 내 일상의 거울로 삼고자 했으나 이 표정앞에서 무력화되었다.


살아가는 동안 내 마음의 표정이 이와같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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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개불알풀'
흔하게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꽃을 보는 일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눈 속에 핀 매화나 설중 복수초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꽃이 어디 그것뿐이랴는 듯 양지바른 곳에 이른 봄꽃들이 피어 눈맞춤을 기다리고 있다.


이름도 아주 민망한 풀이 꽃을 피웠다. 그치만 꽃의 색깔도 모양도 이쁘기만 하다. 봄이 무르익을 무렵에 피는 꽃이 벌써 피었다. 밭이나 들, 집 앞 화단이나 공원의 산책로 주변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조그마한 크기의 예쁜 꽃이다.


이 식물의 이름은 꽃이 지고난 후 열리는 열매가 개의 불알을 닮은 것에서 유래한 것인데 사실은 일본어로 된 이름을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이렇게 붙여졌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봄까치꽃'이라고 부르자고 하지만 같은 종의 다른 식물과의 문제로 이 또한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개불알이란 명칭이 붙은 꽃으로는 '개불알꽃'이 있는데, '개불알풀'과는 종류가 전혀 다른 종류다.


또 하나 특이한 별칭으로는 '큰지금'이라는 이름이다. 지금이란 한자로 '지금地錦', 즉 땅 위의 비단이라는 뜻이다. 봄날 이 꽃이 군락을 지어 피어 있는 모습이 비단을 쫙 깔아놓은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기쁜소식'이라는 꽃말이 봄의 첫날에 눈맞춤하기에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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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 집 개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와 내 언어 속에 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고, 앉고, 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봄은 자유롭다. 자 봐라, 꽃 피고 싶은 놈 꽃 피고,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 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 게 안 반짝이든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


*오규원의 시 '봄'이다. 기다림이 간절히질수록 대상은 더디오는 것이더라구요. 겨울의 끝자락 2월 마지막 날에 봄을 기다라는 까닭을 생각해 봅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또가원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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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동안 놀기에 적당하지 않은 날이 없고, 한 세상에서 함께 놀기에 적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러나 노는 날은 반드시 좋은 때를 골라야 하고, 함께 놀 사람은 반드시 마음에 맞는 이를 찾아야 한다. 좋은 날에 좋은 사람을 찾았으면, 또 반드시 즐기기에 적당한 장소를 골라서 즐겨야 한다.

좋은 때를 고르자면 늦봄의 화창한 삼짇날보다 더 어울리는 날이 없고,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자면 진솔한 시인 묵객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 없으며, 즐기기에 적합한 곳을 가리자면 호젓하고 툭 트인 울창한 숲과 냇물보다 더 어울리는 장소가 없다. 이 세 가지를 갖춘 뒤에야 그 놀이가 세상에 널리 알려질 수 있다. 이것이 왕희지의 난정계첩이 오늘날까지 오래도록 일컬어지는 까닭이다.


*조선시대 사람 권상신(1759~1825)이 주도한 대은암의 꽃놀이를 김홍도가 그린 '은암아집도隱巖雅集圖'에 찬贊을 붙인 글의 시작 부분이다.


권상신의 다른 글, '남고춘약南皐春約'에 따르면 젊은 시절 절친 들과 과거 공부를 핑계로 모여 함께 한바탕 봄놀이를 즐기고자 하여 규약을 정한 것이 있다. 여기에는 "첫째, 밥을 먹기 전에 어떤 장소에서 꽃구경을 할지 의논하여 결정한다. 둘째, 보슬비나 짙은 안개, 사나운 바람이 불어도 가리지 않는다. 셋째, 갈 때 소매를 나란히 하기도 하고 또 걸음걸이를 나란히 하기도 한다. 넷째, 꽃구경을 하는 이 중에 꽃을 꺾는 것을 즐겁게 여기는 이가 있는데, 매우 의미 없는 짓이다. 다섯째, 술잔을 돌릴 때 작은 잔을 나이순으로 돌린다. 여섯째, 운을 내어 시를 지을 때, 하나의 운으로 함께 짓기도 하고 운을 나누어 각자 짓기도 한다." 로 정하고 이를 어길시는 별도로 마련한 규칙에 의해 벌칙을 받아야 한다고 정했다. 벌칙은 정도에 따라 최고로 무거운 것이 술이 다섯잔이다.


우수雨水가 지나며 날이 풀린다는 것을 앞서가는 마음따라 몸도 알아 본다. 눈 속에 핀 꽃을 찾아 꽃놀이를 시작한 이래 한층 가까워진 꽃소식을 접하며 마음은 안달복달이다. 이에 옛사람들의 꽃놀이에 대한 글을 찾아 읽으며 꽃을 대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본받고자 한다. 꽃을 핑개로 벗들과의 교류가 중심이겠다. 하지만 번잡함을 피하는 사람으로 혼자 누리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을 알지 못한다.


앞 산 기슭으로부터 매향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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