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인연이다. 절정의 순간이며 운명지워진 만남이다. 순연順緣이라 여기기에 옷깃을 여미고 숨을 가다듬는다. 무슨 조화가 있기어 이런 장면을 만들 수 있을까?


서둘러 핀 꽃이 때마춰 내린 비를 만나 때보다 먼저 꺾였다. 차마 질 수 없어 자리를 옮겨서라도 다시 피어나야 했으리라. 백척간두의 간절함이 이룬 결과이기에 숭고하마져 깃들었다.


봄이 준 선물이 하나 더 왔다. 두고두고 피어있으라고 지켜보는 이의 향기를 더하여 곱게 모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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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언어사전'
-이정록, 문학동네


봄날, 노오란 개나리가 피어 있는 담장 아래 볕바라기하는 마음과 닮았다. 따스하고 여유롭기에 무엇이든 다 품에 안을 수 있는 봄날처럼, 손에 들면 노랗게 봄물이라도 들 것 같은 속삭임이다.


새로운 방식의 시집이다. '가갸날'부터 '힘줄'까지 익숙하거나 생소하거나 때론 의외의 낯선 낱말들로 쓴 316편의 시를 엮었다.


독특한 장정도 주목되지만 봄볕마냥 샛노란 표지에 혹시 손때라도 묻을까 염려되어 조심스럽다. 시인도 처음이고 시인의 글도 처음이기에 첫걸음 내딛는 아이 마음으로 첫장을 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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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녁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앵두꽃이 피었다. 반사적으로 김윤아의 노래 '봄이 오면'을 저절로 흥얼거린다. 몸도 마음도 비로소 봄 속으로 들어온 셈이다. 가지 끝에서 피어 안쪽으로 촘촘하게 가득 피는 동안 봄은 무르익어 갈 것이다.


핏빛 사월의 첫날이다.
흐린 하늘 아래 숨막히도록 가득히 앵두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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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
몇번이고 그 숲에 들었는지 모른다. 노루귀 꽃잎 떨구면서부터 행여나 소식있을까 하는 없는 짬을 내서라도 숲에 들었다. 지난해 큰 무리는 사라졌지만 옂전히 봄 숲에 고운 등불 밝히는 꽃이다.


가늘고 긴 꽃대를 꽃만큼이나 이쁜 잎과 함께 붉은 생명의 기운으로 새싹을 낸다. 여럿이 모여 핀 풍성한 모습도 홀로 피어난 모습도 모두 마음을 빼앗아가는 녀석이다.


아름다운 것은 빨리 시든다고 했던가. 피는가 싶으면 이내 꽃잎을 떨군다. 하트 모양의 잎도 꽃만큼이나 이쁘다. 꽃잎 다 떨어지고 난 후 더 주목하는 몇 안되는 종류 중 으뜸이다.


강아지가 먹으면 깽깽거린다거나, 농사를 준비하는 바쁜 철에 피어난 모습이 마치 일 안 하고 깽깽이나 켜는 것 같다거나 깨금발 거리에 드문드문 피어서라는 등등 낯선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에 대한 유래는 여러가지다.


이 이쁜 모습에 유독 사람들 손을 많이 탄다. 수없이 뽑혀 사라지지만 여전히 숨의 끈을 놓지 않은 생명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안심하세요' 라는 꽃말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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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이월 보름이며 삼월 말일이다. 날짜로만 본다면 아직 한참은 멀었을 봄이 성질 급하게 지나가고 있다. 달의 시간과는 상관없이 해의 시간으로는 삼월 마지막 날이다. 머뭇거리던 봄이 한꺼번에 피어나느라 야단법석이다. 내일이면 핏빛 사월이니 꽉찬 봄 속으로 들어간다.


모춘삼월暮春三月, 봄이 저물어 가는 음력 삼월을 말하지만 보름이나 남았다. 내겐 서툰 봄맞이가 무르익어간다는 말이기도 하니 가는 봄 보다는 여문 봄에 방점을 찍는다. 봄기운으로 넘치지만 뭔지 모를 아련함이 머무는 가슴 속처럼 해 저물어가는 무렵 나뭇가지 끝에 매화가 걸렸다.


여물어가는 봄, 
그대 가슴에 핀 꽃에 향기로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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