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요등'
꽃을 보기 위해 늘 먼길을 나설 필요는 없다. 사는 곳이 어디건 꽃 없는 곳은 없기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지천으로 꽃이 있다.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무슨 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골목 입구에 늙은 감나무 한그루 있고 그 감나무를 경계로 돌담이 남아 있다. 담쟁이덩굴이 주를 이루지만 이에질세라 덩굴로 자라며 세력을 확장시켜가는 식물이 이 계요등이다. 들고나는 때마다 눈맞춤 한다.


통모양의 꽃이 줄기 끝에 다닥다닥 붙어서 핀다. 꽃통의 윗부분은 다섯 개로 갈라지고, 꽃은 약간 주름이 잡히면서 하얗게 핀다. 안쪽은 붉은 보랏빛으로 곱게 물들어 있고, 제법 긴 털이 촘촘히 뻗쳐 있다. 이 붉은색을 보는 맛이 여간 아니다.


계요등은 닭 오줌 냄새가 나는 덩굴이란 뜻이다. 잎을 따서 손으로 비벼 보면 약간 구린 냄새가 나는 것에서 유래했다. 계요등의 다른 이름은 구린내나무다. 냄새 역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나에겐 기피할 만큼 싫은 냄새는 아니다.


다른 식물을 감고 자라기도 하고 땅으로 넓게 퍼지기도 하듯 환경에 잘 적응하는 모습에서 비롯된 것일까. '지혜'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얄궂다. 어찌하다 그곳에 자리잡았을까. 그것도 틈이라고 파고들어 자리를 잡고 움을 틔웠다. 폭염 속에서도 간신히 버티는 모습이라기보다는 든든한 생명의 보금자리에 든 것처럼 안정적이다. 생명의 근본이 이렇다는듯 의연하다.


7월 마지막날, 한낯 열기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 반가워할 이유도 없는데 무서울 것 없다는듯 거침없이 파고들어오는 열기에 속절없이 당하고만다. 땡볕도 제 열기를 주체하지 못하는듯 비틀거린다. 이렇게 세상이 제것인듯 날뛰는 것은 얼마 남지않은 몸부림이라는 것을 스스로 아는 까닭이다.


염덕炎德이라며 세상을 보듬었던 조상들의 마음자리는 책 속에서만 머물고, 소나기 소식은 산 너머에서만 들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기다림으로'
저절로 피고 지는 것이 있을까?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견디면서 이겨나가야 비로소 때를 만날 수 있고 꽃을 피울 수 있다.


유독 긴 꽃술을 품고 있는 저기 저 누리장나무 어린 꽃봉우리도 마찬가지다. 여리고 여린 저것이 본연의 꽃을 피우려면 조금더 이 뜨거운 볕을 이고서도 더 기다려야 한다.


바람이 쓸고간 지난밤 달빛은 유난히도 맑고 깊었다. 그 달빛이 하도 아까워 한줌 손아귀에 쥐고 품속으로 넣어두었다. 하루를 건너기 버거운 어느날 곱게 펴서 스스로를 위안 삼으리라.


기다림이란 지극한 그리움을 가슴 속 가득 쌓아두는 일 이다. 하여, 이 또한 수고로움을 견뎌내야 한다. 아프고 시리며 두렵고 외로운 이 수고로움이 가득차면 그대와 나 꽃으로 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_읽는_하루


비스듬히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정현종 시인의 시 '비스듬히'다. 저 홀로 살아가는듯 보여도 함께 있지 않으면 절대로 살 수 없는 것이 모든 생명들의 운명이다. 사람이 사는 일도 마찬가지여서 서로 의지처가 되며 그렇게 기대며 산다. 내 스스로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할 이유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한국 산문선 6 : 말 없음에 대하여
-정민,이홍식 편역, 민음사


8권부터 시작한 책 읽기가 한 숨 쉬었다가 다시 손에 들었다. 이제 6권이다.


신정하, 이익, 정내교, 남극관, 오광운, 조구명, 남유용, 이천보, 오원, 황경원, 신경준, 신광수, 안정복, 안석경


6권에는 18세기 전반기에 해당하는 영조 연간에 활동했던 인물들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익히 들었던 이름들이 많고 관심가는 사람도 있어 옛사람들의 사색의 행간을 더듬어보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한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만나 어떤 문장이 마음에 깃들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