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바람꽃
추위도 무릅쓰고 화려하게 봄소식을 전해주는 변산바람꽃의 위용에 마음을 빼앗긴 사이에 봄바람 살랑이듯 다른 꽃이 피었다. 이 꽃을 처음으로 만났던 곳을 찾았다. 그때보다 제법 더 큰 무리를 지어 피고 있다.

생긴 모양만큼이나 재미있는 이름을 가졌다. 나만 바람꽃인 줄 알았더니 너도바람꽃이란다. 다른 바람꽃들의 단정함에 비해 너도바람꽃은 자유분방하다. 꽃 모양도 자라는 모습도 모두 제각각이라 어디에 눈맞춤할지 난감하다.

삐뚤빼뚤 자연스런 하얀색의 꽃받침과 꽃잎은 2개로 갈라진 노란색 꿀샘으로 이루어져 있고 수술이 많은데, 바로 이 부분이 너도바람꽃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복수초, 변산바람꽃은 겨울 영역에 속한다면 너도바람꽃이 피면 비로소 봄이라고 하여 절기를 구분해주는 꽃이라고 해서 ‘절분초’라고도 한다.

얼어붙었던 물이 녹아 흘러내리는 소리의 리듬에 따라 춤이라도 추는듯 살랑거리는 계곡에서 만난다. 겨우내 얼었던 마음이 녹아 풀어지듯 닫힌 마음이 열리기를 염원하는 짝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았을까. '사랑의 괴로움', '사랑의 비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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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月 망월

未圓常恨就圓遲 미원상한취원지

圓後如何易就虧 원후여하이취휴

三十夜中圓一夜 삼십야중원일야

百年心思摠如斯 백년심사총여사

달을 바라보며

둥글기 전에는 어여 둥굴기만 바라더니

둥근 뒤에는 어찌 그리 쉬이 기우는가

서른 밤 중에 둥글기는 단 하룻 밤인걸

평생에 마음 쓰는 일들 다 이와 같구나

*조선사람 구봉 송익필(宋翼弼, 1534~1599)의 시다.

달을 보는 것이 사람 사는 일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절정의 순간 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시간이 둥근달을 기다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룻밤이면 기우는 것을.

화양연화花樣年華를 바라는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정점은 만개한 때 만이 아니다. 역경 속에서 꽃을 준비하고 꽃을 피워 열매 맺고 지는 모든 순간이 다 화양연화라 보아야 한다. 생명이 어느 한순간만이 주목받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긴 겨울이 만들어 낸 복수초가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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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는 몸보다 마음이 급하다지만

걸음을 끌고가는 것은 문턱을 넘는 발걸음일지도 모른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이끼에 맺힌 물방울이 봄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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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

대부분 꽃으로 만나지만 꽃도 잎도 모르면서 매번 열매로만 만나는 나무다. 그러니 볼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숲길에서 열매를 보고서야 겨우 이름 부를 수 있다.

꽃은 노란빛이 도는 녹색으로 잎보다 먼저 잎겨드랑이에 달려 핀다는데 아직 직접 확인하진 못했다. 암꽃과 숫꽃이 딴 그루에서 다른 모양으로 달린다고 하니 기억해 둬야겠다. 보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독특한 모양의 열매가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발걸음을 붙잡는다. 4개의 씨방이 대칭형을 이루며 꽃처럼 달려 있다. 씨방에는 검은색 종자가 들어 있다.

많은 꽃들이 피는 시기에 함께 피니 주목하지 못했나 보다. 올 해는 꽃도 잎도 확인할 기회를 가져야겠다. 그래야 열매만 보고 아쉬움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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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봄꿈을 꾸며

​만약에 말이지요, 저의 임종 때,

사람 살아가는 세상의 열두 달 가운데

어느 달이 가장 마음에 들더냐

하느님께서 하문하신다면요,

저는 이월이요,

라고 서슴지 않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눈바람이 매운 이월이 끝나면,

바로 언덕 너머 꽃피는 봄이 거기 있기 때문이지요.

네 이월이요. 한 밤 두 밤 손꼽아 기다리던

꽃피는 봄이 코앞에 와 있기 때문이지요.

살구꽃, 산수유, 복사꽃잎 눈부시게

눈처럼 바람에 날리는 봄날이

언덕 너머 있기 때문이지요.

한평생 살아온 세상의 봄꿈이 언덕 너머 있어

기다리는 동안

세상은 행복했었노라고요.

*김종해 시인의 시 "봄꿈을 꾸며"다. 2월도 중순, 코끝을 스치는 바람에 온기가 담겼다. 바로 언덕 너머에 봄이 와 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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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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