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
늘푸른 잎으로 시간을 살며 특별히 주목받지 않고서도 잘 자란다. 가지에서 공기뿌리가 나와 암석이나 다른 나무에 붙어 의지하며 살아야하지만 그로인해 버티는 힘으로 작용되기도 하여 돌담장에 심기도 한다.


가을에 핀다는 꽃을 볼 기회가 없다. 잎에 묻히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분명 꽃이 피어 열매를 맺는다. 남해바다 섬마을의 돌담길에서 눈맞춤한 이후 알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오래된 것으로는 고창 선운사 인근 선운천 건너편에 천연기념물 367호로 지정된 송악 한 그루가 절벽에 붙어 자라고 있다. 이 송악은 굵기는 물론 나무 길이와 나이까지 모두 우리나라 최고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남부지방에서는 소가 뜯어먹어 소밥이라고도 한다. '신뢰', '우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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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본다. 등돌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대 생각 않으려도 생각이 절로 나네 不欲憶君自憶君
그대는 무슨 일로 언제나 멀리 있나. 問君何事每相分
까치가 기쁜 소식 전한다 말을 마오 莫言靈鵲能傳喜
공연히 저녁까지 놀래기를 몇 번인고. 幾度虛驚到夕曛


*여류 시인 박죽서朴竹西의 '술회述懷'란 작품이다. 없는 소식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이 아마도 이럴 것이다. 답답하고 울쩍한 마음이 가슴가득 차오를 동안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까치의 울음 소리가 괜히 야속키만 하다.


김홍도는 '작도鵲圖'라는 그림에 까치 한 마리를 그려놓고 그 설명에는 "마른 나무 등걸에 앉아서 깍깍대니, 우는 것은 삼가 기쁜 소식 알리기 위함일세"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제는 까치가 전해줄거라는 기쁜 소식에 대한 희망도 더는 믿을 수가 없다.


하여, 한그루 나무에 때를 달리하여 날아와 울어대던 까치를 억지로 마주보게 했다. 이렇게라도 해서 까치소리에 기댄 마음 위안 삼는다. 산을 넘어 남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몹시도 차가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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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깨끗하다. 산을 넘기에 더딘 아침해를 대신해 눈을 털어낸 하늘이 스스로 붉어지며 개운함을 전한다. 알싸한 공기가 가슴 깊숙히 파고들어 허트러진 몸에 긴장감을 일깨우기에 옷깃 마음깃 다독인다.

은은하게 품으로 파고드는 들판의 시원함으로 고운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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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구슬나무'
연보랏빛의 조그만 꽃들이 무더기로 피는 때면 잊지 않고 찾아보는 나무다. 꽃 하나하나도 이쁘지만 모여 핀 모습도 장관이다. 어디 꽃 뿐이랴. 향기 또한 그윽하니 더없이 좋다.


남도 국도변을 따라 드문드문 보이는 나무다. 공원에 몇그루씩 심어져 있기도 하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도 아니다. 박물관 뜰에서 보고 매년 꽃필때면 찾았는데 의외로 가까이 있었다. 올봄에 내 뜰에도 한그루 심어볼 요량이다.


천연기념물 제503호로 지정 보호되는 나무도 있다.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읍 교촌리에 있는 멀구슬나무가 그것이다.


"비 개인 방죽에 서늘한 기운 몰려오고
멀구슬나무 꽃바람 멎고 나니 해가 처음 길어지네
보리이삭 밤사이 부쩍 자라서
들 언덕엔 초록빛이 무색해졌네"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03년에 쓴 '농가의 늦봄田家晩春'이란 시의 일부다. 남도 땅 강진이니 그때도 사람사는 근처에서 함께 살아왔나 보다.


멀구슬나무라는 이름은 열매로 염주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목구슬나무'로 불리다가 이후에 '멀구슬나무'가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겨울 주렁주렁 열매를 달고 있는나무라 쉽게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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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이 녹듯이ᆢ'
얼어서 얼마나 견딜 수 있으랴. 얼어 단단하게 보일지라도 녹아내리지 못하면 결국은 부러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닫아둔 마음이 늘 외롭고 쓸쓸한 이유다.

햇볕과 바람 앞에 고드름이 녹는다. 어는 것과 녹는 것이 얼핏 다른 이야기로 보이지만 본질은 같다. 언다는 것은 녹아내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얼고 맺히고 닫힌 모든 것들은 녹고 풀어지고 열려야 깊어지고 넓어진다. 그렇게 깊어지고 넓어진 마음자리에 꽃이 피어날 틈이 생긴다. 걸어둔 빗장에 틈을 내 숨을 쉴 수 있도록 하자.

열고 맺힌 것을 스스로 풀어내는 마음에 정성껏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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