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春雪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雨水節(우수절) 들어
바로 초하로 아츰,

새삼스레 눈이 덮힌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 하다.

어름 글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롬 절로
향긔롭어라.

웅숭거리고 살어난 양이
아아 끔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 순 돋고
옴짓 아니긔던
고기입이 오믈거리는,

꽃 피기전 철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정지용의 시 '춘설'이다. 

조금 서둘러 나와 까치소리에 눈내리는 아침을 맞는다. 소복하게 나리는 눈이 솜이불과도 같이 포근하다. 어찌 반갑지 않으리오. 이 귀한 풍경 보이려고 지난밤 반달은 그리 밝았나 보다. "꽃 피기전 철아닌 눈에/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며 노래한 시인의 심사를 알듯도 하다. 

하늘이 준 귀한 선물 '춘설春雪', 마음껏 누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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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3-07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눈이 참 멋있게 쌓였네요^^: 마지막 겨울을 불태운 듯 합니다..

무진無盡 2017-03-08 22:02   좋아요 1 | URL
차분하게 인사하듯 눈이 내렸습니다.
 

'든자리 난자리'
무엇이든 난자리는 표시가 난다고들 한다. 보통은 있을때 잘하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말이다. 가까이 있고 늘 보는 것의 소중함을 미쳐 헤아리지 못하는 안일한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겠다. 물론 보낸이의 입장에서 떠난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근본 바탕임을 안다.

열매가 떨어진 후 때죽나무의 모습이다. 겨울숲 곳곳에서 마주하는 모습 중 하나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그 열매에 미래를 담았다. 열매에 담아둔 나무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열매는 자신을 키워준 그곳을 잘 떠나야 한다.

이곳에선 더이상 난자리에 대한 애석함이 없고 잘 비웠다는 안도감에 미래에 대한 기대감까지 있다. 결코 돌아보는 일이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위해 떠난이의 입장이다.

때죽나무 열매처럼 무수한 생명들이 이런 순환을 반복한다. 삶과 죽음으로 이어지며 끝없는 생명의 순환의 시작점인 봄의 초입에 섰다. 난자리가 더이상 허전하지 않기 위해 든자리를 든든하게 마련하자. 봄이 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볕 좋은 날이다. 남쪽을 바라보고 앉아 볕에 실려오는 생명의 봄기운을 가슴 가득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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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
닿지 못할 하늘의 별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땅에 꽃으로 피었다. 아득하여 빛으로만 반짝이듯 땅에 꽃으로 핀 별도 순백으로 빛난다. 하늘의 별과 땅의 별이 사람 마음에 다 꽃으로 다르지 않다.


열개로 펼쳐진듯 하지만 디섯의 꽃잎을 가졌다. 그 사이가 하늘과 땅의 거리를 담았는지도 모른다. 작은꽃이 오묘함을 담았으니 흔하다고 가벼이 볼 일이 아닌 것이다.


별꽂은 길가나 밭 등의 햇볕이 잘 드는 곳에 흔히 자라는 잡초로 취급 받지만 봄에 일찍 꽃이 피어 봄소식을 전해주는 식물 가운데 하나다.


별꽃, 쇠별꽃, 개별꽃은 별꽃이라는 이름을 같이 쓰기에 모습이 비슷하지만 별꽃은 쇠별꽃보다 크기가 작으며 암술대가 3개로 암술대가 5개인 쇠별꽃과 뚜렷이 구분되고 개별꽃은 5개의 꽃술이 하얀 꽃잎에 하나씩 놓여서 구분된다.


별처럼 아름다운 작은 꽃은 떠나온 하늘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는지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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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03-08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진無盡님의 글과 사진은 항상 마음을 시원하게 만듭니다...^^

무진無盡 2017-03-08 22:02   좋아요 0 | URL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문학세계사

봄, 바람결에 전해지는 온기를 마음이 먼저 알아보는 때다. 몸보다 마음이 앞선다는 말이기에 몸과 마음의 간격만큼 서툴고 어설픈 것이 봄맞이다. 삶의 봄 또한 다르지 않다.

"등단한 지 54년째 봄을 앞두고, 봄을 기다렸던 그 기간 동안, 사람의 몸으로 부딪혔던 온갖 열정과 감성, 슬픔과 눈물, 고통과 위안이 담긴 서정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내가 쓴 서정시 33편’을 스스로 골라" 새로운 시집으로 엮었다.

"추운 겨울이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 시인의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의 마지막 구절이다. 만물이 꽃으로 필 때이고, 필 준비로 분주할 때이다. 그 봄, 피는 꽃 보며 나도 꽃으로 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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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땅이 녹아 풀어지면서 조그마한 계곡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좋다. 자신을 비워냈던 겨울숲이 다시 채워갈 준비를 마쳤다는 소식이 사방에서 들린다. 봄 볕드는 숲에는 뭇생명들이 깨어나고 아직 제 사명을 다하지 못한 것들은 봄바람에 서둘러 길을 떠나고 있다.

아직은 겨울숲의 특유의 색감이 살아있고 몸을 기대어 꽃을 피웠던 나무 가지 위에 사위질빵의 씨앗이 매달려 있다. 길 떠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도 없이 숲을 파고드는 햇살에 마냥 몸을 맡기고 태평이다.

이렇듯 자연 속 생명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몸을 맡기고 제 삶을 산다.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지만 애써 다르다는 것을 부각시켜 스스로 고립을 초래한다. 혹, 삶과 죽음ㆍ행복과 불행ㆍ공존과 고립 등과도 같은 것들의 경계가 여기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아닐까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숲에서 잠시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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