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김인선 글모음, 메디치미디어

현실과 꿈 사이, 도시와 자연 사이,
이승과 저승 사이를 떠돌며
끊임없이 마음에 굴러 떨어지는 문장들

그를 모른다. 다만, 그를 기억하고 기리고자 하는 이들의 밝고 따뜻한 마음을 알기에 기꺼이 나눴고 나도 이제 손에 들었다.

고인이된 그를 이제서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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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꿩의다리'
훌쩍 키를 키웠으면서도 균형을 잡은 모습으로 연보라색 꽃을 피운 모습이 경이롭다. 작은 꽃들이 가지마다 옹기종기 모여 더 큰 꽃으로 피었다. 꿩의다리들 중에 가장 화려한 치장을 한 금꿩의다리다.


꽃 닮은 이가 나눠준 내 뜰의 금꿩의다리는 아직 꽃대도 내밀지 않았는데 제주도에서 만난 꽃으로 이른 인사를 나눴다. 독특한 매력으로 주목 받기에 충분하다. 연보라색의 꽃잎과 노란 꽃술의 어우러짐이 환상이다.


꿩의다리는 줄기가 마치 꿩의 다리처럼 길기 때문이고 금꿩의다리는 수술 부분의 노란색 때문에 꽃에 금이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여 금꿩의다리라고 한다.


산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하는데 야생에선 한번도 본 적어 없다. 다른 꿩의다리들에 비해 키가 크다. 여기에서 꽃말인 '키다리 인형'이 유래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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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을유사상고전
묵자 지음, 최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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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墨子로 시대의 벽을 넘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다오래 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인류는 인간의 삶의 근본과 그 인간들이 구성한 사회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심도 깊은 사유의 결과물을 도출했다그로부터 2500여 년이 흘렀지만 인간의 사유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어떤 측면에서 후퇴한 모습을 보여준다그 긴 시간 인간의 역사는 무엇으로 이해해야 할까공자를 필두로 제자 백자들의 사유의 결과물은 사람의 본성과 사회구성원 간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살피는데 여전히 유효하며 때론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다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류 사상 가장 활발했던 사상 논쟁은 춘추 전국 시대의 제자백가일 것이다이 중에서 유가와 더불어 쌍벽을 이룬 철학 사상이지만 공자의 유가 사상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가 묵자의 묵가다묵자(墨子)출생 시기나 활동했던 나라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기록으로 서술되어 있어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지만 대략적으로 노동 계급에 속한 장인 출신이지만 학습과 실천을 통해 스스로 일가를 이뤄 위대한 스승으로 거듭난 것으로 모아진다고 한다.

 

최환 선생이 번역하고 을유문화사 발행한 묵자를 통해 묵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책의 두께만큼이나 멀리 있었던 '묵자'를 손에 들었다책의 두께에서 오는 부담감은 첫 장을 펼치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으로부터 사라진다나름 운율까지 있어 쉽게 읽히니 그 뜻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더라도 우선 읽어보자뜻을 이해하는 것은 나중에 일이다.

 

묵자의 주요 사상은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으며 현명하고 첫째재능 있는 사람들을 등용하고 숭상해야 한다는 상현(尙賢)’, 둘째상급자와 하급자의 의견이 통일되어야 한다는 상동(尙同)’, 셋째서로 사랑하며 차별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겸애(兼愛)’, 넷째전쟁에 반대하는 비공(非攻)’ 등을 들 수 있다.

 

을유문화사의 묵자를 다른 번역본과 비교가 불가하니 이 책에서 만나는 묵가가 다라고 할 수밖에 없지만 초보자인 나에게 이 책만으로도 충분함이 있다비슷한 내용의 반복이 주는 학습효과가 있으며 앞에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이 계속 읽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측면이 많다편집체계가 원문에 음을 달아 한자에 익숙하지 못한 이도 원문을 읽어갈 수 있으며 번역된 글만을 읽어도 그 뜻을 따라가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여기에 세심하게 주석까지 달았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관심이 있어도 멀리 두었거나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유용한 이 책을 통해 묵자의 혁신적인 사상을 접한다사람을 중심에 두고 지위나 신분에 맞는 역할 규정으로 사람과 사회의 개혁이 어떻게 가능해지는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이 책을 통해 시대의 벽을 넘어 여전히 유효하고 때론 오히려 강력한 도구가 되는 동양철학의 세계를 다시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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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떨구었으니 다음생으로 건너가는 중이다. 꽃은 피고지는 매 순간을 자신만의 색과 향기를 몸 안에 생채기로 기록하며 다음생을 기약하는 자양분으로 삼는다.

꽃잎을 떨구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어제와 내일을 오늘에 담았으니 비로소 시작인 샘이다. 품고 있는 씨앗이 영글어 땅에 닿을 날을 기다린다. 붉은 노을을 보며 내일을 맞이하는 마음과 같다.

핀 꽃이 떨어져 땅에서 다시 피었다가 지는 것을 무심한듯 끝까지 지켜보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정情이 든다는 것도 상대방의 그림자에 들어가 나 있음을 억지로 드러내지 않는 것과 서로 다르지 않다.

하여, 정情이 들었다는 것은 각자 생을 건너온 향기가 서로에게 번져 둘만의 새로운 향기를 만들어내는 것임을 아는 일이다.

농담아회濃淡雅會,
벗들에게서 스며든 향기에 은근하게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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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비기나무'
지난해 딸아이와 섬나들이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독특한 모습에 짠물이 드는 바닷가 모래밭에 자리잡은 환경이 예사롭지 않았다.이번 제주도 나들이에서 지천으로 널린 모습으로 만나니 더 반가웠다.


해녀콩과 더불어 내가 만난 제주 해녀와 관련된 두번째 식물이다. 깊은 바다에서의 물질을 하는 해녀들은 평생 두통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 나무의 약성분이 두통에 좋아 치로제로 애용되었다니 깊은 인연이다.


순비기나무라는 이름은 해녀들이 물속에서 숨을 참고 있다가 물 위로 올라오면서 내는 숨소리를 ‘숨비소리’, 혹은 ‘숨비기 소리’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이래저래 해녀들의 삶과 얽힌 인연이 깊어 보인다.


열매를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 다음 베개에 넣어두면 두통에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해녀들의 고단한 일상을 함께했던 나무라고 하니 더 관심있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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