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리향'
안개 자욱한 가야산 정상에서 무수히 펼쳐진 꽃밭을 걷는다. 천상화원이 여긴가 싶을 정도로 만발한 꽃밭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한다. 첫인상이 강렬하다.


연분홍 꽃이 바닥에 융단처럼 깔렸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겨우 보이는 꽃들이 무리지에 핀 모습이 환상적이다. 잎도 작고 꽃도 작지만 큰 무리를 이루니 제 세상이다.


'향기가 발끝에 묻어 백리를 가도록 계속 이어진다'는 뜻에서 백리향이라 했단다. 잎에서도 꽃에서도 향기를 품고 있으니 그 향은 땅끝까지 갈 것이다.


유사한 섬백리향을 제주도에서 보고 나서 만났다. 구분이 쉽지 않다. '섬백리향'은 울릉도 바닷가 벼랑 끝 혹은, 섬 전체 바위틈새에서 군락을 이루며 사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천연기념물 제52호라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觀 바라보다'
간절함이다. 무엇인가로 향한다는 것이 품고 있는 마음자리가 그렇다. 나를 바라봐 주라는 것이든 같은 곳을 바라보자는 것이든 매 한가지다.

대상에 대한 간절함이 깃들어야 비로소 바라보는 것에 의미를 담을 수 있다.

스치듯 지나가며 풍경을 본다見는 뜻이 아니다. 대상을 이루는 요소의 내면을 들여다 봄觀에 이르고자 하는 길이다. 바라봄에는 겉과 안을 꿰뚫어 본질에 이르고자 하는 시퍼런 칼날과도 같은 열망이 함께 한다.

외피를 뚫고 본질에 닿아서 만나고자 하는 그곳, 내가 마음 편히 설 곳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국수 3'
-김성동 저, 솔

"'국수國手'는 바둑과 소리, 악기, 무예, 글씨, 그림 등 나라 안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예술가나 일인자를 지칭하는 말로, 장편소설 '국수'는 임오군변1882과 갑신정변1884 무렵부터 동학농민운동1894 전야까지 각 분야의 예인과 인걸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이야기다."

더디다. 시간도 걸리지만 내려놓았다 다시 잡게 만들기도 한다. 3번째 이야기로 들어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꽃을 사랑함에 대하여'
물과 땅에서 나는 꽃 중에는 사랑스러운 것이 매우 많다.
진나라의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사랑했고 이씨의 당나라 이래로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몹시 사랑했으나 나는 홀로 연꽃을 사랑한다.


진흙 속에서 나왔으나 물들지 않고
맑은 물 잔물결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고
속은 비었으되 밖은 곧아
덩굴은 뻗지 않고 가지도 없으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우뚝 깨끗하게 서 있으니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되 함부로 다룰 수는 없다.
나는 말하겠다.
국화는 꽃 중의 은일자요.
모란은 꽃 중의 부귀한 자요.
연은 꽃 중의 군자라고.
아!
국화에 대한 사랑은 도연명 이후에는 들은 적이 드물고
연꽃에 대한 사랑은 나와 같은 이가 몇 사람인고
모란에 대한 사랑은 많을 것이 당연하리라.


*중국 북송의 유학자 주돈이(1017~1073)의 애련설愛蓮說이다. 연꽃이 절정인 때다. 연못에 연을 심어두고 꽃 피기를 기다리는 마음이나 불볕 더위에도 연꽃을 보러가는 이들은 알까. 주돈이의 이 애련설로 출발하여 연꽃을 향한 마음들이 고귀해졌다는 것을.


김소월의 진달래, 김영랑의 모란, 이효석의 매밀꽃, 김유정의 동백(생강나무), 도종환의 접시꽃?등. 그 사람이 있어 꽃이 있는 듯 특정한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한사람의 칭송이 그렇게 만든 시초이나 뭇사람들의 암묵적 동의가 따라붙어 형성된 이미지리라.


꽃따라 사계절을 주유하는 마음 한가운데 특정한 꽃을 놓아두고 시시때때로 떠올리며 정취를 누리는 마음이 행복이다. 무슨 꽃이면 어떠랴, 향기와 모양, 색으로 들어와 은근하게 피어날 꽃이면 그만이다. 주돈이의 연꽃보는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8월의 첫날이다. 더위는 이때다 하고 절정일 것이나 염덕炎德을 생각한다. 이미 늦었다고 머뭇거리지 말고 연꽃 피었다 지는 것은 지극히 짧으니 그 때를 놓치지 마시라.


연향은 멀리서 더 은근한 손짓을 한다.


사진-배일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네발란'
가까이 두고도 보지 모하는 꽃들이 있다. 이유야 많겠지만 때가 아닌 것으로 여기면 그나마 아쉬움이 덜하다. 이 식물 역시 그랬다. 피었다는 소식이 올라와도 딱히 가볼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번엔 달랐다. 그 이유는 그곳에 가서야 짐작할 수 있었다.


연분홍 꽃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마치 하늘의 별들을 보는 것만 같다. 한참을 올려다보며 눈에 익히고서야 하나씩 눈맞춤 한다. 하나씩 보든 집단으로 모여 있는 모습이든 환상적인 모습이다.


열악한 환경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시각이고 그 식물에겐 최적의 환경일 것이다. 바위에 붙어 생을 어어가는 그 절박함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줄기에 잎이 붙은 모습이 기어가는 지네를 닮아서 지네발난이라고 한다. 멸종위기식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는데 올해 그곳은 풍성한 모습이어서 좋았다.


몇해에 걸쳐 그곳을 찾는다는 이들을 만나 들어보니 올해의 생육상태가 가장 좋았다고 하면서 놀란 표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올해 이곳을 찾은 것은 꽃이 불러서 온 것이라고 억지를 부려볼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