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잔대'
자줏빛이 선명하다. 색의 선명함으로 무겁지 않고 등치 큰 새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갈 듯 특이한 모양에 살아 곧 날아갈 것만 같다.


숫잔대는 남부 도서 지방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주변습도가 높거나 소형 늪지대와 같이 물기가 많은 곳에서 자란다. 다른 이름으로는 진들도라지, 잔대아재비, 산경채라고도 한다.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약재로 쓴다.


숫잔대라는 이름은 습지에서 자라는 잔대인 습잔대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악의, 가면, 거짓이라는 꽃말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신비롭다. 조금만 느린걸음이면 훨씬 많은 생명들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묘한 생명들의 모습을 만날 때마다 이 지구라는 별은 사람만이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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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後採新茶 우후채신다

乍晴朝雨掩柴扉 사청조우엄시비
借問茶田向竹園 차문다전향죽원
禽舌驚人啼白日 금설경인제백일
童稚喚友點黃昏 동치환우점황혼
纖枝應密深林壑 섬지응밀심림학
嫩葉偏多少石邨 눈엽편다소석촌
煎造如令依法製 전조여령의법제
銅甁活水飮淸魂 동병활수음청혼

비온 후 차를 따다

아침부터 나리던 비 잠시 개어 사립문을 지치고
차밭을 물어 물어 대나무 동산으로 향하노라
한 낮의 새 혀 같은 차 잎, 인기척에 놀라 소리 죽이고
어린 동자 불러 벗 삼으니 어느새 황혼이구려
깊숙한 숲속에는 예상대로 잔가지 빽빽한데
어린 차 잎 다분히 석촌 쪽에 치우쳤구나
법제대로 다려 졌는가
구리병에 생기 있는 차, 마시고 나니 혼이 맑아 오네

*초의 선사의 다송茶頌이다. 가을 장마라며 연일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가을 초입에 찻잎을 따는 것이 생소하지만 8월하순에서 9월 초순에 따는 차를 끝물차라고 한단다. 마침 비 그치고 햇살이 나니 문득 이 시를 떠올려 본다.

가을로 접어들며 싱숭생숭한 마음자리를 다독이는데 차를 마주하는 시간만큼 좋은게 또 있을까. 아직 단풍들지 않은 숲길을 걷는 것은 일부러 가을을 마중하러 나가는 것만 같아 주저하게 된다. 이때 찻잔을 놓고 마주 앉은 이 없이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시간이 이때쯤은 아닌가도 싶다.

靜坐處茶半香初 妙用時水流花開
정좌처다반향초 묘용시수류화개

'고요히 앉아있는 것은 차가 한창 익어 향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과 같고, 오묘하게 행동할 때는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것과 같네'

초의선사와 교분이 두터웠던 추사의 차에 대한 욕심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초의 선사에게 보낸 편지글에 들어 있던 다송茶頌이다.

고요함을 찾는 것은 오묘하게 행동하기 위해서다. 차를 마시고 나니 혼이 맑아 온다는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끝물차 따고 나면 차꽃 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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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고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더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 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정지용의 시 '고향'이다. 분주한 마음만큼이나 몸도 바쁜 때이다. 이것이 다 고향 앞으로 가는 길 위에 서기 위함이지만 고향은 옛날과 달라졌다. 아니 달라진건 나 자신일 것이다. 가고오는 길 내내 풍성한 마음이길 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장미축제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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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송이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느낀다. 하나를 알면 어느 순간 둘이 보이고 이것과 저것의 구별이 가능해진다. 우선 눈으로 익혀두면 첫만남에서도 이름을 불러줄 수 있다.


나선 길에서 못본다고 못 본다고 애를 태울일도 아니다. 때가되면 내 앞에 나타난다는 것도 안다. 부지런히 산과 들로 다니는 수고로움이 따를뿐이다.


자주색으로 핀 꽃이 모여 있다. 곧게 선 줄기에 밑에서부터 피기 시작해서 꼭대기까지 올라가며 핀다. 줄기에 털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자주색의 색감이 독특하게 다가오는 꽃이다.


제주도 한라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한라송이풀이라고 한다. 자생지가 한정되어 있고 종자번식의 취약성과 기후변화, 생육지 환경 변화 등으로 절멸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환경부가 2012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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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인다는 것'
드러냄은 꽃의 일이다. 꽃은 그래야 제 사명을 완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자신만의 색이나 향기 또는 한껏 멋부린 모양을 내고 자신을 드러내기에 여념이 없다. 그래야 매개체가 와서 오늘과 내일을 이어준다.

이 드러냄은 받아들임이 전재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있다. 애를 써서 드러냈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받아들임으로써 공감하고 공유코자하는 열린 마음일 때 드러냄이 빛을 발하게 된다.

드러내고 받아들임의 과정에 과대포장이나 축소, 은폐, 왜곡, 오해 등이 있다면 역시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된다. 이는 상호 간에 혼란과 무기력함, 상대에 대한 원망만 키워 원하지 않은 결과를 만든다. 

드러냄과 받아들임의 과정을 통한 감정과 의지의 상호작용은 관계의 질적변화를 불러온다. 이 질적변화는 순방향으로만 작동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 드러내고 받아들임은 이렇게 상호작용이 순조롭게 이뤄져야 주어진 사명을 완수할 수 있는 것이다.

드러내보이되 당당함을 잃지 않아야 하고 받아들이되 부끄러움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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