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으로 돌아가는
푸른 꿈을 꾸던
어느 봄날

달빛쑥차는
지리산의 오염되지 않은 산쑥을
황토방에서 하룻밤 띄운
발효쑥차 입니다.

몸도 마음도 함께 따뜻해지는
쑥차 한잔으로
스물일곱 청춘의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보는 시간,
그 기쁨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주전자에 물을 펄펄 끓인 다음 불을 끈 뒤
쑥차를 넣고 5분 정도 지나면
달빛 닮은 탕색이 우러납니다.
물론 다기에 넣고 끓여 마시면더 좋구요.

이야기를 파는 점빵

*지리산 형제봉 오르는 길 이야기를 파는 점빵 '토담농가'의 쑥차다. 종이봉투에 두 상자나 들었다. 상자의 뚜껑을 여니 주인장 닮은 정갈한 글이 마음에 온기를 전한다. 여기에 옮겨두고 고마움을 간직하고자 한다.

날이 차가워지면 저녁을 먹고 통과의례처럼 '달빛쑥차'를 마신다. 따뜻한 온기에 과하지 않은 향과 맛의 은근함에 빠져들었다. 겨울을 건너는 벗으로 지리산과 섬진강의 봄볕을 품은 '달빛쑥차'만 한 것이 없다. 

비어가는 봉지가 아쉬워 아껴마신다는 것을 아시고 또 이렇게 마음을 내셨다. 무엇보다 귀한 마음임을 알기에 기꺼이 받았다. 염치없다는 마음에 앞서 순하고 곱기만한 마음이라 저절로 안을 수밖에 없었다. 올 겨울 가슴 가득 온기 품고 건너가라는 넉넉한 마음이 좋기만 하다.

어미 소 닮은 순박한 주인장의 눈을 닮고 싶다.

#토담농가
경남 하동군 화개면 부춘길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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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환절기

네게는 찰나였을 뿐인데
나는 여생을 연신 콜록대며
너를 앓는 일이 잦았다

*서덕준의 시 '환절기' 전문이다. 갑잡스럽게 차가워진 날씨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이렇게 차가워지는 것은 다소 거리를 두었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을 줄이라는 계절의 변화로 이해한다. 사람의 온기를 나누며 추운 계절을 건너가자.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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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제1낙樂

맑은 창가에 책상을 깨끗이 정돈하고,
향을 피우고,
차를 달여놓고,
마음에 맞는 사람과 더불어 산수를 이야기하고,
법서法書와 명화名畵를 품평하는 것을
인생의 제1낙樂으로 삼았다.

*조선시대 장서가와 서화수장가로 유명했던 담헌 이하곤李夏坤(1677~1744)의 말이다. 출사하여 입신양명을 중요한 가치로 치던 조선시대에 출세에 미련을 버리고 마음 맞는 사람과 그림을 감상하는 것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삼았다.

무엇에 대한 가치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사람이 마음의 벗을 찾아 함께 누리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가 아닌가 싶다. 깊어가는 가을이 주는 정취는 자기를 돌아보게 하며 사람과 사람의 사귐에 대해 성찰을 요구하는 시간이다.

나에게 있어 인생의 제1낙樂은 무엇일까.

'침잠沈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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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
-나태주, 열림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 '풀꽃'의 시인 나태주의 산문집이다. 등단 50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발표했던 열권도 넘는 산문집 중에서 가려 뽑은 글들로 모은 산문 선집이다.

'시로서 쓸 수 없는 말이 있어' 산문을 쓴다는 시인의 문장 속으로 가을 나들이를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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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에세이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
부희령 지음 / 사월의책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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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아침 안개 속을 걷는 듯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의 변화를 아침 안개의 상태를 신호로 삼는다밤을 건너온 자욱한 안개 속으로 힘없는 햇살이 스며들며 천천히 깨어나는 아침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을 품고 있다.보일 듯 말 듯 열린 농로를 따라 안개 너머의 세상으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는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한다.

 

안개 세상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대상과 나를 가르는 벽인 듯 싶지만 결코 단절은 아니다대상을 멀리 두는 거리감을 가졌지만 또한 서로를 이어주는 넓은 품을 가졌다차갑게 다가오는 듯 싶지만 때론 온전히 감싸주는 아늑함이 있다안개의 매력 속으로 빠져드는 계절을 건너는 중이다.

 

이 가을아침 안개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글을 만났다작가 부희령의 책 무정에세이가 담고 있는 문장에서 얻는 느낌이 그렇다작가 부희령과는 이 책으로 첫 만남이다아니 페이스북 친구이니 글을 만나는 것은 처음은 아닐지도 모른다저자와 책에 관한 정보 없이 손에 든 책을 펼친다여기저기서 올라오는 책 소개 덕분이다.

 

여섯 가지 테마로 엮은 글을 조심스럽게 펼친다별로 꾸미지 않은 문장에 이런저런 일상을 건너오는 생각을 잔잔하게 드러내고 있다속내를 드러내기에 망설여질 법도 한 내용 있고지극히 사소한 작가의 가정사를 비롯한 개인이야 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아픈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도 있다.

 

무심한 듯 펼쳐놓은 이야기들을 따라 가다보면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서늘함과 아늑함이 공존한다내 발밑을 보지 못하고 순간순간 걸려 주춤거리듯 읽던 문장에서 넘어지는 순간을 마주한다문장이 품은 온도는 따뜻하나 곁은 내주지 않은 무심함이 앞서는 것일까아니며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될 속내를 드러내서 읽는 이의 부끄러운 마음을 까발리는 솔직함에서 오는 불편함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이유가 무엇이든 문장에 감정들이 걸려 넘어지는 순간마다 안도의 숨을 내쉬게 한다묘한 끌림의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쉽게 가시지 않은 감정의 무게를 남겼으니 작가와의 첫 만남은 성공적이다여물어가는 가을에 묵직한 문장을 만났으니 계절을 건너가는 발판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짙은 안개 속을 걷다보면 안과 밖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결국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은 내 안에서 하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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