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풀'
유독 험한 환경에서 사는 식물들이 있다. 삶의 터전을 척박한 곳으로 택한 이유가 있겠지만 볼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식물의 이런 선택은 어쩌면 더 돋보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바위 표면에 붙은 흙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식물들은 생각보다 제법 많다. 양질의 환경에서 벗어나 홀로 고독한 삶을 선택한 모습에 경이를 표한다.
 
병아리풀도 이 부류에 속한다. 병아리처럼 작은 풀이라는 의미로 이름 붙여진 이 식물은 짐작보다 더 작았다. 작디작은 것이 바위 경사면에 붙어서 자라고 꽃 피워 열매 맺고 후대를 다시 키워간다. 한해살이풀이라 신비로움은 더하다.
 
연한 자주색으로 피는 꽃은 한쪽 방향으로 향한다. 자주색에 노랑 꿏술과의 조화로 더 돋보인다. 같은 곳에서 흰색으로 피는 녀석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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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개연'
두번째라고 첫인상의 강렬함 보다 곁에 오래 머물게 하는 친근함이 있다. 간직하고 픈 느낌이 있고 그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거리를 둬야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곁에 머무는 것은 아는 이가 누리는 호사다.
 
노랑색에 붉은 꽃술의 어울림 만으로도 충분한데 물위에 떠 있으니 환상적인 분위기다. 멀리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5장의 노랑색의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라고 한다. 주걱모양의 꽃잎은 숫자가 많고 노란색이다. 수술 역시 노란색이다. 붉은색은 암술머리다. 이 붉은 암술머리가 남개연의 특징이다.
 
섬진강 상류 어디에도 있다는데 여전히 확인은 못했다. 긴 여름을 지나 가을 초입까지도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는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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爲人賦嶺花 위인부령화

毋將一紅字 무장일홍자
泛稱滿眼花 범칭만안화
花鬚有多少 화수유다소
細心一看過 세심일간과

고개 위의 꽃

‘홍(紅)’자 한 글자만을 가지고
널리 눈에 가득 찬 꽃을 일컫지 말라
꽃 수염도 많고 적음이 있으니
세심하게 하나하나 살펴보게나

*조선 사람 박제가(朴齊家 1750~1815)의 시 爲人賦嶺花 위인부령화다. 실학자이자 문인. 호는 초정楚亭. 본관은 밀양이다.

붉은 빛을 띤 꽃을 보면 쉽사리 붉은 꽃이라고만 말한다. 그렇지만 그 붉은 빛깔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붉기의 정도, 꽃잎의 모양과 꽃술의 생김새, 서로의 조화로움 등 하나하나 빼놓지 않고 자세히 보면 분명 남들과는 다른 무엇을 보게 된다. 그렇게 만난 꽃은 내 마음에 비로소 꽃으로 피어나 특유의 향기를 발한다.

석회질 성분이 많은 바위에 피는 병아리풀이다. 전체 크기도 작아 꽃은 눈을 크게 떠야 겨우 보일 정도다. 이 작은 꽃에도 갖출 건 다 갖추고 있고 더욱 선명한 색까지 품고 있다. 스스로를 돋보여 스스로의 가치를 더 빛내고 있는 것이다.

볕의 까실함이 좋은 휴일 오후, 섬진강에서 한가로움을 누리며 지난 여름 마음에 품은 꽃을 꺼내 들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제 각기 가을로 질주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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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黃槿'
제주도를 특별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식물 중 하나다. 첫눈에 보고 반해 모종을 구했으나 추운 겨울을 건너다 깨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제주 좋은 벗이 씨앗을 발아시켜 나눔한 것을 소중히 키우고 있다. 꽃 볼 날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기만 하다.
 
깔끔하고 단정하며 포근하다. 이 첫 느낌에 반해 오랫동안 곁에 머물렀다. 연노랑의 색부터 꽃잎의 질감이 탄성을 불러온다. 여기에 바닷가 검은 돌로 둘러쌓여 아름답게 핀 모습이 꽃쟁이의 혼을 쏙 배놓았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인 '황근'은 말 그대로 "노란 꽃이 피는 무궁화"다. 국화인 무궁화가 오래전에 들어온 식물이라면 황근은 토종 무궁화인 샘이다. 어딘지 모를 바닷가 검은 돌틈 사이에 제법 넓은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무궁화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저버리는 하루살이라 꽃이라고 한다. 미인박명의 아쉬움은 여기에도 해당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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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바람이 불면

날이 저문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면 한잔 해야지
붉은 얼굴로 나서고 싶다
슬픔은 아직 우리들의 것
바람을 피하면 또 바람
모래를 퍼내면 또 모래
앞이 막히면 또 한잔 해야지
타는 눈으로 나아가고 싶다
목마른 가슴은 아직 우리들의 것
어둠이 내리면 어둠으로 맞서고
노여울 때는 하늘 보고 걸었다

*이시영 시인의 시 '바람이 불면'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리운 것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서늘한 바람이 얼굴을 느친다.

#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08)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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