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
가을 숲은 빛의 천국이다.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에 온기로 스미듯 달려드는 가을볕의 질감이 대상을 더 빛나게 한다. 황금빛을 빛나는 들판이 그렇고 요란스러운 단풍이 그렇다. 그 가운데 꽃보는 묘미를 빼놓을 수 없다.

짙은 청색의 색감이 주는 신비로움이 특별하다. 먼 하늘로 땅의 소리를 전하고 싶은 것인지 세워둔 종모양의 꽃이 줄기끝이 모여 핀다. 가을 햇살과 잘 어울리는 꽃이다.

용담龍膽은 용의 쓸개라는 뜻이다. 그만큼 약재로 유용하게 쓰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약초꾼이 아니기에 이쁜 꽃일 뿐이다. 가을 산행에서 놓칠 수 없는 꽃이다.

아름다운 꽃에는 유독 슬픈 꽃말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당신의 슬픈 모습이 아름답다'는 꽃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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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을 깎아 걸었다. 볕이 잘 들고 바람도 잘 통하는 곳에 깎은 감을 걸어 말린다. 곶감의 '곶'은 감열매를 곶이처럼 묶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시간이 응축되어 감으로 맺고 그 감이 옷을 벗고 햇볕에 말라 곶감(건시乾枾)이 된다. 떫은맛이 특유의 단맛으로 바뀌는 것이다.

올해는 건너뛴다고 했다. 눈으로 보는 색감과 입으로 음미하는 맛을 익히 아는지라 아쉬움이 컷는데 이를 알았는지 아는 분이 감 한상자를 가져왔다. 크고 작은 생긴 모양 그대로 깎아 걸었다. 햇볕에 말라가는 동안 색이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이미 그 달콤한 맛을 음미할 것이다.

단맛이 배이고나서도 손대지 않고 오랫동안 기다릴 것이다. 해가 바뀌어 섬진강 매화 필때 먼길 나설 벗들을 맞이하려는 마음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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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바위솔
여기 어디쯤에도 있을텐데 하는 마음이 검색을 하게 된다. 만나고 못만나고는 아랑곳없다는듯 무작정 길을 나선다. 서식환경을 확인한 까닭에 비슷한 환경에 주목하면 운좋게 만날 수 있다. 그렇게해서 만난 식물 중 하나다.

태생이 안타까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식물들이 있다. 어쩌다 운이 나빠 그곳에 자라잡은 것이 아니어서 당당하게 싹을 틔우고 성장하여 꽃피우고 열매까지 맺는다. 보는 이의 마음이야 아랑곳 없이 주어진 터전에서 일생을 여여하게 사는 모습에 경외감을 느낀다. 그 대표적인 식물들이 바위에 터를 잡고 사는 이끼류, 부처손, 바위솔 등이다.

바위에 바짝 붙어 붉은빛의 싹을 낸다. 그 싹이 조금씩 커서 꽃봉우리를 올려 붉은빛이 도는 하얀꽃을 무더기로 피운다. 척박한 환경이라서 작은 잎이지만 두툼하게 키웠다. 하얀 꽃봉우리에 눈을 달듯 꽃술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앙증맞도록 이쁘다.

바위솔은 바위에 붙어 자라는 소나무라는 뜻이다. 꽃봉오리의 모양이 소나무 수꽃 모양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좀바위솔은 '작은 바위솔'이라는 뜻이다.

햇볕이 잘들고 바람이 통하는 바위에 붙어 있기에 만나려면 어려움이 있다. 바위솔의 꽃말이 '근면'이라는 이유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기 위해 선택한 삶의 모습으로부터 온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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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장나무'
속눈썹을 길게 뽑아 한껏 멋을 부린 모습의 꽃으로 기억된다. 길을 가다 보이면 "앗~ 꽃 피었다"며 눈맞춤한다.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일부러 찾아보는 경우는 그렇게 없다.

누리장나무, 봄부터 여름까지 누린내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한에서는 누린내나무이고, 중국 이름은 냄새오동, 일본 이름은 냄새나무다. 하지만 꽃이 필 때는 향긋한 백합 향을 풍긴다. 이쁜 꽃을 피우고도 이런 이름을 얻었으니 좀 억울할 만도 하다.

그래서일까? 계절이 가을로 바뀌는 사이 한번더 주목받는 나무다. 꽃만큼이나 독특한 모습의 열매를 보여준다. 붉은 말미잘 모양의 열매받침과 보석처럼 파랗게 빛나는 열매의 어우러짐이 압권이다.

어린잎은 나물로 먹고 잔가지와 뿌리는 말려서 약용한다. 꽃도 이쁘고 독특한 열매까지 볼 수 있어 정원수로 가꾸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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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里靑天 雲起雨來 만리청천 운기우래
空山無人 水流花開 공산무인 수류화개
靜坐處 茶半香初 정좌처 다반향초
妙用時 水流花開 묘용시 수류화개

덧없는 푸른 하늘엔 구름 일고 비가 오는데
텅 빈 산엔 사람 없어도 물은 흐르고 꽃은 핀다
고요히 앉아 차를 반쯤 마셔도 그 향은 처음과 같고
묘용시에 물은 흐르고 꽃은 핀다

*중국 북송시대 황정견(1045~1105)의 시다. 수많은 시간동안 많은 이들이 시를 차용하며 그 의미를 나누었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공산무인 수류화개"나 "다반향초"가 있는 듯하다.

어떤 이는 시종일관에 주목하고 다른이는 물아일체에 주목한다. 다 자신의 의지나 지향점에 비추어 해석한 결과이니 스스로 얻은 이치를 살피면 그만일 것이다.

하늘을 날아서 짠물을 건넜다. 어느 지점에 이르러 요동치는 바람과 부서지는 파도 앞에서 무심히 바라본 꽃에 몰입한다. 바깥 세상의 혼란스러움과는 상관없디는듯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는 꽃이나 그꽃을 바라보는 이나 다르지 않다.

고요히 앉아 차를 마시는 것은 내면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다. 몸과 마음에 움직임이 없으니 우러난 차향과 같다. 비로소 움직이면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물아일여物我一如
물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꽃은 그냥 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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