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바람꽃'
그저 꽃보고 싶은 마음이 급해서 달려간 곳엔 새침떼기처럼 꽃잎 닫고 있는 모습이 전부였다. 이유도 모른체 마냥 기다리다 더이상 추위를 참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꽃이 피고 지는 환경도 관심갖게 되었다. 낯선 숲에 들어서도 어디쯤 꽃이 있을지 짐작할 수 있게된 계기를 준 식물이다.
 
조그마한 꽃잎 사이로 노오란 꽃술이 뭉쳐 있다. 옅은 노란색과 흰색으로 잎 사이에서 한 송이씩 달린다. 햇볕을 좋아해서 오후에나 꽃잎이 열린다. 여린듯하지만 그 속에서 전해지는 강함이 있다. 무엇보다 소박해서 더 이쁜 꽃이다.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등 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들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자리잡고 그 바람에 의지해 씨를 뿌린다. 만주바람꽃 역시 마찬가지다.
 
실속없는 봄앓이를 닮은듯 '덧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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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무릇'
현호색이 무리지어 피는 계곡에서 한 개체를 보고 난 후 때를 놓치거나 다시 찾지 못해 보지 못했던 꽃이다. 그후로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꽃친구와 함께 그곳을 다시 찾았었다. 올해는 여기 저기 제법 무리를 지어 많이 피었다.

잎은 가늘게 하늘거리는 쓰러질듯 힘없이 줄기가 서로를 지탱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가련하다. 스님처럼 산에 사는 무릇이라는 의미로 그럴듯한 이름이지만 약하디 약한 모습에선 애처럽게만 보인다.

햇볕을 좋아해 어두워지면 꽃을 오므리고 햇볕이 많은 한낮에는 꽃을 활짝 편다. 노란별이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서 핀듯 반갑고 정다운 모습이다. 작고 순한 꽃이 주는 편안함으로 들과 산의 풀꽃들을 찾이나서는 지도 모르겠다.

유독 눈에 들어와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가 한참을 눈맞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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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行忘坐坐忘行 산행망좌좌망행
歇馬松陰聽水聲 헐마송음청수성
後我幾人先我去 후아기인선아거
各歸其止又何爭 각귀기지우하쟁

산길 가다 앉기를 잊고 앉았다가는 갈길을 잊네
소나무 그늘에 말을 세우고 물소리 듣는다
나에 뒤져 오던 어떤 이 나를 앞서 떠나니
각자 제 갈곳을 가는데 또 어찌 다투려하는가

*구봉 송익필(1534~1599)의 시다. 신분의 한계, 아버지의 그늘, 험하게 살았던 삶 속에서도 우계 성혼, 율곡 이이, 구봉 송익필 사이에 나누었던 도의지교가 남았다.

솦속을 어슬렁거리다 발걸음을 멈춘다. 일행은 멀어지고 행인이야 오든지가든지 내가 상관할바 아니다.

멀리서 눈에 들어온 모습이 가까이에서 봐도 다르지 않다. 마음 속에 있던 모습 그대로 보고 싶은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날 어떤이가 사람에 따라 좋아하는 꽃의 모습이 다르다고 했다. 풍성한 꽃을 좋아하는 이는 그 마음도 그렇다고 했으니 이 꽃에 주목하는 나는 어떤가.

붙잡힌 발길이 떨어질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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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봄꽃을 보니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습니다

이 봄엔 나도
내 마음 무거운 빗장을 풀고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은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피었다 지고 싶습니다

*김시천 시인의 시 "봄꽃을 보니"다. 땅이 가슴을 열어 새싹이 나오고 그 새싹이 마음을 여니 꽃이 피었습니다. 피었다 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쌓아둔 그리움을 봄꽃처럼 펼쳐야겠다. 이 봄에는ᆢ.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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妬花風 투화풍
花時多顚風 人道是妬花 화시다전풍 인도시투화
天工放紅紫 如剪綺與羅 천공방홍자 여전기여라
旣自費功力 愛惜固應多 기자비공력 애석고응다
豈反妬其艶 而遣顚風加 기반투기염 이견전풍가
風若矯天令 天豈不罪耶 풍약교천령 천기불죄야
此理必不爾 我道人言訛 차리필불이 아도인언와
鼓舞風所職 被物無私阿 고무풍소직 피물무사아
惜花若停簸 其奈生長何 석화약정파 기내생장하
花開雖可賞 花落亦何嗟 화개수가상 화락역하차
開落摠自然 有實必代華 개락총자연 유실필대화
莫問天機密 把杯且高歌 막문천기밀 파배차고가

꽃샘바람
꽃 필 땐 미친바람도 많으니
사람들은 이것을 꽃샘바람이라 하네
조물주가 모든 꽃을 만들 때
마치 한없는 비단들을 가위질해 놓은 듯
이미 그토록 공력을 허비했으니
꽃 아끼는 마음 응당 적지 않으련만
어찌 그 고운 것을 시기하여
도리어 미친바람 보냈겠는가
바람이 만일 하늘의 명을 어긴다면
하늘이 어찌 죄주지 않으랴
이런 법이야 반드시 없을 것이니
나는 사람들의 말이 잘못이라 한다네
바람의 직책은 만물을 고무 하는 것
만물에 은택 입히니 사사로움 없으리라
만일 꽃 아껴 만약 바람 불지 않는다면
그 꽃 어찌 생장할 수 있으랴
꽃 피는 것도 좋지만
꽃 지는 것 또한 슬퍼할 게 뭐랴
피고 지는 것 모두가 자연인데
열매가 있으면 또 꽃을 낳는 것이야
오묘한 우주의 이치 묻지 말고
술잔 잡고 소리 높여 노래나 부르자

​*이규보(李奎報, 1169∼1241)의 시다. 고려 중기의 문관이다. 어려서부터 시와 문장에 뛰어났으며 영웅서사시 동명왕편 등을 썼다.

꽃샘바람은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해서 부는 바람이란 뜻으로 이른 봄, 꽃이 필 무렵 부는 찬 바람이다. 윗지방엔 때아닌 폭설에 꽃쟁이들 사이에 설경을 구경하느라 난리가 난듯싶은데 남쪽은 찬비가 내렸다.

꽃벗이 있어 비오는 와중에도 숲에 들었다. 볕이 필요한 꽂들은 꽃잎을 닫았고 때에 이르지 못한 꽃은 기다리는 중이고 때를 넘긴 꽃은 결실을 맺었다.
그것이 대수랴. 때에 이르러 숲에 들었고 숲이 전하는 마음에 주목 한다. 늦거니 빠르거니 사람 마음따라 이르는 말일뿐 꽃은 때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꽃진자리가 꽃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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