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추
뒷산 숲길에서 익숙하게 만나는 꽃이다. 바위틈에도 사는 것으로 보아 척박한 환경에도 적응을 잘하는가 보다. 올해는 먼길 나서서 만난 꽃이기에 더 반가웠다.
 
홍자색으로 피는 꽃이 줄기 끝에서 조밀하게 많이도 달렸다. 꽃술을 길게 빼고 하나하나 거꾸로 달린 모습도 이쁘지만 이 자잘한 꽃들이 모여 둥근 꽃 방망이를 만들어 눈에 쉽게 띈다.
 
익히 아는 채소인 부추의 야생종이라고 한다. 산에서 자라니 산부추로 이름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식물로 산마늘, 산달래, 참산부추, 두메부추 등 제법 다양한 종류가 있다.
 
산부추 역시 부추 특유의 똑쏘는 맛을 내는 성분이 있어 스스로를 지켜간다는 것으로 보았는지 '보호'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山行 산행
閒花自落好禽啼 한화자락호금제
一徑淸陰轉碧溪 일경청음전벽계
坐睡行吟時得句 좌수행음시득구
山中無筆不須題 산중무필불수제

산길을 가다
조용한 꽃 절로 지니 고운 새 우짖고
외길 맑은 그늘 푸른 계곡 따라 도네
앉아 졸고 가며 읊어 가끔 시 되어도
산에 붓 없으니 적으려 할 것도 없네

*조선사람 김시진(金始振, 1618~1667)의 시다.

숲에 들어 한가로운 걸음으로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 헐거워진 숲에는 까실한 볕이 들어올 틈이 넓어졌다. 누운 나무 둥치에 깃들어 사는 이끼들에게도 볕이 찾아 들었다.

겨울을 건너기 위해서 볕의 온기가 필요한 것은 이끼뿐 만이 아니다. 숨을 쉬는 모든 생명들에게 틈을 열어 온기를 품도록 허락하는 가을숲의 여유로움이 고맙다.

없는 붓을 핑개로 수줍은 감정을 보여도 부끄럽지 않는 가을숲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읽는수요일

우리들의 꿈이 그러하다

비상하는 새의 꿈은
날개 속에만 있지 않다 새의 꿈은
그 작디작은 두 다리 사이에도 있다
날기 전에 부드럽게 굽혔다 펴는
두 다리의 운동 속에도 그렇고
하늘을 응시하는 두 눈 속에도 있다
우리들의 꿈이 그러하다
우리의 몸속에 숨어서 비상을
욕망하는 날개와 다리와 눈을 보라
언제나 미래를 향해 그것들을 반짝인다

모든 나무의 꿈이 푸른 것은
잎이나 꽃의 힘에만 있지 않다
나무의 꿈이 푸른 것은
막막한 허공에 길을 열고
그곳에서 꽃을 키우고 잎을 견디는
빛나지 않는 줄기와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꿈이 그러하다
깜깜한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숨어서 일하는 혈관과 뼈를 보라
우리의 새로움은 거기에서 나온다

길이 아름다운 것은
미지를 향해 뻗고 있기 때문이듯
달리는 말이 아름다운 것은
힘찬 네 다리로
길의 꿈을 경쾌하게 찍어내기 때문이듯
새해가 아름다운 것은 그리고
우리들의 꿈이 아름다운 것은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의
비상하는 날개와 다리와 눈과
하늘로 뻗는 줄기와 가지가
그곳에 함께 있기 때문이다

*오규원 시인의 시 "잎과 가지"다. 깊어가는 가을 나를 있게 하는 모든 수고로움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드러나지 않는 너로 인해 오늘의 나는 내 삶을 살 수 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층꽃나무
가을로 접어드는 때 산과 들에서 만나는 층꽃나무의 연보랏빛은 언제 보아도 반갑다. 어디선가 왔을 층꽃나무가 뜰에서 꽃을 피웠다.
 
층을 이루며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제법 많다. 봄철 층층나무를 비롯하여 층층잔대, 층층이꽃, 산층층이꽃, 층꽃풀, 층꽃나무 등이 그것이다.
 
자줏빛이나 연한 분홍색 더러는 흰색으로 피는 꽃이 층을 이루며 많이 모여 달려 핀다. 자잘한 꽃들이 촘촘하게 붙어 둥근 원형을 만들고 핀 모습이 이쁘다. 핀 꽃 무더기가 층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층꽃나무라는 이름이 생겼다. 풀처럼 보이나 나무로 분류된다.
 
가을 초입 보라색의 이쁜꽃에 눈길을 주는가 싶었는데 이내 꽃이 지고 만다. 이쁜 꽃은 빨리 진다지만 그 아쉬움을 '허무한 삶'이라는 꽃말에 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매화'
계절마다 피는 그 많은 꽃들 중에 놓치지 않고 꼭 눈맞춤하고 싶은 꽃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라지기에 눈맞춤에 대한 갈망도 다르지만 꽃을 보고자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 한자리를 차지하는 꽃이 이 물매화다.

춥고 긴 겨울을 기다려 이른 봄을 맞이하는 마음에 매화가 있다면 봄과 여름 동안 꽃과 눈맞춤으로 풍성했던 마음자리에 오롯이 키워낸 꽃마음이 꼭 이래야 한다며 가을에는 물매화가 있다.

누군가는 벗을, 누군가는 그리운 연인을, 누군가는 살뜰한 부인을 누군가는 공통의 이미지인 아씨를 떠올린다. 유독 사람받는 꽃이기에 수난을 당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때를 놓치지 않고 피어 눈맞춤할 기회를 준다.

꽃에 투영된 이미지 역시 제 각각이다. 이제 이 꽃은 오매불망하던 꽃과 계절이 네번 바뀌는 동안 다섯번의 청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흥쾌히 자리를 마련해준 이의 눈망울로 기억될 꽃이다.

서리 내리고 눈 올때 까지도 많은 꽃들이 피고지겠지만 올해 내 꽃놀이의 백미는 여기에서 방점을 찍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