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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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공존은 현실이다
숲에 주는 묘한 느낌에 빠져들어 한동안 숲을 반복적으로 찾았다. 처음 길에서는 그저 모든 나무들이 비슷비슷하게만 보여 무엇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지만 포근하게 안아주는 듯 안정감이 드는 기분에 다시 숲을 찾을 생각을 하게 된 듯하다. 그러길 한두 번씩 하다 보니 보아온 나무와 풀 사이에 구분이 생기고 비슷비슷하게만 보였던 고만고만한 것들에 그들만의 이름이 있고 그 이름만큼 독특한 모양새와 살아온 흔적을 있음도 알게 되었다. 한동안 숲에서 그 숲 속의 군상들만 보다가 어느 날 문득 이 모든 것들이 각기 저만의 흔적을 간직하면서도 어울려 이뤄가는 숲의 전체를 봐야 한다는 당위성에 이끌려 숲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숲 해설가 교육을 받는 동안 생명의 신비로 온통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숲은 다가서면 멀어지고 멀어져야 비로소 볼 수 있었다.

그 당시 느꼈던 생명의 숲과는 전혀 다른 숲을 경험하게 된다.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에는 생명의 신비, 살아 꿈틀대는 생명들의 생기발랄을 넘어선 다른 무엇이 담겨 있는 듯하다. 단 문장이 모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글에는 쉽게 넘기지 못하는 묵직한 세월이 무게감을 더해간다. 그 무거움은 눈이 걷히며 새싹이 나고 난 싹이 짙어가다 결국 다시 눈 속으로 떨어지는 시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는다.

다자인 회사에 다니던 조연주는 회사의 사정에 의해 실직하고 전방에 있는 한 수목원에 계약직 공무원으로 들어가 식물 세밀화 작업을 하게 된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아버지나 그런 아버지를 못마땅하게만 여기는 어머니와도 살가운 가족은 아니다. 수목원에 출근하며 작업중 만나는 사람인 김중위나 안연구실장 그리고 유해발굴단의 활동 등이 이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미술학원 원장의 자살은 이방인들이 모여 살아가는 작은 읍내에 또 다른 이방인의 죽음에 대한 소문은 깊은 무게감을 더해간다.

아버지
, 지방공무원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 대상인 뇌물수수와 알선수재로 처벌 받아 교도소에 수감 중이며 가족에 대한 부양의 의무와 가족으로부터 소외, 직장 및 생활에서 무능과 비굴함 등에 의해 가족에 대한 원죄적인 미안함과 침묵을 보여준다. 어머니, 그런 남편을 용납하지 못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가족의 끈을 버리지 못하며 딸에 하소연하는 것으로 살아간다. 조연주, 아버지의 죄가 자신의 실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지를 생각하며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성글기만 하다. 어머니와도 살가운 모녀가 되지 못함을 보여준다. 안요한, 수목원 연구실장이며 이혼 후 자폐증이 있는 아들을 키우며 살아간다. 전처에 의해 아들의 자폐증이 그로부터 기인함을 암시하고 있다.

‘숲은 다가가면 물러서고 물러서면 다가와서 숲속에는 숲만이 있었고 거기로 가는 길은 본래 없었다. 본다고 해서 보이는 것이 아니고 보여야 보는 것일 터인데, 보이지 않는 숲속에서, 비 맞고 바람 쏘이고 냄새 맡고 숨 들이쉬며 여름을 보냈다.’

‘내 젊은 날의 숲’의 아버지와 딸, 아버지와 어머니, 어머니와 딸,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 죽음과 삶 등 모든 것은 이렇게 관계 형성에 무감각하다. 숲을 구성하는 다양한 존재들이 각기 자신들만의 독특하며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듯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아버지의 죽음, 미술학원 선생님의 자살, 숲 해설사 이나모의 죽음, 나뭇잎만 들쳐도 인골이 드러나는 자등령, 연구실장 아들의 자폐증 등 온통 가슴을 압박하는 무거움이다. 

그렇더라도 김훈의 섬세한 묘사력은 돋보인다. 숲 속의 복수초, 얼레지, 목련, 민들레, 패랭이꽃, 자작나무, 서어나무 등 초본과 목본에 대한 묘사는 그 실체를 면밀하게 들여다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그려내지 못할 것이다. 그가 숲 속을 얼마나 오랫동안 거닐며 그 모든 것을 눈으로 가슴으로 담았을지 짐작을 하고도 남음이 있다. 

눈이 쌓여 있을 때 왔다가 다시 내린 눈이 내릴 때 까지 숲에서 보낸 젊은 날의 숲은 결코 젊지 않다. 삶과 죽음이 늘 상존하는 숲, 나무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지만 결코 공존하지 못할 것 같은 것들이 모여 관계를 형성하며 숲을 이루고 있다. 살아가기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반영이라면 생명이 넘치는 숲의 또 다름 면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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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등척기 - 정민 교수가 풀어 읽은
안재홍 지음, 정민 풀어씀 / 해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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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글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민족정신을 살피다
기록문화가 보여주는 놀라운 점은 참으로 다양하다. 옛 사람들의 남겨진 글들에서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알게 되고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공유하며 잊혀진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된다. 기록문화가 없었다는 결코 알지 못할 많은 것들이 시대를 뛰어넘어 되 살아 나는 기적 같은 체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옛글도 오늘을 살아가는 시대정신에 의해 새로운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글자 속에 갇혀 묻혀 지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옛 사람들의 글을 오늘의 언어로 새롭게 살려내는 일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백두산 등척기’는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의미를 시사해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한말 독립운동가이며 정치가이자 사학자였던 안채홍이 백두산을 등산하며 자신의 소감을 사실적으로 담은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그리 오랜 된 시절의 글이 아님에도 묻혀있던 책을 발굴하여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하고 그 글이 가지는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안재홍의 시대를 아파하는 시각과 정민 교수의 섬세한 글맛이 어울리는 이 책을 통해 잊혀진 기록문화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된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우리 조상들은 시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탐방하고 그 소감을 담은 글을 ‘유산록’이라는 형태로 많이 지었다. 그리하여 가보지 못한 자연과 우리 산하에 대한 그리움을 그 글을 통해 대신하곤 했다. 이 ‘백두산 등척기’도 한말 신문에 연재되어 많은 사람들의 가보지 못한 백두산 탐방에 대한 소망을 대신한 글이 되었다고도 한다. 

‘백두산 등척기’에는 안재홍이 백두산을 탐방하는 1930년 7월 24일부터 8월 7일까지의 16일간의 일정이 소상하게 담겨 있다. 탐방 일정별로 보고 느낀 일제침략기 우리 산하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저자의 따스한 민족애가 담긴 눈으로 살펴본 결과물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특히,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저자의 감회를 비롯하여 과정 하나하나에서 저자는 민족문제, 국경문제, 우리민족과 함께 해온 전설과 풍문 그리고 백두산 상태 등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독립운동가 다운 저자의 민족적 시각은 백두산 정계비를 보며 한층 강하게 나타난다. 청나라와의 국경문제, 간도 땅에 대한 아쉬움, 만주사변으로 소실된 백두산 정계비의 모습은 마지막 고증자료가 되기도 했다. 

‘빼곡하고 엄숙하고 아스라하고 아마득하며 거침없고 유유하고 신비하고 고요하다. 그윽하고 깊숙하고 웅장하고 장대하며 순후하고 거대함이 말로는 다할 수 없고 형용하기 어렵다.’

백두산 탐방 과정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실감나는 묘사는 글 곳곳에 살아난다. 하지만 자연의 묘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일제침략으로 피폐해져가는 사천과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안타까움 또한 나타내고 있다.

글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도 한다. 저자 안재홍이 민족과 함께 살고자 했던 삶의 지향의 반영일 것 같은 글들 속에서 느껴지는 정서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글을 현대적 언어로 다시 살려낸 정민 교수의 노력 또한 돋보인다. 또한 이 책에는 독립운동가 안재홍의 삶을 살필 수 있는 부록이 실려 있어 저자와 글이 주는 느낌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계화의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민족적 감정을 일깨우는 글은 시대성에 뒤처진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민족의 미래를 생각할 때 시대를 아우르는 정신은 어디로부터 찾을 수 있을까? 한편의 글 속에 담긴 정신에서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살핀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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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피니언 50 - 케임브리지 동문 3.000명의 선택!
웨인 비서 지음, trans-FAT 옮김 / TENDEDERO(뗀데데로)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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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해결에 통찰력이 필요하다
책을 선택하고 읽는 기준으로 무엇이 있을까? 사회적 지명도가 있는 단체나 사람들에 의해 선택된 읽어봐야 할 책이나 필독서로 선정된 책들에 대한 환상이 있다. 분명 그렇게 선정된 책들이 담고 있는 시대정신이나 삶의 지혜 등이 많은 사람들에게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누구에게라도 공감을 얻을 수는 없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책들에 담긴 기본 정신은 이해하더라도 말이다.

이 책 ‘파워 오피니언 50’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그렇게 공감하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지속가능성이라는 테마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동문 3000명에게 물어 자신의 세계관 형성에 도움을 주었던 책을 선정하고 그 책들을 따로 뽑아 50권을 소개를 하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시대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그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천해 가야 한다는 당위성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파워 오피니언 50’에서 다루는 주제는 1부, 시스템과 발상의 전환으로 현대 사회는 붕괴 위기, 과학 기술, 식량문제를 2부, 경제학, 자본주의, 세계화의 분야에서 GDP 증가와 경제발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관계, 세계화를 3부, 기업의 역할과 미래에서는 기업, 지속가능경영과 기업 경쟁력 4부, 인류, 환경, 생태분야에서는 자연, 중국의 경제성장, 지구온난화를 다루며 총 50권의 책을 소개한다. 

각 책에 대한 소개는 간단한 방법으로 그 책이 담고 있는 아이디어와 간단한 줄거리인 시놉시스 그리고 책 속에서 주목되는 문장과 저자를 소개하는 일정한 방식이다. 많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기에 그 내용이 간략하기에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살피기에는 한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작은 것이 아름답다’나 ‘가이아’ 등 우리나라에서 이미 출간되어 관심 받고 있는 책들도 있지만 그에 대한 구분이 확실치 않아 찾아서 읽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의 중심테마는 지속가능성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가가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근거와 그 실천방향을 사회 각 분야에서 찾고 실천적 방향을 모색하자는 의도로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현 사회가 안고 있는 우리시대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살피고 있다. 경제학을 포함한 인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저자와 책들이기에 생소함을 줄 수도 있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대의식을 일깨워준다는 측면에서는 대단히 시사점을 제시하는 책들이라고 생각된다. 

‘지구’라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보다 다양화 되고 있는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한정된 자원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인류의 미래뿐 아니라 부의 불균등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자원의 재활용 등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근원과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천적 측면을 알 수 있으며 세계화에 따른 지구촌이라는 공감이 현실문제에 있어서 실천적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게 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기는 사람들에 의해 제시된 해법이 있기에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는 책들이다. 특히 저자들과의 인터뷰는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고민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기업과 국가들이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당장 무엇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개인이나 지역, 국가가 않을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는 통찰력이 필요함을 제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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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 내게 물어야 할 것들
크리스토퍼 해밀턴 지음, 정미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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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대해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불혹(不惑)이라는 나이를 지나며 대단히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공자가 논어 위정편에 언급한 말로 유래된 이 말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고 한다. 그 나이를 40세라고 했다. 공자가 살던 시대에는 그것이 가능했을까? 라는 의문에서부터 현실의 각종 유혹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자신을 보며 이것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등 수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결론은 내리지 못했지만 모아지는 생각은 성찰을 통해 자신을 더 다스려야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유사 이래 눈 밝은 이들이 밝혀 놓은 인생의 철학은 부지기수로 많다. 무엇이 진실 된 삶이며 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 과정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왜 그럴까? 철학자, 사상가들이 밝혀놓은 삶의 지혜가 본질을 뚫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인지 여전히 의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이지만 살아가는 동안 결코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되고 있다.

크리스토퍼 해밀턴 역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일생에 한 번 내게 물어야 할 것들’에 담았다. 그는 죽음, 미덕, 진실, 지혜, 도덕, 섹스, 잠, 인생 등 살아가며 한번쯤 되돌아 봐야 하는 11가지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관점을 제기한다. 이는 구체적 생활에서 오는 삶에 대한 번민으로부터 보다 인간답게 살아가고 싶은 열망의 표현일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들을 셰익스피어, 도스토예프스키, 니체, 조지 엘리엇, 카프카, 장 폴 사르트르, 로렌스 등 유명한 문학가나 철학자, 사상가들이 발표한 작품이나 논문을 분석하고 해설하며 그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를 제시한다. 

저자 크리스토퍼 해밀턴은 자신이 한번쯤은 꼭 물어야 할 문제의 출발을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누구나 벗어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죽음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살피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 겪게 되는 성공하고 싶은 욕망, 무엇이 진실인지, 도덕적인 삶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섹스가 가지는 사회적, 개인적 의미는 또 어떤 것인지 등을 살피고 마지막으로 다시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은 사람들이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요소가 분명하다. 

유명한 철학자나 사회 사상가, 정치가들 중에 말로만 행세하는 사람들을 본다. 말과 행동이 다른 그들의 모습에서 아무리 시대가 흘러도 해결되지 못하는 인간의 근본문제가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도 싶다. 문명이 발전하고 사람들의 사고체계가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측면이 강화되더라도 실천적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은 ‘지식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 지식의 대부분이 죽은 채 남아 있음’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저자는 왜 ‘삶이 묻는 절박한 질문에 답을 찾고자 애쓰지 말라’고 했을까? 무엇이든 상대적인 가치를 지내는 것에 획일적인 답보다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는 말일 것이다.

옛 사람들의 흔적에서 삶의 지혜를 찾거나 현실에서 느끼는 모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다양한 철학책 등을 통해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진실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본질일 것이다. 그 본질로 한발 더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신의 내면을 올바로 성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다소 무거운 주제이며 쉽지 않게 쓰려졌지만 일생에 한 번은 절실하게 자신의 내면을 향해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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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두빈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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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힘을 깨워라 
기적이라고 불리는 이성적 판단으로 알지 못하는 상황을 접할 때 신비로움을 느끼곤 한다. 그러한 느낌을 무엇으로 불러도 상관없지만 알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두려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러한 체험은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한번쯤은 경험하지만 사람에 따라 그 반응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무의식중에 지나가버리기도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그 알지 못하는 묘한 느낌에 대한 호감으로 다양한 형태의 체험을 시도해 보기도 한다. 이 두 경우의 차이를 무엇일까?

신비한 영적 세계라는 이성적 판단으로 설명되지 않은 경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통해 그 세계에 대한 체험담을 내 놓기도 하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로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분명 있고 또 차원을 달리해 자신 내부에 존재하는 무한한 힘을 느끼며 무의식의 세계에 대한 탐구나 자아실현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진행형인 경우도 많다. 그러한 분야에 탁월한 필력을 나타내는 작가와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파울로 코엘료와 그가 발간한 작품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간 코엘료는 신비로운 영적 체험이나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자아의 힘을 믿고 이를 바탕으로 꿈과 자아를 실현해가는 이야기를 주로 발표해 왔다. 사람들은 그러한 코엘료의 작품에 매력을 느끼고 또는 공감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길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코엘료는 그러한 자신의 이야기를 본능, 사랑, 자유, 꿈, 신비한 능력, 영적체험 등을 소재로 하여 일상에 묻혀있던 사람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경험을 하게 만들었고 이는 각국의 독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포르토벨로의 마녀’ 역시 그러한 부류의 소설이다. 이 이야기의 중심 역시 ‘사랑’이지만 소설의 구성이 기존 발표한 작품들과 조금의 차이를 보인다. ‘아테나’라는 여자를 둘러싼 그녀의 출생, 성장배경, 양부모, 애인, 친구 등 직, 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그녀를 회고하는 방식의 글을 모아 놓은 것이다. 하지만 입양과 성장과정 그리고 포르토벨로라는 지역에서 죽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나타날 때까지의 여정을 따라가고 있다. 집시와 이방인 사이에서 태어나 고아원에 버려진 불우한 출생과 낯선 문명의 사람들에게 입양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운명처럼 겪게 되는 이상한 경험 그리고 노래, 춤, 서예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모습과 그러한 자신을 이끌어주는 스승. 자란 환경이나 시대 나타나는 모양만 달랐지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것을 특화시켜 보여준다. 코엘료가 가지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아닌가도 싶다.

화형에 처해진 마녀는 한 상징으로 다가온다. 그것이 종교라는 틀로 바라볼 때도 그렇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옳다고 믿는 세상에 대한 각성과 문제제기를 불러오는 사람들에 대한 누명일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마녀라는 말로 우리가 이성과 과학적 판단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경험을 하는 사람들에게 씌운 사람들에 대한 편견일수도 있음을 강력하게 표현하고 있다.

‘포르토벨로의 마녀’에는 파울로 코엘료가 그간의 작품에서 이야기한 ‘종교의 여성성’이나 ‘사랑의 여성성’과 신비한 영적체험이나 자아탐구에 그의 탐구과정에서 얻은 총화가 담겨있다고 할 정도로 섬세한 묘사와 깊이 있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파울로 코엘료가 ‘아테나’라는 여자를 통해 보려주고 싶은 것은 분명 ‘사랑’이다. 그 사랑에는 에로스와 아가페, 관능과 욕망, 모성과 인류애 등의 사랑의 범주에 포함되는 전반적은 모습이 다 등장하지만 무엇보다 중심적인 것은 사랑의 여성성이라는 점이다. 잉태와 출산을 통해 모든 근본적인 것들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여성성의 회복이야말로 사랑의 근본이며 인간관계와 세상의 모순을 풀어갈 힘이라고 말한다.

‘나에게 마녀란, 직관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여성, 자신을 둘러싼 것들과 대화를 나누는 여성,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이다.’라고 말하는 파울로 코엘료의 내재한 여성의 힘과 더불어 주체적 삶을 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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