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어 시간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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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눈과 입의 언어가 만나는 순간

담담하다이야기가 무리하지 않게 진행된다그만큼 더딘 진행방식은 가독성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채식주의자', '내 여자의 열매', '여수의 사랑', '바람이 분다가라까지 지긋이 가슴을 누르는 무게가 점점 더해간다. '희랍어 시간'까지 오는 동안 한 페이지도 쉽게 넘어가지 못했다그 무거움 속으로 다시 걷는다.

 

그것이 다시 왔어.”그렇게 여자는 말을 잃는다그것이 처음 왔던 것은 열일곱 살 겨울말을 잃고 살던 그녀의 입술을 다시 달싹이게 한 건 낯선 외국어였던 한 개의 불어 단어였다시간은 다시 흘렀다이혼을 하고아홉 살 난 아이의 양육권도 빼앗기고다시 그렇게 말을 잃어버린 후일상의 모든 것들을 다 놓을 수밖에 없었던 여자가 선택한 것은 이미 저물어 죽은 언어가 된 희랍어.

 

시간이 더 흐르면…… 내가 볼 수 있는 건 오직 꿈에서뿐이겠지요. ” 가족들을 모두 독일에 두고 십수 년 만에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희랍어를 가르치는 남자남자는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볼 수 없다던 마흔이 가까워오지만 아마 일이 년쯤은 더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나는 희랍어 시간이다.첫 만남에 이뤄지는 찰나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주목한 결과가 쌓여 질적 변화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자신에게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그 중요한 것을 어떤 예고도 없이 한순간에 잃어버렸던 사람이 가진 공통의 감정일 절망고독암울좌절 ...... 등을 건너온 사람의 이야기다.

 

수없이 내면으로 돌렸을 성찰의 시간이 생물학적 변화를 감당하거나 무뎌지게 했으리라그 수많은 시간을 통과한 연결고리가 자신들에게서는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진 감각의 수단을 대체할 희랍어라고 하는 박제화된 언어로 통한다그것이 꼭 희랍어일 필요는 없을지라도 그 희랍어가 가진 용도폐기 된 언어로의 유용성이 각기 눈과 말이라는 용도폐기된 기능을 대체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여전히 느린 호흡을 요구하는 작가 한강의 소설 읽기가 버겁다희랍어 시간에서는 끝내 침묵하거나 스스로를 지켜온 벽을 넘지 못하는 모습이 아니라서 다행이다그간 접했던 작가 한강의 소설이 가지는 그 무거움의 이유 중 하나가 현실을 뚫고 나갈 힘을 얻지 못하는 주인공들의 모습도 한몫했다는 것이다하지만,여기에서는 그 벽을 넘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달라 보인다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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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았나 보다. 집 비운 사이 피는 꽃이 궁금해 마음 한자락 토방 함지박에 두고간다는 것을. 오늘은 이른 아침 유독 서둘러 꽃대를 올리더니 세수하는 사이에 꽃을 피웠다. 그 마음이 하도 고마워 한참동안 눈맞춤한다.

내 뜰에 들어와 꽃으로 핀 그대도, 노랑어리연꽃이 서둘러 꽃을 피운 그 마음과 다르지 않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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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6-07-16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진님 마음이 곱네요

무진無盡 2016-07-16 20:59   좋아요 0 | URL
직접 보면 누구든 같은 마음일듯 합니다.
 

기다렸다. 비오고 구름끼어 며칠 보지 못한 사이에 우뚝 선모습이 반갑다. 어느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반달모습이 새롭다.

한결같으면서도 늘 다른 모습으로 눈맞춤한다. 그대를 보듯 달을 본다. 그대도 놓치지 말고 누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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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주나무'
노랑꽃을 한가득 피워올려 그 밝음을 자랑하더니 세모꼴 열매주머니를 달고 다시금 봐달라고 아우성이다. 꽃 피고 열매 맺는 그 사이를 몇번이고 눈맞춤한다. 이 나무는 이걸 바랬던걸까?


꽃으로 기억되는 식물, 열매로 기억되는 식물 등이 있기 마련이다. 대분분 어느 하나가 우선된다. 하지만 이 나무는 이 둘에 다 주목하게 만든다.


'모감주나무'는 중국과 한국이 원산지인 나무이다. 잎지는 작은키나무로 17m까지 자란다.


꽃은 늦봄이나 초여름에 가지 끝에서 나무 가득 원추꽃차례에 자잘하며 노란색 꽃이 핀다. 10월에 여무는 열매는 3개의 둥글고 검은 씨가 나온다.


열매로 염주를 만들었기 때문에 염주나무라고도 한다는데 열매를 살펴본 결과 너무 작아 구멍을 뚫을 수도 없어 보였다. 같은 무환자나무과의 무환자나무 열매는 염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으로 보아 이 두 나무를 서로 혼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꽃도 좋고 열매를 담고 있는 꽈리모양의 열매집도 보기에 좋은 모감주나무는 '자유로운 마음', '기다림' 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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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7-16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무진님
다른 분께 올린 댓글이 입력되었네요. 사과드립니다.
평소 올려 주신 꽃 사진과 글을 보며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저희 집 근처도 식물원이 있는데 생각만큼 자주 가지는 못하네요^^ 무진님 덕분에 식물원을 느끼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무진無盡 2016-07-16 22:44   좋아요 1 | URL
네ᆢ그러셨군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이랑 2016-07-16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진 님 덕분에 오늘도 하나 알고 갑니다.
좋은 글귀에 다른글도 차근차근 읽다보니,
오늘 낮에 백마역 근처 공원길에서 봤던 나무가 이렇게 사진과 함께 있어서 더욱 반가워요.
열매가 정말 꽈리랑 많이 닮아서 신기하다... 하면서 봤는데 <모감주나무> 였군요.
꽃은 ... 내년에 다시 살펴봐야겠지만, 고마운 글 잘 읽었습니다~

무진無盡 2016-07-16 22:45   좋아요 1 | URL
워낙 좋아하는 것이라 눈여겨봅답니다. 알고 보면 더 신비한 식물의 세계더라구요. ^^
 

'희랍어 시간'
-한강, 문학동네

'채식주의자', '내 여자의 열매', '여수의 사랑', '바람이 분다, 가라' 까지 지긋이 가슴을 누르는 무게가 점점 더해간다. '희랍어 시간'까지 오는동안 한페이지도 쉽게 넘어가지 못했다. 그 무거움 속으로 다시 걷는다.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라의 이야기" 라고 한다. 이 책에서도 지속된 무거움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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