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강에 삽을 씻고'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 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정희성의 시 '저문강에 삽을 씻고' 전문이다. 날마다 건너다니는 다리에 서서 지는 해를 보다. 문득 생각나는 시다.


무엇이 발길을 멈추게 했는지 모른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모든 것을 되도록이면 자세하게 눈맞춤하고자 애쓰며 오가는 길인데도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그 속에 내가 느끼는 희노애낙애오욕이 다 담겨 있어 문득문득 눈시울을 붉히게도 하고 발걸음 멈춰 한없이 바라보게도 한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꾹꾹 눌러놓은 속내가 슬그머니 비집고 나와 주책없이 민망함을 보이지만 늘 혼자인 시간이니 누구 눈치볼 일도 없어 그냥 그대로 둔다. 그렇게 또 한차례 뒤집힌 속내가 흘러 넘치고 나면 맑고 밝아서 더 깊어진 따스함이 스며든 스스로의 가슴을 품고 일상으로 걸어갈 수 있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잊혀져가는 담배 연기가 손에 잡힐 듯 눈 앞에 아른거린다. 일어나자.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을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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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달에 바짝 붙어 가시버시하던 개밥바라기별이 오늘은 길을 앞서고 있다. 그렇게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가고 때론 나란히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순리라는 것을 몸소 말해준다.

채 어둠이 몰려오기 전 피어나는 듯 차오르는 초승달이 참으로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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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눈잔치는 끝났다.
딱 한시간 점심시간에 마른 눈이 펑펑 쏟아졌다. 드디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냇가 뚝방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내달려 눈잔치를 즐길 수 있었다.


잔잔한 바람타고 냇물 위도, 푸른 대나무 잎에도, 씨를 품은 무궁화 열매와 막 꽃잎을 연 노오란 개나리, 잎이진 자잘한 나뭇가지에 쌓이는 눈이 곱기만 하다.


딱, 그것으로 끝이다. 햇볕이 채 내리기도 전에 녹아버리는 눈은 언제왔냐는 듯 사라졌다. 그러니 이것도 어디냐. 감지덕지 그 짧은 시간 온전히 즐겼으니 그것으로 아쉬움 달랜다.


이래저래 참으로 귀한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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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님이라도 오시는 걸까? 까치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며 아침해를 맞이하는 까치의 마음에 슬그머니 기대어 본다. 높은 곳에 올라 없는 모가지를 하늘끝까지 내밀어 본다고 더디오는 소식이 걸음을 빨리하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알고도 남지만 아직은 그리움이 가슴에 넘치는 사람의 마음이 느긋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동쪽을 향한 까치가 기다림이 아침해는 아닐 것이다. 그대, 어디쯤이나 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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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을 보기 힘든 때라 자연스럽게 열매에 주목한다. 푸른잎에 쌓여 화사한 꽃을 피울때는 다른 꽃들이 눈에 들어 지나치기 일쑤다. 씨앗을 담고 묵묵히 때를 기다리는 열매가 찬바람에도 꿋꿋하다.


하얗고 연한 하늘색으로 물들이고 겹지지 않은 무궁화의 단아함이 좋긴 하지만 무슨 이유가 따로 있지는 않을텐데 사진 한장 담아두지 못했다.


꽃은 홑꽃과 여러 형태의 겹꽃이 있는데, 꽃잎 안쪽의 진한 보라색 또는 적색의 원형 무늬를 단심이라고 한다. 이 꽃이 좋다. 꽃색에 따라 흰무궁화, 단심무궁화 등이 있고 꽃잎의 수에 따라 여러 품종으로 나뉜다.


무궁화가 어떻게 우리나라의 나라꽃이 되었을까? 조선의 윤치호 등의 발의로 애국가를 만들면서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을 넣음으로써 조선의 나라꽃이 되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여기로부터 비롯된 것인질 모르나 나라꽃에 논란의 대상이 되는 어쩔 수 없다.


무궁화도 배롱나무처럼 약 100일 동안 매일 새 꽃이 피는 나무다. 이 때문에 '끝없이 핀다'는 의미에서 무궁화無窮花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은근', '끈기', '섬세한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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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1-14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에 동면하고 있는 꽃들을 하나하나 알아보시는군요!^^: 정말 꽃을 사랑하시는 무진님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무진無盡 2017-01-14 22:02   좋아요 1 | URL
이제 꽃이 깨어나는 시기를 맞이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