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전쟁같은 시간이 지났다. 그사이 짙은 구름이 땅과 마주하던 을씨년스러운 기운은 사라지고 맑고 깊은 겨울하늘로 바뀌었다. 늘 하늘을 보지만 순식간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워 보인다. 여반장如反掌 같은 사람 마음이 하늘을 닮은 것일까.

땀이 식으며 엄습하는 한기가 애사롭지 않더니 따사로운 햇볕이 스며들어 온 몸에 온기가 번져 그나마 다행이다. 몸이 바쁘니 오히려 머리가 개운하다.

아침, 비나 눈을 기대했던 바람은 실구멍난 풍선에 바람빠지듯 슬그머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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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매臘梅'
섣달 엄동설한 매화 소식은 더디기만 하고 꽂향기 기다리는 사람의 조급한 마음에 향기를 담았다. 봄을 마냥 기다리기엔 조바심나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한 향기를 지녔다. 어디 향기뿐이랴 그 모양도 독특하여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새해 첫날, 그리운 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순전히 납매 피었다는 소식이 먼 길 돌고돌아 간 곳은 휴일이라고 철문을 굳게 닫았다. 그 허탈감을 위안 삼으라는 듯 가까운 곳에 납매 피었다는 소식이 반가워 한걸음에 달려간 곳에서 향기에 취해 추위도 있고 꽃그늘을 서성거리며 해지는줄 몰랐다.


납매는 음력 12월을 뜻하는 '랍臘'을 써서 '납매臘梅'라 부르는데, 꽃잎의 형상이 '밀랍蜜蠟'과 같아 '랍蠟'을 써서 '납매蠟梅'라고도 한다. 한겨울 추위 속에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에 비유하여 '한객寒客'이라 부르기도 한다.


눈 속에서도 노란꽃을 피운다하여 '황설리화黃雪裡花'라고도 불리는 납매는 섣달에 꽃이 피어 추위로 닫힌 마음에 향기를 전하여 숨 쉬게하는 것으로 '자애'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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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6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진無盡 2017-01-16 22:53   좋아요 0 | URL
이걸 어쩌죠? 휴대폰 카메라 갤럭시노트4입니다 ^^

2017-01-16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진無盡 2017-01-17 00:02   좋아요 0 | URL
노트2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무엇이든 주변 사물 자주 찍어보면 감을 잡을 수 있더라구요 ^^
 

흐뿌연 미세먼지는 바늘틈도 없이 하늘을 덮고 강렬한 태양마져 사라지게했다. 차갑지도 못한 기온으로 오히려 낯선 시간이 더 깊고 무겁게 땅바닥까지 내려앉은 날 빼꼼히 스며든다.

얼마만에 찾은 곳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이곳에 서서 따스한 세상을 꿈꾸었던 이들이 있어다. 한명은 국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며 잘나는가 싶더니 들리는 소문도 없이 종적이 묘연하다. 다른 한명은 무엇이 그리 급한지 젊디젊은 나이에 하늘에 별이 되었다. 그 중 한명이었던 이는 긴 세월동안 침묵 속에 살며 과거의 사람이 되었다.


그때도 의암에 올랐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성벽 사이로 흐르는 남강의 끝이 어디인가 남해 바다쪽을 바라보며 삼천포 항구에서 해상국립공원의 한 축인 여수로 갈 여정을 생각했으리라.


문득 진주성 그곳에 올라 초승달을 바라보는 동안 엄습하던 알 수 없는 기운이 며칠이 지난 이제서야 짐작된다. 안개인 듯한 미세먼지로 날이 을씨년스러우니 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오늘밤 달이나 볼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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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트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신경림의 시전집2 "쓰러진 자의 꿈"에 실린 시 '나목裸木'의 일부다.

안개가 제 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멈춰선 시간, 바쁜 출근길임에도 기어이 차를 세우고 만다. 2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어온 느티나무 한그루 우연히 같은 시간대를 사는 인연으로 아침저녁 눈맞춤을 한다.

나무는 맨몸으로 이 거친 시간을 견디는 일을 나이테로 켜켜이 쌓아갈 것이다. 알고 있을까. 사계절 눈으로, 손으로, 마음으로 곁을 서성이며 기대어 마주한 시간이 있어 이제 조금은 더 헐거워진 마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시간을 앞질러가기라도 하듯 달리는 차를 멈춘다. 이 짧은 멈춤을 할 수 있는 내가 좋다. 다 그대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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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호의 기회다. 납매를 선두로 복수초에 노루귀까지 여기저기 꽃소식 들리고 마침 눈까지 내려 설중에 꽃을 만날 수 있을거란 생각에 슬그머니 번지는 미소를 애써 감추고 잔설이 제법 남아있는 계곡으로 들어선다.


나만의 계곡 문지기인 길마가지나무가 향기로 눈인사 건네고, 죽은 오동나무를 쪼는 새소리도 반갑다. 개운함을 전하는 차가운 기운이 몸으로 파고들지만 산을 넘어오는 햇살이 있어 춥지만은 않다.


몸을 낮추고 나뭇잎과 눈쌓인 계곡에 눈이 익숙하도록 기다리며 고개를 내밀고 있을 노루귀를 찾는 눈동자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곳저곳 살피는데 시간이 꽤 지났어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가 아닌가 하고 주변을 둘러보아도 너무도 익숙한 숲, 그 자리가 맞는데도 안보인다. 그렇게 한시간을 두리번거리다 끝내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복수초 군락지를 가서도 만나지 못하고 온 후라서 그 아쉬움은 더 크다. 지난해는 이곳에서 설중 노루귀와 눈맞춤한 행운을 누렸는데 올해는 때가 아닌 모양이다. 느긋하게 기다려보자.


'꽃이 이끌어주거나 허락해야만 눈맞춤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숲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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