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나무'
화사한 붉은 색의 꽃이 피는 날이면 늦봄에서 여름의 기운을 느끼게 된다. 열매의 알맹이와 꽃의 그 붉음이 서로 닮았다.


나무는 제법 오랜시간을 쌓았다. 나무만 보고서는 이름 불러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까. 말라버린 열매를 떨구지 못하고 있다. 늙은 나무는 더이상 많은 꽃을 피우지 못하지만 피는 꽃은 그 어느 나무보다 곱다. 꽃피는 때면 그 밑을 서성이게하는 나무다.


한국에는 이란에서 중국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1400년대에 쓰인 양화소록 養花小錄에 석류를 화목9품 중 제3품에 속하는 것으로 쓴 기록이 있는 점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석류나무 꽃의 아름다움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뭇 남성 속의 한 여인을 말할 때 쓰는 '홍일점'의 어원이다. '원숙미', '자손번영'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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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다. 첫눈으로 맞이할 눈다운 눈이 오신다. 벌써 까만밤 햐얀 눈세상인데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묵직한 소리와 함께 비오듯 함박눈이 오신다.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김용택의 시 '첫눈'의 전문이다. 눈은 그렇게 기억을 불러내 아득함으로 벅찬 시간을 함께한다. 하나, 눈은 여전히 지천명知天命을 지나온 사내의 가슴에 설렘을 불러오기에 더 기다려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 안도현이 '첫눈 오는 날 만나자'라는 시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고 노래한 그 마음을 여전히 믿고 있다.

소리로 잠을 깨운 눈이 이 밤을 함께 지세우자고 자꾸만 부른다. 긴 겨울밤이 오늘은 무척이나 짧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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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7-01-31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비‘라는 말은 없는데, 왜 눈에 대해서는 ‘처음‘이란 말이 붙을까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봄비, 여름비, 가을비, 겨울비. 비는 어느 계절에나 다 내리지만, 눈은 하나의 계절에만 내려서 사람들이 ‘첫눈‘이란 말에 많은 의미를 담고 싶어하는 걸까요? 오직 한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처럼요.

무진無盡 2017-01-31 20:51   좋아요 0 | URL
그 마음일듯 합니다 ^^
 

동지 지나고 섣달 보름까지 건너온지라 날이 제법 길어졌다. 늘 같은 시간 같은 곳을 바라보니 하루를 건너온 해가 눈맞춤하는 모습이 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해가 산을 넘어가는 위치와 시간이 다르고 전해지는 느낌이 날마다 다르다.

내게 날이 길어진다는 것은 긴 겨울을 건너오는 동안 내내 기다려온 때가 비로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퇴근 후 꽃나들이"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하여, 요사이 출퇴근 시간이면 지나는 곳마다 자꾸 눈은 숲과 계곡의 언저리에서 멈추곤 한다. 멈춘 시선에 숨기기 어려운 속내가 피어난다.

저기 길마가지나무 꽃 피어 입구를 지키는 계곡 오동나무 지나 굴참나무 아래 노루귀 올라올 것이고, 그 옆에 깽깽이풀 붉은 새싹도 곧 볼 수 있을 것이다. 건너편 산등성이 돌밭을 지나서 상수리나무 아래는 복수초의 노란 등불로 숲이다 환해질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이미 꽃과 눈맞춤하는거나 다름 없다. 

오늘은 해의 걸음걸이를 더디게 하는 서쪽하늘이 유난히 높고 깊다. 성급한 마음에 꽃나들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벙그러지는 미소가 꼭 저 하늘 닮았다 싶어 자꾸만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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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 가는 길'
오랜 기억을 되짚어 그 길을 걷고 싶었다. 다산이 혜장선사와 유불儒佛의 틀에서 벗어난 마음을 나누었던 길이고, 바다를 건너온 제주도 봄볕이 붉디붉은 그 마음을 동백으로 피었던 길이다.


"한 세월 앞서
초당 선비가 갔던 길
뒷숲을 질러 백련사 법당까지 그 소롯길 걸어 보셨나요
생꽃으로 뚝뚝 모가지 째 지천으로 깔린 꽃송아리들
함부로 밟을 수 없었음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송수권의 시 '백련사 동백꽃' 중 일부다. 모가지째 떨구는 동백은 아직 피지 않았다. 게으른 탐방객에게 한꺼번에 다 보여줄 때가 아닌 것이리라.


뱩련사 아름드리 동백나무숲 푸른 그늘은 시린 정신으로 열반의 문을 열었던 선사들의 넋도, 남도땅 끝자락까지 봄마중 온 이들의 상처투성이로 붉어진 마음도 품었을 것이다.


하여, 백련사 동백숲에 들 요량이라면 세상과 스스로를 향해 갑옷으로 무장했던 마음의 빗장을 활짝 열고 동백의 그 핏빛 붉음으로 물들일 준비를 마쳐야 하리라.


봄이 깊어질 무렵 그 동백꽃 "생꽃으로 뚝뚝 모가지 째 지천으로 깔린 꽃송아리들" 보러 다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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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 하늘빛과 한치도 다르지 않다. 갇힌듯 하지만 그렇다고 답답함까지는 몰아가지 않으니 움츠린 가슴을 조금 펴고 평온함을 불러오기에 적당하다. 이 또한 상대적이라 여전히 지금 이 하늘빛 닮은 얼굴들은 땅만 보고 걷는다.

쉬어 가도 버거운 산길은 홀로 걷다 툭 터지듯 뱉은 숨 끝자락에서 눈맞춤 했다. 팔 벌려 겨우 닿을듯 말듯 지근거리지만 발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라 마음과는 달리 몸은 주춤거린다. 서걱거리는 겨울 숲의 마른 기운이 애써 키워가는 봄이 여기에 담겨 초록의 꿈을 꾸고 있으리라.

실바람도 멈춘 하늘은 해마져 삼키고 고요에 겨워 잿빛으로 아스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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