消暑八事 소서팔사
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일

1. 松壇弧矢 송단호시 - 솔밭에서 활쏘기
2. 槐陰鞦韆 괴음추천 -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
3. 虛閣投壺 허각투호 - 빈 누각에서 투호놀이 하기
4. 淸簟奕棊 청점혁기 -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5. 西池賞荷 서지상하 -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6. 東林聽蟬 동림청선 -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7. 雨日射韻 우일사운 - 비오는 날 한시 짓기
8. 月夜濯足 월야탁족 - 달밤에 개울에서 발 씻기

*다산 정약용 선생의 소서팔사消署八事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더위 퇴치법 8가지라고 한다. 유배지에서 돌아온지 6년째인 1824년에 이 시를 지었다.

마음 속 담긴 것이 달라서일까. 더위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옛사람들이 더 느긋하게도 보인다. 변화된 삶의 방식에도 불구하고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자리가 있다.

아침부터 버거운 날씨다. 눈은 시원하게 해주는 파아란 하늘을 무심히 올려다보다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따갑기만한 햇볕이 무지막지하게 힘이 쎄다.

그늘에 들어 초여름 다녀온 노고단 길에 만난 흘러내는 물줄기를 떠올린다. 시 지을 재주는 없고 느티나무 그늘 아래 대자리 깔고 낮잠이나 즐기면 더없이 좋겠다. 그런 호사도 내 몫은 아니기에 점심시간에 뚝방 벚나무 그늘에나 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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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중나리
여기저기서 피었다는 소식이 있는데 내가 사는 근처에서는 볼 수 없다고 하소현 했더니 불쑥 나타났다. 초여름의 숲에서 붉디붉은 미소를 건넨다. 붉은 속내를 보이는 것이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듯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왕지사 얼굴 붉혔으니 하늘 봐도 될텐데?

'털중나리'는 산과 들의 양지 혹은 반그늘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서서 자라며 위쪽에서 가지가 약간 갈라지고 전체에 잿빛의 잔털이 있다.

꽃은 6~8월에 황적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는 꽃이 줄기와 가지 끝에서 밑을 향해 달려 핀다. 안쪽에 검은빛 또는 자줏빛 반점이 있다.

풀 전체에 털이 덮여 있는 것 같이 보이기 때문에 '털중나리'라고 한다. 뒤로 젖혀진 꽃잎 중간까지 점이 있고 줄기에 주아의 유무로 참나리와 구분하는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한국특산식물이고 환경부지정 희귀식물이다.

봄꽃이 지고 나서 여름꽃으로 전환되는 시기를 알려주는 듯 나리꽃 중에서는 가장 먼저 핀다. '순결', '존엄', '진실' 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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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냐?"
"안 아프다"
"아프구나"
전화 받는 이는 불특정 다수다. 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 한 번 더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 그런데 아무도 안 아프다고 하니, 정말 모두 아픈 모양이다.
-이산하, '피었으므로, 진다' 중 '각연사' 편에서

*바늘끝으로 무장한 땡볕이 기세가 등등하다. 요사이 아침 안개가 곱다고 했더니 따가운 햇볕이 예고한 것이라는 어른들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삼복더위가 깊은 밤까지 이어지는 나날이다. 더위야 여름이니 당연하다치더라도, 내가 발딛고 사는 땅에선 그 더위를 식혀줄 사람들의 소식은 더디기만 하다. "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 한 번 더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는 이산하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한 번 더 그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8월 첫날이다.

"아프냐?"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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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꽃풀,
기다림을 알았을까. 몇년 전 한라산 기슭에서 처음 눈맞춤 한 후 같은 자리에서 거의 매년 보아오던 꽃을 내 뜰에서 마주한다.

네개의 꽃대가 올라오고도 한동안 꼼짝하지 않더니 어느날 부터 조금씩 달라짐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하얀색의 꽃이 보였다. 몽글몽글 피어나는 꽃이 기특하여 아침 저녁으로 눈맞춤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세심하게 관찰하고 정성을 기울인 것보다 더 큰 무엇을 전해주는 것, 야생에서 만나는 것과는 또다는 특별함이 있다.

한동안 실타래가 풀리듯 피어오르는 꽃 보는 내 마음도 몽글몽글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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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개승마
때맞춰 보지만 그렇다고 딱히 주목해서 갈무리하지도 않는다. 같은 시기에 피는 다른 꽃에 밀리기 때문이다. 꽃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닌 것은 어쩔도리가 없다.

노고단을 오르며 수없이 만나는 꽃이다. 무리지어 핀 모습도 홀로 피어 숲에 불을 밝히듯 환하게 웃는 모두 넉넉함을 주기에 그 풍성함이 좋다.

"채취한 어린 순을 말린 것은 ‘삼나물’로 불리며 식용에 쓰이는데, 삼나물이라는 이름은 인삼처럼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고 잎 모양이 삼을 닮아서 붙은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나물로 먹는다기에 지난 봄 뜰에 심었는데 다른 것에 가려서 꽃도 보지 못했다. 자두나무 그늘 아래 텃밭으로 옮겨야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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