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만 잔뜩 잡더니 병아리 눈물만큼 오다 말았다. 구름에 싸인 달빛이 눈에 닿기에도 민망할 정도지만 그래도 눈은 왔다. 하늘의 구름이 제 무게를 다 내려놓지 못했으니 눈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아도 될 것이다.

깊어가는 밤만큼이나 적막 또한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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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초'
한여름 하늘의 별이 땅으로 내려와 노란별꽃로 피었다. 자잘한 별들이 모여 꽃봉우리를 만드니 별무리다. 그 꽃이 지고난 후 하얀 별로 다시 피어 한 겨울에도 빛나고 있다. 하늘에서 온 모습 그대로 추운 겨울을 나며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바닷가 마을에서 깨진 화분으로 갑갑한 옷을 벗어던진 모습으로 내가 왔다. 이제는 집으로 들고나는 문 한쪽을 지키며 철따라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이들을 반긴다.


줄기가 상상의 동물인 기린 목처럼 쭉 뻗은 모습에서 기린초라 불렀다고도 하고, 약초로 이용되는 식물 중 그 기능이 가장 우수하다고 하여 '기린초'라고도 한다.


비슷한 종류로는 가는기린초, 넓은잎기린초, 애기기린초, 섬기린초, 태백기린초, 큰기린초 등이 있으나 구별이 쉽지 않다. '소녀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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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귀한 때, 나무나 여러해살이풀의 겨울눈을 보는 맛이 제법이다. 크기나 모양, 털이 있고 없는 것들을 보며 나무나 풀의 잎과 꽃을 상상하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참나무 종류로 보이는 나무의 겨울눈과 눈맞춤한다. 두 눈에 입술까지 메뚜기 얼굴을 닮은 녀석이 참으로 씩씩하게도 보인다. 월동아越冬芽라고도 하는 이 겨울눈은 나무나 여러해살이풀이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겨울을 지내기 위해 만드는 눈으로, 봄에 새싹이 나올 수 있도록 겨울내내 보호된다. 이 겨울눈이 열리면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다. 

세상 무엇하나 같은 것이 없다. 차갑고 긴 겨울 견디며 봄을 준비하는 모든 생명들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다름으로 인해 나와 네가 공존하는 근거가 된다. 이 다름을 틀림으로 보거나 다르다는 그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면서부터 공존은 무너진다. 무너진 공존은 다름의 한 축만을 제거시키는 것이 아니라 양자 모두를 소멸시킨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처하는 사람만이 이 차이를 틀림으로 구분하여 서로 공존할 근거를 소멸시키고 있다. 겨울눈과 눈맞춤하는 이 시간 볕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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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슬'
밤사이 살포시 내린 눈이 겨울숲의 색조를 특별하게 한다. 이 특유의 빛으로 겨울을 기억하는 한 함께 떠오를 이미지다. 눈과 적당한 그늘과 숲의 서늘함까지 고스란히 담는다.


꽃이 진 후 열매로 만났으니 이제 때를 놓치지 않고 꽃을 볼 수 있어야 열매의 특별한 이유를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수많은 다리로 살아야하는 생명을 보듯 경외감으로 다가온다. 동물들의 털에 붙어 서식지를 넓혀야 하는 생존의 문제가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털이슬'은 이슬처럼 매달린 열매에 털이 잔뜩 난 모습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꽃은 8월에 흰색으로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여러 개씩 달린다. 꽃받침 잎은 녹색으로 2개이고, 흰색의 꽃잎도 2개이며 끝이 2갈래로 갈라진다.


그늘진 숲에서 새싹을 돋아 꽃피고 열매 맺기까지 작고 작은 생명이 겪어야 하는 과정은 기다림의 연속이 아니었을까. '기다림'이라는 꽃말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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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위의 두 남자 - 인생의 이정표를 찾아 모래 위로 떠난 사람들
배영호 지음, 제이리미디어 사진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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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나침판을 찾아서

사막과 같은 막막함이 삶의 본질이라는 것에 전부를 동의하지는 않지만때론 사막보다 더 막막함이 삶의 어느 순간에 온다는 것은 안다지금의 삶이 사막과도 같다 하더라도 그 한가운데 있는 한 사막이 주는 막막함을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그 속에 묻히면 전후좌우를 살펴 방향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자신이 지금 처한 현실을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여행은 가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절반을 돌 즈음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인생의 사막으로 떨어졌던 사람이 진짜 사막으로 떠나 그곳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 사람이 있다인생의 하이라이트를 보내고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두 남자가 20여 년 만에 진짜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 인생의 이정표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여행기가 이 책 사막 위의 두 남자.

 

사막 위의 두 남자는 KBS 사람과 사람들-사막 위의 두 남자 편으로 방송되면서 비슷한 연령층이거나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다큐멘터리에서 두 주인공 중 저자 배영호의 내면의 이야기를 담은 여행기다저자 배영호는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최대 기업에서 승승장구했으며중소기업 대표까지 역임했지만 인생의 절반을 돌 즈음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인생의 사막으로 떨어졌다.그 뒤 우연한 기회에 사막 다큐멘터리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지금은 방송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저자 배영호는 이 책에서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는 준비과정에서부터 타르 사막에서 맞이하는 하루하루가 지난 인생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었으며 사막이라는 특수 환경이 주는 이미지 속에서 앞으로 살아갈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자기 성찰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끊임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에서 맞이하는 해돋이와 쏟아질 듯 빛나는 밤하늘의 은하수생명이 살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모래사막에서 마주하는 생명들과 같이 사막은 그 자체가 가지는 막막함뿐 아니라 생명과 그 생명들의 삶이 포함된 사막으로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마치 사막보다 더 막막한 인생을 나침판 없이 가는 것처럼.

 

두 남자로 대표되는 절망의 순간에 마주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담겼다정도의 차이와 구체적인 모습이 다를 뿐이다굳이 사막을 떠올리거나 그 사막으로 떠날 수조차 없는 현실에 갇힌 사람들에게 삶에서 무엇을 놓치지 말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담담하게 그려간다.

 

인생을 사막으로 비유한다면 나침판도 없이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은 그 막막함 견디고 이겨내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나락으로 떨어진 자신의 조건을 인정하고 그런 자기 자신과 솔직한 만남으로부터 그 힘을 출발한다고 본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자신의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나보자그 여행에서 만난 자기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통해 사막을 건너는 나침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진정한 용기는 바로 이렇게 사막을 여행하듯 민낯의 자신을 만난 것에 있다고 사막을 건너온 주인공들은 온 몸으로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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