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나물'
둥근잎이 층층으로 쌓인 그 끝에 고개를 삐쭉하게 내밀고 세상 구경나온 아이들처럼 두리번거린다. 모자를 치켜쓰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펼쳐진 입술을 가진 그들에게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보인다. 오히려 한없는 호기심 천국이다.


봄에 나는 새싹들은 모두 그 성질이 순하여 먹을 수 있다. 냉이나 달래와 같이 나물로 먹는다. 연한 잎을 데쳐서 무치거나 된장국을 끓여 먹는다. 꽃을 말려 차로 마시기도 한다.


왜 광대나물이라는 이름을 가졌을까? 이 꽃은 이른 봄에 마치 봄을 부르듯 피어나는데 꽃을 잘 보면 목 주변에 주름이 많은 광대들이 입는 옷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서 광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코딱지풀, 코딱지나물로도 불리는 광대나물은 '봄맞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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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도 모르면서
남덕현 지음 / 빨간소금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모르기에 살아갈 희망을 꿈꾼다

말이나 글이 힘을 얻으려면 그 말이나 글을 하거나 쓴 이의 마음과 듣거나 읽는 이의 마음이 만나 공감을 일으켰을 때다또한 말이나 글을 하거나 쓴 이의 일상에서 언행일차가 가져오는 힘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그런 의미에서 남덕현의 글은 힘이 쎄다.

 

저자 남덕현은 이미 산문집충청도의 힘과 슬픔을 권함으로 많은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불러왔으며 시집 유랑으로 저자 특유의 시선과 글맛을 보여주고 있다특히 SNS 상에서 만나는 저자는 시대의 문제에 빗겨가지 않는 정정당당한 모습으로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으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사람이다.

 

남덕현의 글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점에서 구체적이며 나와 내 이웃의 민낯을 보여주는 점에서 솔직하다.충청도라는 지역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말과 글이지만 그 특별함이 일반화된 우리들의 자화상과도 일맥상통 한다아버지 시대와 우리가 겪었던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현장감이 녹아 있어 설득력이 강하다한없이 허튼소리처럼 보이지만 어느 사이 가슴 깊은 곳을 울리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한다.모처럼 글이 가지는 맛과 멋이 여기에 있음을 확인하며 따스한 미소와 함께한다.

 

특히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할아버지할머니는 곧 우리의 아버지어머니이며 때론 현실을 살아가는 내 자신이다대부분 볼품없는 인생들이다가난한 소작농 출신이거나 첩의 자식이고노구를 이끌고 여전히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평생을 한 동네에서 벗어나보지 못한 노인들이다이들은 뭘 배워서 아는 출신들이 아니다그렇기에 그분들이 살아온 삶을 증언하는 것과도 같은 이야기는 매순간 수고로움으로 시간을 겹으로 쌓아온 이들만이 가지는 삶의 지혜와 해학이 담겨 있다그것이 바로 이 글이 가지는 힘의 원천으로 이해된다.

 

인생사 한 치 앞을 모르고 나서야 인간의 삶에 대한 가장 완전한 질문으로 이끄는 직관의 문이 열릴 것이다그러니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은 분명히 절망이겠으나어찌 그 절망의 황홀함을 한 치 앞을 내다보는 기쁨 따위에 비할 것인가나뭇잎 하나 지는 까닭을 모르고서도 가을이면 단풍이 황홀하듯 인생사 한 치 앞을 모르고서도 삶은 황홀하다.”

 

읽는 이는 '모르고서도'에 방점을 찍는다모르기에 가능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삶의 절망도 모르기에 겪게 되지만희망 또한 모르기에 가질 수 있는 것이다절망과 희망은 그 '모르고서도'를 어떤 마음가짐을 대하며 자신의 일상에 적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일이다. ‘웃픈 이야기라고 하지만 마냥 웃고 울 수도 없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삶의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한 치 앞도 모르면서는 지나온 시간보다 살아갈 날에 주목한다알 수 없기에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으며 그 가능성은 살아갈 미래의 근거가 된다는 것을 은연중에 비치고 있다여기서 삶의 희망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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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분분' 바람따라 눈발 흩날린다. 코앞 정월 보름을 내다보는 오늘 하루가 볕 좋은 때도 있고, 심란한 바람에 어지럽기도 하다. 그 사이사이에 난분분 날리는 눈발에 마음도 덩달아 오락가락 뛰어다닌다.

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직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필 동 말 동 하여라.

*평양 기생 매화의 작품으로 알려진 시조다. 지금이 매화 꽃잎이 필 동 말 동 하는 딱 그 때다. 입춘 지났다고 춘설이라 우기지도 못하는 눈이 흩날린다. 거센 바람 앞에 잔뜩 움츠러드는 몸이다.

저 건너 산기슭 매화는 이 눈발에 아직 다 채우지 못한 향기를 꽃잎 사이사이에 담을 것이기에 모른척 곁눈질만 하고 말았다. 꽃잎 열리는 날 그 향기도 난분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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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화'
탐매를 꿈꾸지만 언감생심 매화 꽃 피기까지는 아직 멀었을 때 남매와 더불어 꽃소식을 전해주는 나무가 있다. 남매는 매화꽃 향이 난다고 매화 이름을 붙였지만 그 축에 끼지 못하지만 꽃이 귀할 때 독특한 모양과 색으로 주목 받기에 충분하다.


아직 찬기운이 많이 남았을때 피는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매화, 납매, 생강나무, 산수유 등과 같이 대개가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 풍년화 역시 넓은 타원형의 잎이 나오기 전, 향기로운 꽃이 먼저 노랗게 핀다.


전남대 수목원 작은 정원에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있어 꽃이 귀한 때 종종 찾아 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 풍년화도 여기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봄에 일찍 꽃이 소담스럽게 피면 풍년이 든다고 하여 풍년화라는 이름을 얻었다. 비집고 나와 춤추듯 갈라지는 꽃잎들에서 저절로 향기가 번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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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왔습니다. 디딤돌을 놓은 마음을 알듯도 합니다. 보기에도 아까운 눈이기에 차마 밟을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쌓인 눈이 녹기까지 건너지 못하는 마음도 한줌 얹었습니다. 눈에 묻힌다고 건너지 못할거야 없지만 머뭇거리는 마음을 돌아보라는 마음이 큽니다.

골목길 쓸고 오는 사이 다시 눈이 옵니다. 눈을 데려오는 바람따라 풍경소리 청아하여 그리운님 반기듯 버선발로 나선 마음은 다시 토방을 내려섰습니다. 해가 하늘 높이 떠오르듯 눈도 그렇게 쌓였으면 좋겠습니다.

살포시 쌓인 눈을 핑개로 먼동이 트는 시각 그대의 안부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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