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볕에 눈이 사라진다. 보기에도 아까운 눈을 붙잡고 싶은 마음에 의식을 치루듯 늘 눈사람으로 다시 만난다. 어제밤 눈은 무겁게 내렸다. 물기를 많이 품고 있어 볕에 금방 사라지지만 뭉치면 단단함으로 오랫동안 머물러 있다.

"소담한 눈발이
사락사락 얼굴에 와 닿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함박눈은 봄의 첫 꽃인 것을"

*조예린의 시 '춘설春雪'의 일부다. 얼굴에 닿는 눈의 느낌으로 봄의 첫 꽃을 만난 시인의 마음을 알듯도 하다.

볕에 녹을 것을 알면서도 눈사람 만드는 것은 녹아내린 눈이 형상 그대로 가슴에 스며들기 때문입니다. 함박눈이 봄의 첫 꽃으로 피는 것처럼 그렇게 꿈을 꾸듯 그대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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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7-02-2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박 눈은 봄에 첫 꽃이라니 정말 아름다운 시네요. 그리고 사진과도 참 잘 어울려요.

무진無盡 2017-02-20 18:24   좋아요 0 | URL
아직 남은 겨울이 한번은 더 꽃을 피워주리라 기대합니다. ^^
 

다시 그 숲에 들었다. 우수에 볕 좋은 날이었지만 숲에 들어설 때는 이미 늦은 오후라 그늘이 점령하고 있다. 볕이 없으면 눈맞춤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어도 개의치 않고 숲에 든다.

긴 겨울잠에서 갖 깨어난 녀석들이 하나 둘 보인다. 솜털 보송보송하고 잠에 취한듯 고개를 떨구고 있다. 얼굴 마주보진 못하지만 이제 나날이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기에 그 숲에 마음 한쪽 떼어놓고 왔다.


노루귀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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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 가득 환하다. 간밤에 내린 눈이 아침햇살에 저절로 빛난다. 이곳에 멈추고자 몇분 앞서 나선 길이라 다소 긴 눈맞춤으로 느긋한 아침이다. 마음이 급한 출근길 저절로 멈추는 발길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설렘으로 시작한다.

겨울이 주는 선물을 만끽한다. 그대도 누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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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雨水다.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과 동면하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 사이에 절기라 봄 내음이 솔솔 풍기지만 동반하는 바람끝엔 차가움이 남아 있다. 하지만, '우수 뒤에 얼음같이' 이제 봄기운 스며들 날이 코 앞이다.


회문산 정상 큰지붕(837m) 위에 섰다. 어디가 어딘지 구분하지 못하는 발아래 연봉들이 줄지어 있다. 맑은 하늘과 눈부신 햇살에 빛나는 상고대는 겨울산이 만들어 놓은 보석이다. 알싸한 바람과 마주하는 겨울산의 매력이 좋다. 얼음장 밑으로 물흐르는 소리 맑다. 봄과 겨울이 공존하는 겨울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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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뜬 밤 눈이 내린다. 구름 사이를 유영하는 달빛 만으로도 환한데 눈빛이 더하니 겨울밤이 더욱 그윽하다. 결국, 달과 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여 기어코 밤마실 나오고 말았다.


"아아 더운 눈물처럼 눈이 내리면 
눈꽃은 다시 어둠에 실려
하늘에 별들로 다시 뜨리라"


*이효녕의 시 '눈이 내리고 별이뜬 밤'의 일부다. 오늘은 별보다 구름을 속을 빠르게도 흐르는 달이 빛난다.


정월 보름을 향하는 급하게 부풀어 오르는 사이 달의 벗은 구름이다. 꼭 숨바꼭질이라도 하는듯 앞서거니 뒷서거니 장난스럽게도 노닌다. 눈은 내려 밤빛이 환한데 달구경하는 맛이 참으로 좋다. '더운 눈물처럼 눈이 내리면' 그 눈의 온기로 겨울밤이 춥지만은 않다.


달보고 눈보느라 들랑날랑 하는 사이 문지방이 다 닳아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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