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꽃놀이
얼마만에 오르는 길인지 기억도 까마득하다. 무등산의 품에 살다 벗어나 집근처 놀이터가 생긴 후 다소 멀어진 산이다. 지난해 함박꽃을 보자고 오른 후 두번째 꽃보러 무등산을 오른다.


증심사주차장-제1수원지-평두메능선-바람재-토끼등-중머리재-새인봉삼거리-약사사-증심사주차장


험한 길이 아니기에 봄이 어디까지 왔는지 살피며 '변산바람꽃' 피었다는 곳으로 올랐다. 능선을 올랐는데 이정표를 찾지 못하고 헤매다 겨우 눈맞춤 할 수 있었다. 지난해 불갑사에서 보고 두번째 눈맞춤이지만 개체수가 워낙 적어 다음을기약 한다.


봄날의 볕이 좋은날 사람들이 산으로 몰렸는지 바람재에서 새인봉삼거리는 북세통으로 봐야할 정도라 산의 몸살이 시작된듯 싶어 괜히 걸음만 빨라진다.


두번째 꽃 복수초는 여기저기 올라오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이른꽃들은 이미 지고 이제 제철이라도 되는듯 발옮기기가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 산에 노오란 등불을 켜 놓은듯 장관을 이루겠다.


따사로운 햇볕과 계곡의 힘찬 물소리와 물오른 가지들의 끝에서 겨울눈이 풀어지는 생기로 봄은 이미 이만큼이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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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속의 생각 태학산문선 304
문일평 짓고, 정민 풀어씀, 김태정 사진 / 태학사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꽃과 사람의 상호작용

많은 사람들이 꽃을 좋아한다계절이 바뀌는 시기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때에는 꽃구경이라는 형태의 나들이를 유행처럼 즐기기도 한다그렇게 꽃을 가까이 두고 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의지를 표출하고 누린다하지만대부분의 사람들의 꽃을 대하는 현장에서 즉흥적인 감정을 누리고자 할뿐 꽃과의 감성적 공감을 넘어선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꽃은 꽃으로만 머물지 않는다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적극적인 영향을 끼쳐 심신의 안정을 주기도하고 행복한 느낌을 전해주어 꽃과 함께하는 동안 무엇보다 즐거운 시간을 누리도록 돕기도 한다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꽃을 가꾸는 사람들은 훨씬 더 적극적인 작용으로 꽃과의 교감을 통해 꽃이 주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이렇게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하는 꽃에 대한 특별한 감상을 기록한 사람이 있다바로 문일평이 그 사람이다.

호암湖岩 문일평文一平(1888~1939)은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이며 민족주의 사학자다교육 활동과 일제 강점기 조선의 고서적역사에 대한 연구 등을 하였다그는 정인보안재홍과 함께 1930년대 조선학 운동을 주도한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문일평 선생의 '화하만필花下漫筆'과 사상史上에 나타난 꽃 이야기'를 정민 선생이 꽃에 따라 새롭게 배열하고 현대인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엮은 책이다.

 

"매화배꽃진달래철쭉영산홍동백해당화살구꽃복사꽃장미작약연꽃나리꽃봉선화도라지꽃할미꽃박꽃접시꽃앵도화백일홍무궁화목련화사계화맨드라미능소화,난화난초편화제비꽃모란꽃서향화치자해바라기수선화옥잠화금전화패랭이꽃추해당수구화양귀비국화나팔꽃"

 

문일평 선생이 주목했던 식물들이다귀하고 귀하지 않은 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생이 관심 갖는 꽃은 깊은 산골짜기에만 사는 희귀식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물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그렇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더 깊은 공감을 불러오는 글들로 꾸며져 있다.

 

위와 같이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꽃에 대해 그 연원을 밝히고 꽃을 노래한 시와 시조 등을 중심으로 꽃의 이야기를 펼쳐간다그냥 보고 지나치는 꽃이 아니라 사람의 일상의 주변에 있으며 그 꽃을 바라보는 사람의 감정과 의지를 담은 문한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다.

곧 꽃 피는 봄이 시작된다그 꽃은 평범한 일상에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문일평의 글맛과 김태정의 사진이 어우러진 꽃이 전하는 향기를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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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고운 밤이다. 깊어가는 밤 기온도 이미 겨울 본연의 차가운 기운을 잃어가고 있다. 품을 줄여가는 달을 보며 뜰을 서성이는 것이 추위에 떨지 않고 즐길 수 있으며 은근한 달빛에 운치까지 더한다.

달이 높이 떴습니다 
나는 지금 
달 아래 가만히 서 있습니다 
달 아래 서니 
이 생각 저 생각이 다 지워지고 
이 사람 저 사람이 다 지워지고 
이런 일 저런 일 다 지워집니다 
이런 달 아래서는 나도 
깨끗하게 지워지고 
달만, 
둥근 달만 하늘 높이 떠 있습니다

*김용택의 시 '달'이다. '다 지워지고'마는 달 아래 서 있다. 

가득 차는가 싶더니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간다. 스스로의 힘으로 빛나지 못하지만 그 빛이 도를 넘지 않기에 마주볼 수 있는 틈을 허락하는 달이다. 스스로의 품을 채우고 또 비우기를 반복하는 것이 마치 지기성찰의 과정에서 복잡한 심사를 비워내는 사람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스스로의 모습을 지워가는 달 아래서면 복답한 심사가 어느새 사라지고 오롯이 달과의 눈맞춤만 남는다. 하여, 달 아래서면 그 달과 닮아가는 자신을 본다. 깊어가는 밤 시간을 아끼며 달을 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달만, 
둥근 달만 하늘 높이 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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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개불알풀'
흔하게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꽃을 보는 일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눈 속에 핀 매화나 설중 복수초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꽃이 어디 그것뿐이랴는 듯 양지바른 곳에 이른 봄꽃들이 피어 눈맞춤을 기다리고 있다.


이름도 아주 민망한 풀이 꽃을 피웠다. 그치만 꽃의 색깔도 모양도 이쁘기만 하다. 봄이 무르익을 무렵에 피는 꽃이 벌써 피었다. 밭이나 들, 집 앞 화단이나 공원의 산책로 주변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조그마한 크기의 예쁜 꽃이다.


이 식물의 이름은 꽃이 지고난 후 열리는 열매가 개의 불알을 닮은 것에서 유래한 것인데 사실은 일본어로 된 이름을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이렇게 붙여졌다. 일부에서는 '봄까치꽃'이라고 부르자고 하지만 같은 종의 다른 식물과의 문제로 이 또한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개불알이란 명칭이 붙은 꽃으로는 '개불알꽃'이 있는데, '개불알풀'과는 종류가 전혀 다른 종류다.


또 하나 특이한 별칭으로는 '큰지금'이라는 이름이다. 지금이란 한자로 '지금地錦', 즉 땅 위의 비단이라는 뜻이다. 봄날 이 꽃이 군락을 지어 피어 있는 모습이 비단을 쫙 깔아놓은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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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담'
-박균호 저, 북바이북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특이한 인연이었다. 책읽기에 푹 빠져지내는 한사람으로 매번 이용하던 온라인 서점에서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접하고 구입후 언제나 처럼 후기를 올렸다. 얼마 후 낯선이로부터 메일이 왔고 그 책을 지은 저자였다. 자신의 첫번째 책을 읽고 처음으로 후기를 써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자신이 수집한 책을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바로 헌책, 절판본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오래된 새 책'의 저자 박균호 KyoonHo Park 다.


박균호의 '오래된 새 책'를 통해 헌책이나 절판본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내가 가진 책 중에서도 그런 수집의 대상이 되는 책이 있음을 알았다. 그중 하나가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라는 책이다. 마냥 책만 읽던 내게 책장의 책을 다시 살피게 한 사람이기도 하다.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독서만담'도 책에 관한 저자의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담고 있어 책 좋아하는 이에게 흥미로운 분야임에 틀림없다.


여전히 사물과 사건을 대하는 톡톡튀는 시각과 학교 선생님의 꼰대기질(?)이 다분하게 보이는 글 맛까지 잘 어우러져 굳이 책읽기와 책수집에 열을 올리지 않은 사람이 읽어도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모처럼 웃음 지으며 책장을 넘긴다. 책 제목처럼 저자의 책에 얽힌 만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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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2-23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