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春
비를 예고하는 봄의 시작이 참으로 곱다. 빛이 번지는 땅과 하늘 사이에 봄 기운이 자리잡고 있다. 하룻밤 차이로 얼굴에 닿는 빛의 무게와 공기의 온도가 달라진 것을 알게 한다.

비로소 봄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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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바람도 잠들어 풍경소리 요원한데 아침달을 매달고 풍경이 흔들린다. 바람이 전하는 소리야 이미 마음에 넘치도록 담았는데도 바람도 울리지 못하는 풍경소리 가슴에 닿고 또 닿는다.

날이 밝아 풍경소리 눈으로 보라고 달은 아침까지 견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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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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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관련된 흥미로운 만담에 빠지다

특이한 인연이었다책읽기에 푹 빠져 지내는 한사람으로 매번 이용하던 온라인 서점에서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접하고 구입 후 재미있게 읽고 나서 언제나처럼 후기를 올렸다얼마 후 낯선 이로부터 메일이 왔다그 책을 지은 저자였다자신의 첫 번째 책을 읽고 처음으로 후기를 써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자신이 읽으려고 사둔 책을 보내주겠다는 것이다그 사람이 바로 헌책절판본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오래된 새 책'의 저자 박균호다.

 

그냥 책이 좋아 무작정 읽고 읽은 책을 모아온 나로서는 박균호의 '오래된 새 책'을 통해 헌책이나 절판본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내가 가진 책 중에서도 그런 수집의 대상이 되는 책이 있음을 알았다그중 하나가 이오덕권정생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라는 책이다이렇게 마냥 책만 읽던 내게 책장의 책을 다시 살피게 한 사람이기도 하다.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저자 박균호의 '독서만담'도 책에 관한 구체적인 에피소드와 아내와 딸의 두 여자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독특한 환경에서부터 겪는 일상을 담고 있으면서도 책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있다책 좋아하는 이에게는 흥미로운 분야임에 틀림없다.

 

하나도 쓸모없는 책 이야기지질한 아저씨의 위대한 패배오늘도 나는 괜찮다라는 주제로 구분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모든 이야기의 중심축은 책으로 모아지고 있다먼 길을 애둘러가면서 책을 소개하고 책이 주는 유용성을 밝힌다책 자체의 이야기나 절판본과 같은 책 모으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하나도 쓸모없는 책이야기에 주목할 것이고 두 여자의 틈바구니에서 늘 패배자로 살아가고 있다며 아내와 딸을 흉보는듯하지만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는 부러운 모습으로 읽히는 지질한 아저씨의 위대한 패배’ 뿐 아니라 옛 기억 속 추억을 불러내 웃음을 자아내는 오늘도 나는 괜찮다도 흥미롭기만 하다.

 

희귀본을 손에 넣기 위해 판매자와 댓글로 입씨름을 벌이고가난한 대학생에게 에누리를 요구한다또 아내로부터 서재를 사수하기 위해 은밀한 작전을 펼친다평온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그의 내면에는 책을 향한 광기가 들끓는다.

 

사물과 사건을 대하는 톡톡 튀는 시각과 학교 선생님의 꼰대기질에 늘 패배하는 지질한 아저씨의 재치 넘치는 이야기는 저자 박균호 만의 독특한 글맛까지 잘 어우러져 거의 모든 이야기를 읽어가는 동안 피식거리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거 없다특별하게 책읽기와 책 수집에 열을 올리지 않은 사람이 읽어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만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왜 행운은 나만 피해 다니는 것일까왜 나는 항상 패자가 되는 것일까라는 자책에 시달리는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이 책에 실린 가족 에피소드는 기껏 아내와 딸아이와의 기 싸움을 겨루는 지질한 남편의 웃기는 일상이지만사건별로 소개된 책은 독자 여러분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라는 욕심을 가져본다.”

 

서문에서 밝힌 저자 박균호의 마음이다책장을 넘기는 동안 웃음 속에 피어나는 온기가 내내 함께 머물러 있다저자의 소박하지만 그 욕심은 이렇게 꽃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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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2-28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서평 정말 감사합니다.
 

휴일 아침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니다. 뜰에 가득한 달빛에 이끌려 토방을 내려선다. 어느새 반이나 품을 줄여버린 달이 눈 앞에 걸렸다. 반달이다.

반달詠半月

誰斷崑崙玉 수단곤륜옥
裁成織女梳 재성직녀소
牽牛一去後 견우일거후
愁擲碧空虛 수척벽공허

누군가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서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어 놓았나
견우가 한 번 떠나가 버린 뒤로
수심에 겨워 벽공에 던진 거라네

*황진이의 시조로 반달에 담은 마음이다. 가슴에 담은 님을 향한 마음이 이토록 절절하여 어찌 살았을까. 옥으로 만든 얼레빗으로 하늘에 걸렸다. 달에 투영한 마음들 중에 황진이는 반달을 얼레빗으로 서정주는 '동천冬天'에서 그믐달을 우리님 '고운 눈썹'으로 비유한다.

"손 시린 나목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오르는 빛"

*이해인의 시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중 일부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나의 뜨락엔 바람이 차고/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날"에도 "빛이 있어/혼자서도/풍요로워라" 이 모든 것이 다 겨울 반달 덕분이라고 한다.

달은 늘 사람들의 곁을 멤돌며 세상사 시름에 겨운 마음들을 다독여 준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달을 보는 사람 마음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은 찬기운이 엄습하는 이른 아침 낮게 뜬 반달이 그윽하다.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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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
삶의 터전을 옮기고 첫번째 숲나들이에서 유독 많은 나무를 만났다. '이 나무의 주인은 ○○○입니다. 연락처 ○○○-○○○-○○○○' 주인이 누군가를 표시하는 이름표까지 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이 나무를 가꾸고 나무가 필요한 사람을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오동나무는 우선 꽃으로 반갑다. 봄이 무르익는 5월 말경 가지 끝에 종 모양의 꽃이 연보라색으로 핀다. 모양도 예쁘고 향기도 좋다. 오동나무 꽃은 높은 곳에 매달리기에 자세히 보려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시골길을 가다 한눈 팔기에 딱 좋은 나무다.


조선 사람 신흠은 '야언野言'에서 "오동은 천년이 지나도 가락을 잃지 않고,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라고 했다.


여기서도 보이듯 오동나무는 전통악기 중 현악기를 만드는데 중요한 재료가 된다. 나무의 재질이 가볍고 연하여 가공하기 쉽고 무늬가 아름답고 잘 뒤틀어지지 않는다. 이런 특성으로 소리의 전달력이 좋아 가야금과 거문고의 중요한 재료가 된다.


숲에 들면 나무에 구멍을 내는 새들을 볼 수 있다.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나는 것은 대부분 은사시나무나 오동나무같은 재질이 연한 나무들이 대부분이다.


거문고를 공부하는 딸아이가 집에 다니러와 나선 산책길에 오동나무를 보고 집에 심어 나중에 악기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했더니 흥쾌히 그러자고 해서 얼굴에 살그머니 미소가 지어졌다. 거문고 소리의 고상함이 여기에서 온 것일까. '고상'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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