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내린 봄이 버들개지 고운 털에 붙잡혔다. 봄으로 자리를 내주는 것이 내키지 않은듯 이제는 겨울닮은 찬바람이 불지만 버들개지 털이나 겨우 붙잡히는 정도고, 먼산 높은 봉우리에 날리는 눈발은 땅으로 내려오지도 못한다.


어쩌면 춘설春雪을 만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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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7-03-12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털이 복실한 양같네요~~

무진無盡 2017-03-12 23:16   좋아요 0 | URL
우연한 결과물이지만 제가 봐도 닮았습니다~^^
 

숨소리도 죽여가며 밤비가 내린다. 이제서야 돋아나기 시작한 복수초랑 수선화, 상사화 새싹들은 밤사이 이 비를 흠뻑 마시고 고개를 불쑥 내밀 것이고, 진즉 꽃망울을 맺은 청매와 홍매의 봉우리는 더 부풀어 오를 것이다. 내 뜰은 봄맞이로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봄맞이로 일렁이는 가슴을 잠시 누그러뜨리라고 토닥토닥 봄 비가 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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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0일


시간이 겹으로 쌓이는 동안 수 백년을 한 자리에 살았다. 곁을 내 주었던 그들이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버거웠지만 여전히 대를 이어오는 그들이 있어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음을 안다.

정월 대보름 어떤이가 두손 모아 합장하고 간절한 소망을 담은 꼬까신을 올려 놓았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한해를 살아가는 동안 이 순간만큼 떨리는 가슴일 때가 없다. 그 꼬까신 위에 살포시 상서로운 봄 눈이 내렸다. 하늘의 마음이 꼬까신을 놓아둔 이의 마음에 응답하는 일이라 믿는다.

3월 10일 출근길 그 나무 앞에 멈추어 꼬까신에 오랫동안 눈맞춤 하며 간절함을 담았다.

1980. 5.18, 1987. 6.10, 2017. 3. 10 
내 눈으로 지켜본 역사의 그날이다. 살아 생전 오늘과 같은 날이 또 올까 싶을 정도로 의미가 크고 깊고 넓다. 고비마다 내딛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서로 닿아 만들어낸 일이기에 오늘을 기억한다.

이제 다른 출발이기에 지금까지 왔듯 그렇게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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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녁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두빛 고운 숲속으로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에 새까만 앙금 모두 묻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 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녁에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녁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노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에 가는 겨울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봄이 오면 우~
봄이 오면 봄이 오면 음~
봄이 오면.. "


*김윤아의 '봄이오면'이라는 노래다. 이 노래가 입 속에서 흥얼거려지는 것이 분명 영락없이 봄이 온 것임을 안다. 봄은 기다림과는 상관없이 제 속도로 제 때에 저절로 오듯이 이 노래 또한 봄이오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오고가는 냇가에 누가 심었는지도 모를 매화나무 한그루 꽃을 피웠다. 기어이 차를 세우고서 향기를 맡고 눈맞춤까지 하고서야 가던 길을 간다. 봄이 내게 시키는 일이다. 누가 보든말든 망설임도 없이 늘상 하는 행동이다. 봄은 이렇게 거리낌없이 사람들을 자연의 품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봄 만큼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때가 없다.


긴 겨울을 건너온 봄이 자연의 곁을 겉돌기만하는 사람들을 위해 베푸는 뜨거운 마음이다.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녁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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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모든 꽃은 활짝 피어 제 사명을 다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그저 보는 맛에 저 혼자 좋아하는 사람에겐 어떤 꽃은 다 피지 않아서 주목받을 때가 있다.


봄 볕이 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며 늘상 눈여겨 보는 것이 이 나무의 개화 정도다. 갑옷 같은 껍질에 쌓여 속내를 보여주기 전부터 눈 눈에 아른거리는 색감으로 마음은 이미 봄맞이 길을 성큼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으로 어떻게 이 샛노오란 색을 표현할 수 있을지 난감할 뿐이라서 고이 마음 속에 담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떠올려 보게 된다. 자연이 주는 강렬하지만 거부감 없는 느낌을 온전히 담아둔다. 이 경이로움은 여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다. 늦가을부터 한겨울까지 붉디붉은 색의 열매 또한 색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리산 상위마을, 경북 의성 사곡마을, 경기 이천 백사마을 등으로 만개한 산수유 꽃그늘 아래서의 나들이를 즐기러 많은 사람들이 발품을 팔지만 내게 산수유는 그렇게 색으로 만난다. '지속', '불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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