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독토독ᆢ속삭인다. 하늘의 마음이 땅에 닿아 초록이 익어가는 소리와 닮았다. 긴 겨울 가뭄을 건너온 대지는 여전히 목이 마를가 보다. 봄비가 단비고 약비라고는 하지만 잦은 비가 꼭 약비일지는 모르겠다.

긴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타는 목마름의 사람들 가슴에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으로 봄날을 맞이한다. 잦은 비도 오늘 아침만큼은 토독토독ᆢ. 스스로를 다독여줄 약비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현호색'
세상엔 같은 게 하나도 없다. 꽃을 보는 동안 생김새가 오묘한 것 뿐아니라 색깔 역시 천차만별 임을 늘 확인하며 놀란다. 같은 종류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한 범주안에 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꽃쟁이들 사이에서는 멸치 또는 종달새라는 애칭을 가진 현호색이다. 연하늘색에서 농담을 달리하며 간혹 하얀색도 보인다. 어찌 이런 모양을 가지게 되었을까. 알 수 없는 식물의 신비로운 세계다.


현호색은 양지 혹은 반그늘의 물 빠짐이 좋고 토양이 비옥한 숲에서 자란다. 군락을 형성하여 피기 때문에 무리를 만나면 장관을 이룬 모습 앞에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현호색玄胡索이란 이름은 씨앗이 검은 데에서 유래한다. 작고 가녀린 꽃대에 비해 제법 큰 꽃을 피운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작은 물고기가 유영하는듯 보이기도 한다.


찬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 숲에서 신비로운 모습으로 피어 이를 봄 소식을 전해주는 현호색은 '보물주머니', '비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름, 차이가 만들어 놓은 풍경이다. 봄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섰음을 확인시켜주러 안개는 아침마다 우리 곁으로 밀려와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 처럼
적당한 간격에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류시화의 시 '안개 속에 숨다'의 일부다. 숨고 싶어 숨을 수 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다. 갇힌 벽으로 보이지만 나무 뒤에 숨는 것과는 다르다. 하여, 안개는 얼마나 고마운가. 적당한 틈과 시간을 벌어주어 쉼을 주지만 고정된 갇힘이 아니라서 삶의 보호막과도 같다.

봄의 또다른 선물같은 안개 속으로 급할 것 없는 걸음을 걷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할미꽃'
흔하게 볼 수 있어 정을 쌓아갔던 것들이 사라져간다. 때되면 피고지며 사람들 이웃에서 함께 있던 그 때를 기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으로 바뀌어 간다. 누구 탓할 것도 없이 나와 우리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이곳 저곳 발품팔며 꽃보러 다니는 몇년 사이에 못 보다가 올해 집 가까운 무덤가에서 딱 한개체 마주했다. 어찌나 반갑던지 꽃 피고 지는 동안 몇차례나 눈맞춤 했다. 사람 손 타지 말고 다음해에도 볼 수 있길 기원한다.


양지바른 곳, 무덤가에 흔하게 볼 수 있던 할미꽃이다. 집주인이 옛기억이 꽃집에서 구해 뜰 한쪽에 심게 했나 보다. 그 정성이 깃들어 해마다 때를 놓치지 않고 피었다.


양지바른 무덤가에 보송보송한 털로 감싸고 빠알간 꽃을 피운 할미꽃을 보노라면 누구에게나 그렇듯 할미꽃은 할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올해는 내게 유별나게 더 친근했던 할머니를 생각하며 할미꽃을 얻어다 심었다. 꽃을 나눠준 이의 마음까지 더하여 꼭 다시 피어나길 기다린다.


손녀를 찾아가다 쓰러져 죽은다음 할머니의 꼬부라진 허리처럼 꽃대가 구부러진 꽃으로 피었다는 전설처럼 '슬픔', '추억' 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임당의 뜰
탁현규 지음 / 안그라픽스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임당초충도에 담은 예술가의 삶

뜰이라는 곳은 집 안의 앞뒤나 좌우로 가까이 딸려 있는 빈터로 화초나 나무를 가꾸기도 하고푸성귀 따위를 심기도 하는 곳이다이 뜰이라는 말은 생활환경의 변화로 인해 이제 점점 생소한 말이 되어간다하여 뜰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삶의 모습도 잊혀지기 마련일 것이다하지만 여전히 뜰을 가꾸며 그 안에 함께 살고 있는 다양한 식물들과 엮어가는 일상을 참으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그들에게 뜰은 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의 범주에서 당연히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뜰은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것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를 살았던 여성들에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공간이었으며 당시 세상과 만나는 몇 안되는 통로였을 것이다이 특별한 공간에 함께했던 다양한 생명들을 화폭에 옮겨놓은 이가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유명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이다.

 

간송미술관의 연구원으로 옛 그림들을 소개하는 '그림소담', '고화정담등으로 만났던 탁현규의 신간사임당의 뜰은 바로 사임당이 머물렀던 공간인 뜰에서 마주한 생명들을 중심으로 화폭에 옮겼을 것이라는 추정되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해방 후 시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현모양처'라는 다분히 의도적인 이미지에 가려진 예술가 사임당에 주목하고 있다.

 

이 책 사임당의 뜰에는 간송미술관 소장 묵포도’, ‘쏘가리를 비롯하여 간송미술관 소장 사임당초충화첩’,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신사임당필초충도’, 오죽헌시립박물관 소장 신사임당초충도병’ 등에 실린 달개비와 추규민들레와 땅꽈리맨드라미와 도라지오이와 개미취가지와 땅딸기원추리와 패랭이양귀비와 호랑나비수박과 들쥐워추리와 벌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여기에 사임당의 첫째딸 매창의 화첩에서 월매도신죽쌍작월야노안화간쟁명 등의 화조도 작품은 상림당과는 다른 의미에서 함께 살펴 '여성 예술가 사임당'에 한층 더 폭넓은 시각으로 주목하고 있다.

 

익숙하여 친근하고 규격화된 그림 속에 때론 어색한 그림이기도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살아있는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작품 속 등장하는 주인공들로 역사 속 갇힌 박제화된 이미지를 벗어나 지금이나 별다른 차이를 가지지 않은 친근한 예술가를 바라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더불어 저자의 기획의도가 확실히 보이는 함께 이야기 나누며에서는 역사 속 인물 사임당에게 궁금했으나 물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매창율곡사임당과의 대화를 통해서 어머니와 여성 예술가 사임당을 소개하는 부분이 이채롭다.

 

사임당이 남긴 화첩 속 그림에 등장하는 다양한 식물과 곤충 등은 그림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으로서 담긴 의미뿐 아니라 사임당이 살았던 당시의 뜰을 상상해보는 귀중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일상에서 익숙하게 만날 수 있었던 식물과 곤충 등으로 사임당이 전하는 생명의 메시지를 통해 보다 넓은 시각으로 사임당의 삶을 조명하는 기회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