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벚꽃놀이'
날이 적당하여 밤길을 나섰다. 한낮 더위도 가시고 춥지도 않은 밤이다. 옅은 구름이 드리운 밤하늘에 달무리 거느린 달을 벗 삼아 구비구비 섬진강을 따라 간 길이다.


꽃보다 더 많을사람들 틈바구니에 시달리는 것이 엄두가 나지않아 낮엔 꿈도 못꾸던 그 길이다. 그렇게 몇해를 망설이기만 하다 조금은 여유로울 것 같은 시간을 택해 벚꽃십리길 화계장터에서 쌍계사 가는 그 길에 들어섰다.


만개한 벚꽃과 조명이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운치가 좋다. 길을 걷는 사람들 얼굴에는 미쳐 다 피지못한 벚꽃이 미소로 피어나고 있다. 꽃 빛이 사람의 가슴에 스며들어 얼굴에 미소로 피는 꽃을 보는 것, 그보다 더 큰 꽃놀이가 있을리 만무하다.


달빛 아래 모두가 꽃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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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4-08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진님 조명과 벚꽃의 조화가 참 아름답네요^^: 멋진 사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봄이 오면'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녁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앵두꽃이 피기 시작했다. 김윤아의 노래 '봄이 오면'이 저절로 흥얼거려 진다. 비로소 봄 속으로 들어온 셈이다. 작은 나무에 가지 끝에서 피어 안쪽으로 꽃이 가득 피는 동안 봄은 무르익어 갈 것이다.

앵두꽃빛 닮은 하늘에 햇님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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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7-04-09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윤아의 저 노랫말 참 좋아해요.
앵두꽃, 저렇게 가까이 처음 봅니다. 봄꽃들은 어쩜 저리 명랑할까요^^

무진無盡 2017-04-09 12:49   좋아요 1 | URL
끝에서부터 시작하여 안으로 가득 피어갑니다 ~^^
 

'부끄러움의 깊이'
-김명인, 빨간소금

저자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누군가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이야기를 통해 책을 선택했다. 그 선택을 하게 만든 첫번째 이유는 '부끄러움의 깊이'라는 책의 제목이다. 제목이 이끌어 가는 포인트에 저절로 관심 갖게 만들었다.

'부끄러움' 자신을 중심에 두고 안과 밖으로 행하는 소심하면서도 적극적인 감정과 의지의 발현이다. 밖으로 향하는 마음과 안으로 파고드는 마음 사이 간극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방점은 내면으로의 성찰에 찍고 싶다.

그 부끄러움에 대해 깊이를 이야기 한다. 도대체 타인이나 스스로를 만나는 자신의 감정과 의지에 대해 어디까지 파고들었기에 부끄러움에 대한 '깊이'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런 제목의 책을 내 저자 김명인에 대해 궁금증이 책을 선택한 두번째 이유다.

제목이 주는 매력이 글의 깊이로 이어지리라는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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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춘삼월暮春三月
봄이 저물어 가는 음력 삼월을 일컫는 말이다.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삼짇날도 지났으니 이젠 그 춘삼월의 품으로 들어간 것이다. 봄앓이 하느라 서툰 봄맞이가 무르익어간다는 말이기도 하니 들어서는 봄 보다는 여문 봄에 방점을 찍는다.

하루걸러 내리는 봄비에 사방은 푸른기운으로 넘치지만 뭔지 모를 아련함이 머무는 가슴 한구석이다. 흐린 하늘이 잠깐 틈을 보여준 허공에 버들강아지 피어 날고 있다.

만화방창萬化方暢 여물어가는 봄, 
그대, 봄 한가운데에서 우뚝 선 꽃으로 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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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나무를 심는 마음은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고 한다. 더디고 오랜시간이 걸려야 비로소 주어진 사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손바닥만한 뜰에ㅈ다양한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유독 그 다음을 생각하며 심은 나무가 이 살구나무다. 딱히 간식으노 먹을것도 없었던 어린시절 보리타작할 즈음에 노랗게 노랗게 익어 떨어진 살구를 주워다가 아껴가며 먹었던 기억이 다음 누군가에게도 그런 추억을 남길 수도 있을 것이기에 묘목을 고르고골라 심었다.


묘목을 심고 2년이 지났는데 제법 키를 키우더니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꽃으로 보면 앵두나무, 자두나무와 차이를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비슷비슷하지만 살구나무 만의 특성을 발견하려면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나무의 수형이 갖춰지면서 더 빛나는 나무로 기억된다.


"청명 날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길 가는 행인 너무 힘들어/목동을 붙잡고 술집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더니/손들어 멀리 살구꽃 핀 마을(행화촌)을 가리키네"


당나라 시인 두보가 읊은 시에 등장하는 살구나무다. 살구나무는 이렇듯 오래전부터 사람들과 함께 살아왔다. 어린시절 나고자란 시골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듯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닌 것이 아득하다.


살구꽃 피면 봄이 무르익어 간다는 신호다. 무렵 잎보다 먼저 연분홍색으로 피고 동그스름한 잎을 펼친다. 초여름에 들면 다른 과일보다 훨씬 먼저 붉은 기가 살짝 들어간 노란 열매가 열린다. 시큼함이 입안에 멤도는 살구다.


내가 이사 온 마을 한구퉁이 집 담벼락에 오래된 살구나무 한그루 서 있다. 오며가며 언제 꽃이 피나 살피는데 더디기만 하다. 담장 넘어 누군가 훔쳐보고 있는 것을 아는 것이리라. '처녀의 부끄러움', '의혹'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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