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름덩굴'
삶의 터전을 뜰이 있는 곳으로 옮기면서 들고나는 대문에 무엇을 심을까 한동안 고민이었다. 덩굴장미를 심어 붉은 꽃을 볼까도 생각했는데 남의 집 얹혀사는 어색함이 들어 이내 포기하고 고르고골라 심은 것이 어린시절 추억의 열매가 열리는 이 으름덩굴이다. 이 식물을 들고나는 대문에 심은 것은 오가는 사람들 얼굴에 꽃 닮은 미소가 번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화려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소박한 것도 아니다. 꽃이 전하는 색감이 가슴에 차분하게도 담긴다. 이리저리 살펴보는 눈길에 새색시 붉은 볼이 떠오르는건 시집가던 고모의 볼연지 그것을 꼭 빼닮았기 때문이다.


으름덩굴은 우리나라 산지에 자생하며, 낙엽지는 덩굴나무다. 골짜기나 계곡가에 주로 군집으로 서식하며 이웃 나무에 감아 올라가거나 바위에 기대어 자란다. 꽃은 한 꽃이삭 속에 수꽃과 암꽃이 섞여 있는데 암꽃은 크고 수꽃은 작다. 열매는 맛이 달고 식용이지만 씨가 많이 들어 있다. 생김새나 맛이 바나나와 비슷하여 '토종 바나나’로 부르기도 한다.


잎, 열매, 줄기 등을 사람들의 일상에 쓰임새가 많은 으름덩굴은 '재능'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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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지하철역의 백수광부'
-유경숙, 푸른사상

엽편소설葉片小說, 나뭇잎처럼 작은 지면에 인생의 번쩍하는 한순간을 포착, 재기와 상상력으로 독자의 허를 찌르는 문학양식이라고 한다. 

안영실의 '화요앵담'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는 엽편소설집이다. 이 책 '베를린 지하철역의 백수광부'는 '청어남자'로 흥미롭게 만났던 유경숙 작가의 작품집이다.

'세상의 낯선 길을 찾아내는 짧은 이야기들'이라는 해설은 짧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담았다는 전재가 숨어 있음을 익히 알기에 짧은 이야기라는 문장에 걸려 넘어지는 일은 없도록 단속하며 첫장을 넘긴다. 무슨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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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힌 이슬방울이 싱그럽다. 비로소 얼음이 얼엏던 어제와는 다른 봄날의 아침을 맞이한다. 초록으로 변해갈 봄날의 선두를 이내 갈아엎어져 땅속으로 들어갈 논바닥의 풀이 앞장서고 있다. 곧 땅의 풀과 나무들의 새순이 뒤를 따를 것이다. 이때쯤에나 볼 수 있는 자연의 선물로 하루를 연다.

봄날의 하루가 이슬방울의 영롱함으로 빛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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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
다소 늦은 계절따라 노루귀 만큼이나 애를 태우던 꽃이다. 자생지를 발견하고 꽃을 관찰하면서 기록된 옛 날짜를 따라 몇번의 발걸음을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애를 태우던 곳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의외의 곳에서 무더기로 만났다. 개발을 위해 몸살을 앓고 있는 한 복판이라 다시 볼 수 있을지 반가우면서도 염려되는 마음이다.


연보라 꽃잎이 어떤 조건에서도 제 값을 한다. 햇살 받아 환하게 빛나며 설렘을 주고, 비를 맞아도 맺힌 물방울과 함께 분명한 색감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진한 꽃술과 어우러지는 색감이 최고다. 작은키에 올망졸망 모여서 나고 가늘고 긴 꽃대에 보라색 꽃을 피우며 연잎처럼 생긴 잎을 가지고 있다.


왜 깽깽이풀일까?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풀을 강아지가 뜯어먹고 환각을 일으켜 ‘깽깽’거렸다고 해서 깽깽이풀이라고 불렀다고 하고, 개미에 의해 씨앗이 옮겨지고 깨금발거리에 꽃이 핀다고 하여 깽깽이풀이라 불렀다고도 하고, 농사를 준비하는 바쁜 철에 이렇게 아름답게 피어난 모습이 마치 일 안 하고 깽깽이나 켜는 것 같다고 해서 깽깽이풀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전해지는 말이니 무엇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이쁜 꽃에 보는 이의 마음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꽃쟁이들이 찍어 올린 사진을 보면 꽃술이 노란색을 띤 것과 진한 보라색의 다른 두 종류가 보인다. 특별한 이유는 모르지만 막 피어난 꽃과 지는 꽃이 같은 꽃술의 색을 가진 것으로 보아 종류가 다른듯 하다. 간혹 흰깽깽이풀도 보인다고 한다.


야생에서 무분별한 채취로 자생지가 파괴되는 수난을 겪는 대표적인 야상화 중 하나다. 그것을 알았을까. 이곳에 다시오면 또 볼 수 있다는 듯 '안심하세요'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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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통통~. 방앗간, 아득한 기억 속 발동기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릴 것 같은 그리움이 서려있는 곳이다. 추수한 나락의 껍질을 벗기고 알곡의 표면을 깎아 눈이 부시도록 하얀 쌀을 내어 놓던 정미소다.

넓다란 들판 한가운데 자리잡은 동네를 가로지르는 길가에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서 있는 정미소를 만났다. 하늘과 땅의 보살핌으로 농사지어 그 풍요로움을 누렸을 영화는 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나고자란 터를 지키고 있는 늙은 농군의 가슴에 있던 그자리 그대로다.

내게 정미소는 아버지를 떠올리는 몇 안되는 기억 속에 자리잡은 공간이다. 아득한 어린시절에 들었던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아버지의 손에 의해 시작된 발동기 소리따라 움직이던 정미소는 사라졌고 아버지도 다시는 볼 수 없다. 내 기억 속 그곳과 닮은 정미소를 만났다.

잊어버리지 않고 추수철이 끝나는 때를 기다려 찾아가 보리라. 통통통통~ 다시 울릴지도 모르는 발동기 소리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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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7-04-10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 여기 가본 적이 있는데 혹시 영천, 벽화마을 근방이 아닌지요?

무진無盡 2017-04-11 03:48   좋아요 0 | URL
전남 담양에 있는 곳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