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론 텃밭 농부는 이제서야 봄 농사 준비를 마쳤다. 한해 두번 봄과 가을에 꼬박꼬박 거름뿌리고 뒤집어 엎어 텃밭농사 짓는 것이라 내 놓을만한 것은 하나도 없지만 먹거리 채소는 다 해결하고도 남는 농사라 아니할 수도 없다. 손바닥만한 텃밭에 거름을 뿌리고 삽으로 뒤집어 골라 두었으니 씨뿌리고 모종 심으면 오고가는 벗들과 함께 여름철 넉넉한 나눔 될 것이다. 

비닐도 덮지 않고 비료도 농약도 없다. 오직 거름만 뿌리고 땅의 힘과 비오고 햇볕나는 날씨만으로 짓는 농사라 태평하게 내버려둔다. 어쩌다 기분 내키면 풀이나 뽑아주는 것으로 의무감을 대신한다. 그나마 올 봄 텃밭농사는 끝자락 쪽파 두 두덕 앞집 할머니에게 무상임대한 것이니 나야 일손 줄어든 것으로 만족한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미뤄둔 숙제라도 끝낸듯 기분은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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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비 그리고 안개로 날을 이어가며 우중충한 아침이 봄의 상큼함을 시셈하는 것이라고 봐주더라도 조금은 과하다 싶다. 때를 맞춰 제 색과 빛으로 맞이해야 제 이름 값을 하는 것임을 봄날의 싱그러움으로 배워간다.

비 그치고 반가운 햇살 번지니 곧 마알간 하늘을 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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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얼굴 와당瓦當

흙을 고르고 마음을 모아 빚고 거기에 불의 힘을 보테어 정성껏 만들었다. 사람이 사는 집에 사람의 얼굴로 그 집에 깃든 이들의 심성을 지키고자 마음을 담았으리라. 두 번의 천년이 흐르는 동안 땅에 묻혀 있었다지만 빚은 이의 마음 결은 시간을 거슬러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국 당나라때 와당이다. 와당은 지붕에 얹은 암키와와 수키와가 형성한 기왓골과 기왓등의 가장자리로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막음하는 막새기와를 말한다. 벽사의 의미를 담아 주로 동물, 식물, 구름 모양 등을 세겨 장식했다.

지금도 말쑥하게 웃고 있는 얼굴은 빚은 사람은 먼지되어 사라지고도 남을 두 번의 천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여전히 웃고 있다. 신라의 미소라고 불리는 수막새의 표정이 겹쳐진다. 

중국 당나라의 두 번의 천년과 신라의 천년이 미소를 품고 그렇게 지나온 동안 우리의 얼굴엔 어떤 미소가 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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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계폭포 계곡을 가다.
기회를 놓치면 다시 기회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곳이 그랬다. 초입은 익숙한 곳이지만 방향을 입암산성이 아닌 몽계폭포 쪽으로 길을 잡았다.


이슬이 깨기도 전이라 개별꽃 꽃잎에 이슬이 가득하고 우산나물은 제법 큰 우산을 준비하고 있다. 비교적 순탄한 길을 가다 몽계폭포 전후로 너덜지역을 구간이 제법 가파르지만 짧은 구간이라 어렵지도 않다. 이후부터는 순조롭다.


얼레지 군락에 꽃은 지고 씨방이 맺힌 얼레지가 지천이다. 꿩의바람꽃 꽃밭으로 보이는 곳엔 늦은 녀석이 보이고 그 사이사이에 큰구슬붕이가 곳곳에 보라색 얼굴을 내밀고 있다. 족도리풀, 현호색, 큰개별꽃, 산괭이밥, 산자고, 윤판나물 등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제 때에 맞게 피고 진다. 다음엔 보고자하는 대상에 때를 맞춰 다시 찾는다면 환상의 꽃밭에 설 수 있을 듯 싶다.


오랜만에 찾은 남창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꽃들과 눈맞춤으로 넉넉한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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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창초'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땅에 풀들이 나서 파릇해질 무렵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보라색 꽃들이 여기저기 뭉쳐있다. 초록색의 풀들 사이에 있으니 더 빛난다. 어느덧 제 자리를 잡아가는 나무 사이사이 빈 공간에 민들레, 제비꽃, 광대나물들 틈 사이에 자리잡았다. 유독 작은 키지만 금방 눈에 띈다.


서리가 이슬로 바뀐 봄날 아침 털어내지 못한 이슬을 쓰고 피었다. 이슬방울과 어울어져 더 짙은 색으로 싱그럽게 다가온다. 무리지어 있기에 더 주목하게 된다. 하나하나 뜯어봐도 개성이 살아있지만 모여 그 특별함을 돋보이게 한다. 나약하고 여린 생명들이 사는 방법이다.


가지조개나물, 금란초, 섬자란초라고도 부르는 금창초金瘡草는 쇠붙이로 된 창, 화살, 칼 등으로 입은 상처가 난 곳에 이 풀을 뜯어 발라 치료 했다고 한다. 이름은 여기에서 연유한 듯 싶다.


특별히 가꾸지 않아도 때가되면 피고진다. 지금 내 뜰에 지천으로 깔렸다. 땅과 붙어서 자라는 쓰임새가 다양한 금창초는 '참사랑', '희생'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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