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나무에 물오른 흔적이 여실하다. 등치와는 어울리지 않은 연약한 잎을 내밀며 심술궂은 봄바람의 장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높은 하늘을 향한 꿈을 키워간다. 큰나무 밑에 서면 나도 따라 커가는듯 젖힌 고개가 아프도록 나무따라 하늘만 바라본다.

키만 키우느라 여물지 못한 나무는 자신의 그늘로 생명을 불러들이지 못하고, 나이만 먹어 허점 투성인 나이든 사람은 제 품에 사람을 품지 못한다.

나이든 나무와 사람에게 쓸데없이 또 한번의 봄이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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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지켜야하는 할 몫이 있어 가시를 달았다. 무시무시한 가시를 달았지만 그 가시로는 다 지키지 못함을 알기에 어쩌면 극과 극을 달리는 순박한 꽃잎을 달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얀 꽃잎에서 노오란 탱자향이 난다.


바람앞에 연약한 꽃잎이다. 강인한 나무지만 작은 바람에도 쉴새없이 흔들리며 쏟아지는 햇볕을 온 몸으로 받아낸다. 하얀 꽃잎과 연초록의 어울림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날카로운 가시가 특징이어서 귀양 온 죄인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하는 산울타리로 사용했고, 민속에서는 저승의 사자를 출입 못하게 막기 위해 울타리에 심기도 했다. 재질이 단단하여 북채로 만들기도 한다.


둥글고 노란색의 열매는 향기가 좋으나 먹지 못하지만, 차로 만들어 음용하며, 한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약재로 그 가치가 매우 높은 약용식물이다.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었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져 찾아보기 힘든 나무가 되었다.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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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 머뭇거리던 꽃이 햇볕을 만나니 부끄럼도 없이 마음껏 꽃잎을 열어젖힙니다. 서둘러 핀 꽃은 이미 파릇한 새 잎에 묻히고 다른 꽃들이 피니 관심에서도 이내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어디 꽃뿐이겠습니까. 만화방창萬化方暢 꽃놀이에 한눈 판다고 하루를 건너온 해가 스스로 붉어져 꽃으로 피었습니다. 어디 스스로 붉어진 해만 그러겠습니까.

오늘밤 달은 또 얼마나 곱게 웃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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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구술붕이'
딱히 대상을 정해두고 길을 나선 것은 아니다. 숲에 들어 그 때에 맞는 만남이면 좋다. 그것이 풀이건 나무건 특별히 구분은 하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들어가고 싶었던 숲에 들어 걸음을 멈추고 숲의 공기와 소리, 색과 빛에 내 눈과 귀가 익숙해지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보이는 것들에 주목하면 되는 것이다.


볕이 잘드는 땅 가까이에서 하늘 향해 속내를 마음껏 풀어냈다. 과하지 않은 보라색의 꽃잎에 햇볕을 품에 제 본연의 색을 발한다. 여리디여린 꽃대에 어찌 저렇게 큰 꽃잎을 달고 있을까. 땅에 바짝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구슬처럼 자줏빛 꽃이 뭉쳐 피어 구슬이 송송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일까. 구슬붕이에 비해 크다고 해서 큰구슬붕이라고 한다. 비슷한 모양으로 꽃을 피우는 것으로 구슬붕이, 봄구슬붕이 등이 있는데 구분이 쉽지 않다.


숲으로 깊숙하게 내려않은 햇볕이 봄 숲에 기쁜 소식을 던해주듯 큰구슬붕이는 보는이에게 꽃말 처럼 봄의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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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신영복 유고, 돌베개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따라 가고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싶어 바다로 간다

가까이 두고 표지의 글씨만 읽다가 이제서야 첫장을 열어간다. 읽어가기에 마음 다짐이 필요했나 보다.

신영복 선생(1941~2016)이 생전에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재구성한 책이다. 서문을 대신하여 신영복 선생의 오랜 벗이자 제자인 성공회대학교 김창남 선생의 글 '신영복 선생의 말과 글-참 스승의 의미'와 고인의 생애를 약술한 '신영복 연보'가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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