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살랑일 때
나풀대는 버들잎은
처녀의 설레는 마음입니다."

*박가월의 '능수버들'이라는 시의 일부다. 파릇한 새싹이 전하는 싱그러움에 무슨 마음이 들어 상반된 다양한 의미를 부여했을까 싶다. 

설레는 마음이 어디 처녀뿐이겠는가. 온기를 품은 봄바람의 살랑거림에 꽃도 피어나고 새순도 돋고 풀도 고개를 내밀며 새들도 소리높여 짝을 부르고, 산 중턱에 핀 하얀 산벚꽃이 층층나무 연녹색의 새잎과 어우러져 봄이 여물어간다. 

이때 쯤이면 어김없이 일렁거리는 가슴을 주체 못하는 산아래 목석같은 사내의 황소같은 눈망울엔 산벚꽃 지는 그림자가 영롱하게 빛난다. 사내의 봄은 그렇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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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 더불어'
-신영복과의 대화, 돌베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이후 선생님의 글을 놓치지 않고 보아오다 '강의'와 '담론'에서 머뭇거렸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이제야 짐작이 간다.

"신영복 선생의 많은 대담 중 10편을 가려 엮었다. 출소 이후 작고하시기까지 가진 수많은 인터뷰 가운데 선생의 육성과 사유가 오롯이 담긴 대담을 꼽아 날짜순으로 수록하였다. 대담 당시의 사진이 기록의 생생함을 더했다."

머뭇거림의 이유를 짐작했으니 첫걸음을 내딛듯 내 삶의 근본 속으로 조심스럽게 다시 걸어가는 기회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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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숲'
겨울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칙칙함 속에서 봄볕의 위용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발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숨을 쉬면서 이미 숲에 적응된 눈을 가만히 들어 숲의 속살로 파고드는 햇살을 따라간다. 시선이 멈추는 곳에 꿈틀대는 생명의 몸짓을 본다.

볕을 가득 안고 돋아나는 새순은 붉거나 연초록의 연약하기 그지없지만 무엇보다 강한 생명이 가지는 힘의 증거이기도 하다.

눈맞춤, 햇살과 나무 그 사이에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때론 스스로를 잊어버리는 몰입의 때이기도 하다. 이 경험이 주는 환희가 있어 생명의 꿈틀거림으로 요란스런 봄 숲을 찾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봄의 숲은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가슴을 펴고 설렘으로 다가올 시간을 마주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힘을 발휘한다. 알든모르든 모든 생명이 봄앓이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먼 산에 피는 산벚꽃으로 봄이 익어가듯 사월의 숲에서 나의 봄앓이도 여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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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조장나무'
늘 다니는 숲에서 문득 낯선 풍경을 만난다. 같은 숲이라도 계절에 따라 다르고 같은 계절도 때와 시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같은 곳을 반복해서 가지만 단 한번도 같은 숲이 아니다.


낯설기도 반갑기도 하다. 처음 눈맞추는 거의 모든 식물에서는 느끼는 것과는 다른 신비로움까지 동반한다. 기억속 사람들이 줄줄이 하늘로 올라가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한참 동안 눈맞추기 하고도 신비로움에 다시 보러 간다.


'털조장나무'라는 이름은 털이 있는 조장나무라는 뜻의 이름으로, 중국명 모조장毛釣樟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전남 조계산, 무등산 등의 산지 계곡이나 숲 근처에서 드물게 자라는 낙엽지는 작은키나무다.


꽃은 암수딴그루로서 4월에 노란색으로 피고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생강나무꽃과 유사하여 혼동하기쉽다. 털조장나무는 생강나무에 비해 잎이 좁고 갈라지지 않으며 꽃이 주로 가지 끝에 달리고 줄기가 녹색인 점이 다르다.


남도의 자존심 지리산를 대표하는 식물이 '히어리'라면 '털조장나무'는 빛고을 광주의 품인 무등산을 대표하는 깃대종이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식물과 사람의 공존을 가능케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의미가 담겼으리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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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립국악단 제209회 정기연주회
전주시립국악단과 성남시립국악단 교류음악회


"동음동행同音同行"


2017. 4. 20(목) 오후 7:3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프로그램
ㆍ관현악 '아리랑'-작곡 최성환, 편곡 이인원
ㆍ거문고협주곡 '꿈속에서'-작곡 김만섭, 거문고 임영란
ㆍ이생강류 대금산조협주곡 '죽향'-편곡 박위철, 대금 권효윤
ㆍ창과 관현악 흥부가 중 '제비노정기', '박타령'
ㆍ관현악 '신뱃놀이'-작곡 원일


*같은 연주자들의 연주를 반복해서 듣는 것과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는 것의 차이가 들리고 보인다. 물론 곡도 다르고 지휘자도 다르기에 음악의 해석과 전달되는 감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국악관현악 구성으로 100여명에 이르는 연주자가 한 무대에 올랐다. 소리가 어떻게 전달될지 궁금했지만 음향시스템의 제약인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재미 있는 곡, 잘한 연주, 같은 소리지만 다른 해석에 의해 다르게 불려지는 곡과 가사의 전달 등으로부터 색다른 경험이다. 음악적 색깔이 분명히 다른 지역의 연주자들의 음악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귀한 기회가 되었다.


연주에서 전해지는 감정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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