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얼굴을 위하여"
생각하면 나의 얼굴은 나의 얼굴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얼굴은 부모형제의 얼굴에도 있고, 가까운 벗, 나아가서는 선생님의 얼굴에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더 정직한 나의 얼굴입니다.

마찬가지로 정치 지도자의 얼굴은 우리들의 얼굴을 대표합니다. 우리 사회를 대표하고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우리의 얼굴입니다. 우리가 지지하든 지탄하든 상관없이 그들의 얼굴은 결국 우리의 얼굴이 됩니다. 우리가 가꾸고 우리가 선택한 우리의 자화상이며 우리의 가장 정직한 얼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랑스럽지 못한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 서둘러 이사 간 사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정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법과 권력이 되어 우리의 삶을 원천적으로 규제하는 구조가 바로 정치입니다. 정치인의 얼굴이 나의 얼굴이 아니라고 거부하거나 냉소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것은 벗을 수 없는 무쇠 탈이 되어 우리의 얼굴에 덧씌워지는 것입니다.

*"봄은 얼굴을 가꾸는 계절입니다"로 시작되는 신영복 선생님의 "아름다운 얼굴을 위하여"라는 글의 일부이다. 국민을 대표할 우리의 얼굴을 뽑는 선거가 코 앞이다. 2000년 신영복 선생의 말대로 2017년에도 여전히 북풍北風, 병풍兵風, 향풍鄕風, 금풍金風, 연풍緣風, 학풍學風 등 무수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외친다고한들 그것이 힘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그동안 권력을 탐했던 그 얼굴들로부터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선거공약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권력을 잡고 난 후 모르쇠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러니 최소한 무엇이 신뢰인지를 알 수 있는 얼굴에 주목해 보자.

오늘의 얼굴은 그가 살아온 시간의 총합이고 내일 그가 걸어갈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다시는 "뼈아픈 희생을 치르지 않기 위하여, 가슴 아픈 불행을 답습하지 않기 위하여, 그리고 우리의 아름다운 얼굴을 위하여, 우리의 아름다운 사회를 위하여"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우리가 선택하고 가꾸어야 할 우리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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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말발도리'
식물들의 사는 환경은 제 각각이다. 기름지고 볕 좋은 곳에 터전을 잡고 사는 식물이 있는 반면 옹삭하기 그지없는 바위틈이나 돌 위에서 사는 종류도 있다. 어쩌다 운이 나빠 그런 곳에 자리잡은 것이 아니라 척박한 곳을 근거지로 삼아 살아가는 종이 따로 있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 사는 다양한 모습을 떠올려 본다.


매화말발도리도 그런 종류 중 하나다. 숲이 봄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는 때에 생강나무, 히어리와 함께 핀다. 바위틈에 자리잡고 작은 종모양의 하얀 꽃을 아래로 향하여 핀다. 여린 가지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말발도리 종류의 꽃은 꽃이 진뒤 달리는 열매가 말발굽에 끼는 편자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매화말발도리는 다른 말발도리에 비해 일찍피며 꽃이 흰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말발도리에 속하는 식물로는 빈도리, 만첩빈도리, 애기말발도리, 둥근잎말발도리, 말발도리, 물참대, 바위말발도리, 매화말발도리 등 10여 종이 자생한다고 하는데 구분이 쉽지 않다.


얼레지가 무리지어 피는 계곡 초입에 피었던 기억을 살려 보러갔는데 빨랐는지 핀 모습을 보지 못하다가 시골 국도를 지나는 길가 바위틈에서 만났다. 멀리서 보이는 앙증맞은 모습이 '애교'라는 꽃말을 가진 이유를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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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 더불어 - 신영복과의 대화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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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러보는 이름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돌베개, 1998이후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놓치지 않고 보아오다 '강의'와 '담론'에서 머뭇거렸다무엇 때문이었는지 이제야 짐작이 간다짐작이 간다는 것은 그간 신영복 선생님을 이해하는 바가 단편적이었다는 것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많은 배움을 받으며 혼자 따르게 되었던 것 역시 무관하지 않다또한 발간되는 책을 중심으로 언론에 등장하는 글을 통해 선생님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알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선생님의 일상에서 앎과 삶의 조화를 떠올렸던 것이 사실상 전부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편견은 신영복 선생님의 1주기를 맞아 기획된 만남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1주기 특별기획에 포함된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와 손잡고 더불어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보여 진다우선 신영복 선생님을 떠올리면 바른 가치관과 바른 삶의 태도로 곧은 선비라는 인상을 떠올리며 그 틀 속에 갇혀 동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가 아닌 시대의 스승으로만 바라본 시각에서 보다 확장된 이해의 폭을 바탕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시된 것으로 볼 때 만남,신영복의 말과 글은 의미가 크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신영복과의 대화라는 부제를 건 손잡고 더불어는 선생님이 20년 20일의 수형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이듬해인 1989년부터 타계하기 직전인 2015년까지 나눈 대담 중 선생의 사상적 편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담 10편을 가려 뽑아 수록한 대담집이다. 25년 동안 김정수정운영홍윤기김명인이대근탁현민지강유철정재승이진순김영철 등 가톨릭 사제경제학자철학자문학평론가언론인문화기획자과학자 등의 인터뷰어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연대순으로 실려 있다신영복 선생님의 수많은 인터뷰 가운데 선생의 육성과 사유가 오롯이 담긴 대담을 선별하여 수록하였다대담 당시의 사진이 기록의 생생함을 더했다

 

한 사람의 일생이 정직한가 정직하지 않은가를 준별하는 기준은 그 사람의 일생에 담겨 있는 시대의 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시대의 아픔을 비켜 간 삶을 정직한 삶이라고 할 수 없으며 더구나 민족의 고통을 역이용하여 자신을 높여 간 삶을 정직하다고 할 수 없음은 물론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시점을 달리한 대담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신영복 선생님의 일생이 담겼다어린 시절로부터 중고등학교를 포함한 학창시절, 4.19이후 정치정세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감옥 그리고 출소 후 생활에 이르기까지 선생님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이러한 이야기는 양심적으로 시대를 살아간 정직한 어른 신영복시대의 어른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보여 진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길게 보면서먼 길을 함께 걸었으면 합니다저도 그 길에 동행할 것을 약속드리지요.” 선생님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손잡고 더불어 함께할 우리 모두가 걸어 가야할 길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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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간다는 주목에게도 봄이 왔다. 천 년, 백 년도 못사는 인간의 수명으로 짐작할 수 있는 시간의 범위를 벗어난 개념이다. 하지만 그 긴 시간도 이렇게 봄마다 새 움을 틔우기에 가능한 일임을 안다. 새 잎을 내지 못하면 천년의 시간도 멈출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사람의 몸과 마음에서 펄떡이며 살아 숨쉬는 생명의 고귀함을 느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생의 주기가 다르다는 것뿐만 아니라 제 몸의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는 감성 탓도 있으리라고 본다. 그런점에서 생명의 탄생과 시시각각 변하는 경이로움을 눈으로 보고 느끼기에 봄 만큼 좋은 때가 없다.

봄 봄ᆢ. 쌓인 눈이 채 녹기도 전부터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고 되뇌이며 봄을 기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스로가 살아 있음의 다른 표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간절함에서 비롯된 지극히 정상적이고 간절한 감정과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하여, 오늘도 나는 그 봄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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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담초'
내 뜰에 들어와 함께 사는 나무와 풀들은 애써서 구했거나 마음에 나무를 키우는 고운이들이 나눔으로 들어온 것들이 태반이지만 때론 그 출처를 알 수 없는 녀석들도 있다. 담장 안 감나무 밑을 높여 화단을 만들었는데 감나무 아래서 자라 꽃을 피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색감이 참 좋다. 볼때마다 손자 사랑이 유별났던 할머니의 외씨버선을 떠올린다. 오이씨처럼 볼이 조붓하고 갸름하여 맵시가 있는 버선을 외씨버선이라하니 이 녀석과 꼭 닮았다. 담장 밑에 여린 가지에 이 버선닮은 수많은 꽃을 달고 환하게 불 밝힌다.


골담초骨擔草란 글자 그대로 뼈를 책임지는 풀이란 뜻이다. 나무의 쓰임새를 알고 붙여진 이름이다. 어린시절 기억 속 흙담장 아래서 키를 키우던 모습이 아련하다.


나비 모양의 꽃잎이 잎겨드랑이에서 노란색으로 하나씩 핀다. 뒷부분은 약간 붉은색이 많으며, 시간이 지나면 노란색 꽃이 붉게 변한다. 줄기에 가시가 있어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태세다.


담장 아래서 다소곳이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에서 비롯된 것일까. '겸손', '청초'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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