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어렵게 움을 틔우더니 달랑 하나의 꽂봉우리를 맺었다. 뜰에 모란을 가꾸기 위해 봄마다 묘목을 구해다 심었지만 살아나지 못하더니 어렵게 새 줄기를 내고 드디어 꽃을 피웠다.


화왕花王이라 일컬으며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모란도 꽃잎을 떨구었다. 주로 붉은색으로 피는 모란이 노오란 꽃술과 대비를 이루며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그 모란 중에서도 하얀색의 꽃을 피우는 것이 있다. 크고 넉넉한 품으로 피어나는 모란의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지만 색으로 화려함을 치장하는 모란 특유의 모습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 하얀색이 주는 정갈하고 고고함이 돋보인다.


봄마다 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되뇌이며 고고한 백모란과 함께할 것이다. 모란의 '부귀영화'라는 꽃말 보다는 꽃이 주는 화려함 속의 그 넉넉함을 즐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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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5-09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란꽃을 처음 봅니다^^: 이처럼 어울리는 강렬한 원색의 조화를 보니 ‘화왕‘이라는 별명이 이해가 가네요. 무진님 꽃봉오리가 피는 멋진 사진 감사합니다^^:

무진無盡 2017-05-10 20:17   좋아요 1 | URL
보통의 모란은 붉은색이지요. ^^
 

품을 키워가는 상현달은 서둘러 서산을 넘어가고 그 뒤를 따라 처마밑 풍경소리가 울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골목 어귀 감나무 아래에 섰다. 늙은 감나무는 새잎을 내기가 버거운지 더디기만하고 그 틈을 담쟁이덩굴이 대신하고 있다.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 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김수영의 시 '봄밤'의 일부다. 서둘러가 가는 봄이 못내 아쉬운 시간이다. 때이른 한낮의 더위를 식혀주기에 적당한 시원한 밤공기가 봄밤의 정취를 더해준다. 봄은 서둘러 가더라도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이니 봄밤의 정취를 느긋하게 누리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여문 봄밤이다. 이미 서산을 넘어간 달도 없는 어둠 속에서 때를 놓치는 법이 없이 찾아온 소쩍새 울음 소리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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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중학생과 첫부임지가 시골 그 중학교였던 선생님이 40년 세월이 지난 후에 만났다. 중간에 한번 뵌 기억이 있지만 그것도 가물가물하니 첫만남이라고 해도 될 듯 싶다.


잊지 않고 찾아 주신 것도 황송한데 꽃 좋아하는 제자에게 꽃 선물 가득안고 오셨다. 월동까지 한다는 여러해살이 꽃으로 골라오신 마음이 꽃보다 곱다. 마침 뜰에 길을 내고 이야기를 쌓아가는 것을 아시기라도 하듯 그렇게 꽃마음으로 오신 선생님이다.


40년,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까까머리 시골 중학생의 마음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아서 그것이 더 정겹다.


이옥란 선생님 꽃보다 예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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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암산성, 오랜만에 찾은 곳이다. 대학 졸업 늦가을에 올랐던 기억이기에 근 30년이 넘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수풀이 우거지고 출입이 금지된 모습으로 남았다.


여름으로 급하게 달려가는 숲에는 어느사이 하늘을 가리도록 나뭇잎이 풍성하다. 햇살이 파고드는 사이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꽃들이 피었다.


천남성, 박쥐나무, 큰애기나리, 선밀나물, 참꽃마리, 자주괴불주머니, 고추나무, 광대수염, 병꽃나무, 긴병꽃풀, 으름덩굴, 길마가지나무, 미나리아재비, 개별꽃, 각시붓꽃, 윤판나물, 노랑붓꽃, 금난초, 큰꽃으아리


봄과 여름사이 숲의 꽃들을 보려면 하늘과 땅으로 부지런히 고개를 움직여야 한다. 땅에 피는 꽃도 여전히 많고 나무에도 꽃이 새롭게 피어나니 두루두루보려면 바쁠 수밖에 없다.


오늘 그 숲 나들에는 유독 노랑붓꽃과 금난초가 반겨주었다.


천남성

박쥐나무

큰애기나리

선밀나물

참꽃마리

자주괴불주머니

고추나무

광대수염

병꽃나무

긴병꽃풀


으름덩굴

길마가지나무

미나리아재비

개별꽃

각시붓꽃

윤판나물

노랑붓꽃

금난초

큰꽃으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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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새잎에 햇살이 들었다. 이때가 되면 이리저리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이 초록이다. 새 잎이 나고 햇볕을 품어 시나브로 짙어지는 것이 제 사명을 다하는 순리를 따르는 것이라지만 흘려보내지 않고 눈맞춤하는 이의 눈에는 신비롭기만 하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로 시작하는 이양하의 '신록 예찬'의 일부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대부분 때맞춰 보내주는 자연의 신비로운 선물을 놓치고 산다. 멀리 또는 특별한 무엇을 찾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지금 내 눈을 들어 바라보는 곳에 펼쳐진 5월의 하늘과 그 하늘아래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세상과 잠시 눈맞춤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바야흐로 푸르름으로 물들어가는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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