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풀'
대상의 이름을 알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식물의 이름은 특성을 잘 반영하여 그 식물의 대략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때론 이름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식물들도 제법 많다. 이름을 붙이는 과정이 다소 복답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식민지 시대에 정리된 이름을 가져다 쓰는 과정에서 오는 문제도 포함되어 있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봄맞이, 꽃마리, 꽃받이, 벼룩나물, 별꽃 등과 같이 이른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 중에는 아주 작은 풀들이 많다. 이름이 식물과 잘 어울어지면 그 식물의 특성까지 잘 나타내주어 꽃을 보는 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거기에 비하면 애기풀은 제법 크고 눈에도 잘 보일 정도라서 어울리는 이름일까 싶다. 작고 귀엽다는 의미에서 애기풀이라고 이름이 붙었을잿이라 추정된다.


나비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모습을 닮았다. 마주나는 잎 사이에 숨어 보라색의 신비로움을 활짝 펴고 있다. 풀들이 본격적으로 땅을 점령하기 전에 작은키를 키워 꽃을 피운다. 숨어피지만 제법 눈에 띄는 이유도 색의 대비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작고 귀엽고 그래서 더 이쁜 꽃이 풀숲에 숨어 좀처럼 볼 수 없다는 의미에서 '숨어 사는 자'라는 꽃말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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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5ㆍ18, 해질녘 그곳에 섰다. 구 망월동 묘역. 무수한 깃발들 나부끼는 곳을 거슬러 닫힌 문을 넘고 인적없는 그곳에 서서 겨우 노래 한곡 불렀고 들었다. 건너온 긴 세월 그 만큼 다시 시간이 더해지며 한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정태춘 518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 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깃발 없는 진압군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탱크들의 행진 소릴 들었소

아, 우리들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날 장군들의 금빛 훈장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옥상 위의 저격수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난사하는 기관총 소릴 들었소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여기 망월도 언덕배기의 노여움으로 말하네
잊지마라, 잊지마, 꽃잎 같은 주검과 훈장
누이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태극기 아래 시신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절규하는 통곡 소릴 들었소

잊지마라, 잊지마, 꽃잎 같은 주검과 훈장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https://youtu.be/3HZThEIQL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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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구름이 파아란 하늘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사랑에 빠진 연인의 손보다 더 깊은 온기가 넘친다. 느린 걸음을 걷다 문득 눈에 들어온 감나무ᆢ.

곧 감꽃이 피겠다. 명주실에 감똥을 끼워 목걸이를 만들고 부끄러운 손을 들어 하나씩 따 먹던 날이면 하늘은 어김없이 비를 내려 소년의 마음을 위로 했다.

곧 감꽃이 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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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당나무'
아파트 화단에서 거의 죽을 듯 시들어가던 나무를 내 뜰로 옮겨왔다. 허리쯤 올라온 크기의 앙상한 줄기에서 새 가지를 내고 뿌리에서 새로운 줄기가 나와 키를 키우더니 어느새 내 키를 훌쩍 넘었다. 자리를 잡고 품을 키워가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다.


특이한 모양의 꽃을 피운다. 바깥쪽을 둥그렇게 감싸며 피는 크고 흰 꽃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헛꽃이다. 이와 비슷한 모양의 산수국은 꽃이 푸르거나 붉은 보라색으로 피어 구별된다. 또한 모두가 하얀 헛꽃으로만 피는 것은 불두화다.


백당나무라는 이름은 꽃이 가지 끝마다 피어 있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하얀 꽃 두름이 마치 작은 단壇을 이루는 것 같이 보여서 백단白壇나무로 불리다가 백당나무가 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한, 꽃의 모양이 흰 접시에 음식을 가득 담아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해서 북한에서는 ‘접시꽃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얀색의 헛꽃이 유독 두두러지게 보여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진짜꽃을 위해 헌신하는 헛꽃이기에 그 수고로움을 살피고자 했는지 '마음'이라는 꽃말을 붙여주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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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있을까. 마음과 마음이 만나 가꾸어가는 마음밭 세상엔 불가능이 없다. 서두르지 않지만 멈추지 않고 조금씩인듯 하지만 전부를 담았다. 직선이 아니라도 마주보는 방향이 있기에 꿈을 꾸게 된다. 그렇기에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시공간의 물리적 거리는 마음의 산물이다.

하늘에 난 길에 보이면서 다양한 비행운이 친근하다. 그 하늘을 보다가 간혹 아주 낮게 날아가는 비행기를 볼 때면 접힌 날개가 돋아나는듯 꿈틀거리는 어께를 들썩여 본다.

닿을 수 있을까. 그곳에 닿아 만나게될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듯 마음밭에 꽃향기 품은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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