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뜰을 거닐다 구석진 자리에서 인형을 발견하고는 이내 걸음을 멈추었다. 여행길에 마을 풍경이 마음에 들어 선듯 대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터를 잡았다고 한다. 지리산 형제봉 아래 평사리의 너른 들판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감나무밭 한구석에 살집을 마련하고 뜰을 가꾸며 산다.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굽고 나무를 만지는 남편과 바느질과 수를 놓는 아내의 꿈이 영글어가는 뜰이다.


주인을 닮았다. 선한 눈매에서 연신 피어나는 미소가 자연스럽다. 자연의 품에 안겨 사는 이의 넉넉한 마음이 베어나는 것이리라. 가난한 꿈일지라도 꿈꾸는 삶이란 이런 얼굴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피어나는 미소가 인형을 닮아간다.


새소리에 눈을 떠서 산을 넘어온 해와 마주하고 심호흡 하며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어쩌면 삶이란 거창한 철학적 명제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구름도 묻혀버린 5월의 파아란 하늘이 눈물겹도록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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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05-23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모습으로 살고팠는데... 현실은... ㅠㅠ... ^^

무진無盡 2017-05-24 21:14   좋아요 1 | URL
늘 가능성은 열려 있잖아요. ^^
 

'금난초'
겨울을 지나면서 이른 봄꽃들에 환호하던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가 생길 무렵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꽃들이 난초 종류다. 춘란이라 부르는 보춘화로부터 시작되며 은난초, 은대난초, 금난초, 새우난초, 제비난초, 닭의난초 등으로 난초라는 이름을 가진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난초라는 이름 값을 하느라 제 각각 독특한 멋을 뽑내지만 나에겐 닭의난초와 금난초가 으뜸이다.


숲이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때 유난히 밝은 빛을 전해주는 꽃을 만난다. 노오란 색이 숲은 녹색과 어우러져 보는 이의 마음에 통째로 들어온다. 다른 꽃들처럼 활짝 핀 모습이 아니라 반쯤만 피면서도 제 빛을 온전히 발하는 금난초는 보는 이 마다 매력이 흠뻑 빠지게 한다.


금난초라는 이름은 난초의 종류로 꽃이 마치 금처럼 빛난다고 해서 붙여졌다. 금난초는 큰 무리를 지어 피지 않고 홀로 드문드문 핀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홀로 피어도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오늘은 봉하마을에서 시작된 노란색 물결이 유난히 좋은 날이다. 숲에 홀로피어 유독 빛나는 금빛을 보여주지만 스스로를 지키기에는 버거운 것을 알아서인지 '주의', '경고'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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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더 눈부신 오윌의 하늘이다. 가슴에 스미는 온기로 눈시울 붉히던 사람들의 마음들이 모여 하늘에 닿았다.


'이게 나라다'
지극히 짧은 문장 하나가 밀고오는 가슴 벅찬 울림이 멈추지 않는다. 해원解寃, 가슴 속에 맺혔던 원통함을 풀어낸다는 말이다. 벗어나거나 치유될 수 없었던 집단적 트라우마가 광장의 촛불 이후 연일 눈시울 붉히는 눈물로 씻기는 오늘을 산다. 당분간 더 울어도 좋다. 나와 내 이웃이 스스로를 지키고자 기꺼이 끌어안아야할 수고로움은 이미 그 자체가 치유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가슴을 다독이고 품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나라. 더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이게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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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7-05-22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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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無盡 2017-05-22 21:50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찔레꽃'
이곳저곳 눈길 닿는 곳마다 하얀 찔레꽃이 만발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주려는듯 활짝 열어젖힌 꽃잎에선 연신 은근한 향이 번진다. 기어코 툭 찔레순 하나 꺾어 그 풋내나는 맛을 보고서야 곁을 지나간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고름 입에 물고 눈물젖어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잊을 동무야


*백난아의 '찔레꽃' 노래의 일부다.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인 1940년에 발표된 노래로 일제의 압박과 핍박을 피해 북간도로 이주한 나라잃은 백성과 독립투사들이 조국과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로 알려져 있다.


가사에서 '찔레꽃 붉게 피는'이라는 부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가운데 간혹 붉은 찔레꽃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어 노랫말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오늘 그 붉은 찔레꽃을 보았다. 어쩌면 노랫말이 만들어지던 때에는 훨씬 많은 붉은 찔레꽃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기억을 되살려 붉게 피는 찔레꽃을 보러갔다. 손 속임에도 도로를 정비하느라 많이 잘려나간 곳이지만 그래도 꽃을 피워 반겨준다.


찔레꽃 다 지면 여름이겠다. 떨어지는 꽃잎을 묵묵히 견디면서도 향기를 잃지 않는다. '고독', '주의 깊다'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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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7-05-22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닉네임이 찔레꽃이라서 그런지 글이 한층 더 실감납니다 ^ ^ 꽃말도 새롭게 알았네요.^ ^
 

하늘을 배경으로 삼아 꽃을 보았다. 언제부턴가 사람이나 꽃의 뒷모습, 빛의 순방향이 아니라 역광과 나무의 수피와 같은 것에 주목하게 되었다. 꽃과 자연, 사람들이 사는 세상, 그 속의 독립적 존재처럼 보이는 개개인들을 보는 시각이 버릇처럼 보고 느끼는 익숙함을 벗어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오랫동안 그럴듯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휴대폰으로 꽃과 풍경을 보면서 어느 순간 시선이 머무는 시간과 대상을 찍기 시작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찍어둔 사진을 봤을때 비로소 알게된 것이 하나 있다. 나에게 꽃과 풍경을 찍는 것은 보는 방향에 따라 사물의 느낌이 어떻게 달라질수 있는가를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었다는 것이다.

눈높이를 낮추고, 방향을 벗어나고, 대상을 아주 가까이 보고, 무엇이든 마음에 들어와 시선이 머무는 순간 걸음을 멈추거나 차를 돌려 지나온 길을 거슬러갈 수 있는 마음, 시선이 머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주목하는 것, 마음이 이끄는대로 길을 벗어나 보는 것

쉽지는 않지만 못할 것도 없는 것들이다. 세상을 낯설게 보고자하는 이런 시도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가져온 시작이었으며 여전히 유효한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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