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를 괴롭힌 사람'
피렌체 시청사 현관을 마주하고 건물 오른쪽 모퉁이를 돌면 벽면에 보이는 얼굴조각이라고 한다. 이미 당대에도 유명한 미켈란젤로를 말도 안되는 소리로 횡설수설하는 사람이 따라다니며 귀찮게 했는데 이 사람을 새겨놓았다고도 하고, 작업에 집중하던 미켈란젤로가 시청사 광장에서 참형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죽음을 앞둔 죄수의 표정에 충격을 받아 그 죄수의 얼굴을 세겼다고도 한다.

무엇이 맞는 이야기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의 얼굴을 세겨둘만큼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일 수도 있겠다. 움푹패인 퀭한 눈이 주는 강렬한 인상으로 이미 그 상징성은 충분히 드러나고 있어 보인다. 그가 누구이든 수 백년이 지나도록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면 그것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 내게 이렇게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와 심장에 세겨진다면 감당할 자신이 있을까. 그가 철천지 웬수만은 아니길 빈다. 원컨데 연인이든 스승이든 벗이든 그를 떠올려 그 세겨진 가슴에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더이상 다른 무엇을 바랄 이유가 없다.

'미켈란젤로를 괴롭힌 사람', 손에 든 책 한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긴 시간을 머뭇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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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취'
무등산 어느 기슭의 한적한 숲길을 사계절 동안 두루두루 발도장 찍던 때 그 입구에서 독특한 모양으로 반겨주던 꽃이다. 특이한 잎모양에서부터 하얀색의 더 특이한 꽃이 피는 동안 늘 눈맞춤 했다.


쑤욱 뻗어나온 줄기 끝에 하얀색의 꽃을 모아서 피운다. 토끼 이빨처럼 아랫쪽으로 길게나온 하얀색의 2개의 꽃잎과 반대방향으로 펼쳐진 붉은 점이 있는 3개의 작은 꽃잎이 조화를 이뤄 독특한 꽃모양을 만들었다.


습기가 많은 축축한 땅에서 잘자라며 기어가는 줄기따라 번식력도 왕성하여 금방 군락을 형성한다. 취라는 이름이 붙었으니 식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모르나 '절실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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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워진 햇볕이지만 피부에 닿는 느낌은 맑음이다. 끈적함이 없으니 폭염같은 온도도 막상 사나운 성질을 다 부리진 못하나 보다. 간간이 산을 넘어오는 바람에 묻어나는 싱그러움이 좋은 날이다.

알을 깨고 첫울음을 울었던 새들은 날개짓을 배우고, 무논의 벼들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던 나무는 열매를 키워간다. 아직 못다한 농부의 서두르는 여문 손끝에서 생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늘, 그 품을 향한 꿈이 영글어기에 딱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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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리'
풀이 차오른 숲길을 걷다가 만나는 순백의 마음이다. 순하고 곱다. 산과 들녘에서 만나는 건으로 순수함이 이런 것이라는 듯 은은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이 돋보인다.


꽃잎은 없고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인다. 초록의 풀숲이나 나무가지 사이에서 하얗게 빛나는 모습이 일품이다. 꽃받침의 순함에 비해 강한 줄기를 가졌다. 순함을 지키는 힘이리라.


비교적 이른 봄에 피는 큰꽃으아리, 외대으아리, 참으아리 등이 있다. 큰꽃으아리의 경우 다른 것에 것에서 비해 월등하게 큰 모습이어서 쉽게 구분되나 다른 것은 구분이 쉽지 않다.


으아리의 모습에서 보이는 그대로의 마음을 담아 '고결', '아름다운 당신의 마음'이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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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맞춤이다. 숲에 들면 한없이 느려지는 걸음에 익숙하다. 좌우를 살피고 위아래도 봐야하며 자주 지나온 길에 돌아도 봐야 한다. 걸음을 옮기고 높이를 달리하고 속도가 변하면 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바라보는 방향과 각도다. 일부러 그렇게 봐야할 이유를 밝히기 전에 당연시되는 행동이다. 숲에 들어 생명을 만나기 시작한 후로 달라진 태도다.

문득 눈을 들면 몇걸음 앞에 햇살이 스며들어 만들어 내는 찬란한 빛이 있다. 다른 식물들의 몸과 잎에 가로막힌 빛이 스며들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때와 이를 바라본 시선의 만남으로 가능한 눈맞춤이다. 느린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바라본다.

적절한 때와 장소 그리고 그 앞에 멈춘 내가 하나되어 꽃이 되는 순간이다.

꽃으로 핀다고 그 꽃이 저절로 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안다. 관련된 모든 인연의 정성을 다한 수고로움으로 꽃이 피듯 사람의 만남도 그러하다. 사람과의 만남, 그 만남으로 인해 형성되는 공감, 이 모두는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져 꽃으로 피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대는 이미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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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7-06-16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어서만 읽기에는 과한, 종이로 읽고싶어요.
안복이 넘치네요. 힘있는 문장 거듭 되새김합니다

무진無盡 2017-06-16 21:54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