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록싸리'
색이 빛을 만나 작렬하게 빛난다. 움츠렸던 속내를 비로소 드러내는 것이리다. 때와 장소가 눈마춤으로 어우러지는 때 만날 수 있는 장면이다. 숲을 얼쩡거리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붉은빛의 자잘한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꽃차례를 만든다. 새부리 같기도 하고 나비 같이 보이기도 하는 꽃을 하나하나 유심히 들여다보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작은 것들이 모두 제 모양을 다 갖추고 이리도 모여 피었을까. 콩과 식물의 꽃 모양을 다 갖추어 확연히 알 수 있다.


봄이 무르익을 무렵 땅가까이 보라색 꽃을 피우는 땅비싸리부터 시작한 싸리꽃이 그 종류를 달리하며 핀다. 여름이라는 또다른 방법으로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시금석이다. 홍자색의 꽃의 색이 환상적이다.


잎이 조록나무처럼 갸름하다고 '조록싸리'라고 한다. 나무껍질은 섬유로, 잎은 사료용으로, 줄기는 농가 소공예품을 만드는 데 쓰였다. 옛사람들은 이 나무를 보면 무슨 생각이 나서 '생각이 나요'라는 꽃말을 붙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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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에 집중한다. 사나워진 햇볕이라 맞짱 뜨기에는 버거운 날씨다. 그늘에선 산을 넘어오는 바람이 한결 가볍게 옷깃을 스친다. 강하다 싶으면 어느새 부드럽고 때론 멈추어 더위를 피하고자 애쓰는 사람의 간을 보듯 고저장단의 흐름을 가졌다.

높거나 낮은 혹은 빠르거나 느린 흐름에 호응하는 숨결을 담은 읊조림에도 리듬이 있다. 삶의 리듬을 잃어버렸거나 놓친 흐름이 겨우 제자리를 찾아가는듯 싶어 뭉개구름 동행하며 인사를 건네는 바람결을 눈으로 붙잡는다.

혹, 흔들리며 산을 넘어온 바람은 일상에 필요한 리듬을 아느냐는 물음표는 아닐런지. 벗나무가 몸으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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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랑 2017-06-21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 센스있는 사진 ~ 잘보고 갑니다.
벚나무가 몸으로 표현한 물음표를 포착하시다니, 무진님은 이렇게 바람에 응답 하시는군요.

무진無盡 2017-06-21 14:02   좋아요 1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매화노루발'
닮은듯 다른 존재가 한없는 궁금증을 불러왔다. 이곳 어디에도 분명 있을텐데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만 더하다가 다른 꽃 보러가는 길에 우연히 눈맞춤 했다. 몇개체 한곳에서 피고 지고 했을 그 자리가 온전히 지켜지길 바래본다.


하얀꽃이 아쉬움 가득하게 달렸다. 꽃대 하나에 하나씩 피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일찍 맺힌 꽃망울이 피기까지는 한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꽃보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일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모습으로 피는 노루발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꽃이 매화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매화'가 붙여진 이라고 한다. 고고한 매화의 매력을 여기서도 찾아 누리려는 옛사람들의 그 마음을 알 것도 같다. 꽃을 찾고 꽃과 함께 일상을 누리는 마음이 곱다.


숲 속의 나무 그늘에서 좀처럼 들지않은 햇볕을 기다리듯 오랜 기다림 끝에 피는 꽃이어서 그런걸까. '소녀의 기도'라는 꽃말에서 먼 미래를 그리는 아련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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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시간이다. 산을 내려온 안개가 마을을 품는다. 이곳에 터전을 마련하고부터 친숙해진 안개가 이제는 포근함으로 나를 감싼다.

안개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

*류시화의 시 '안개 속에 숨다'의 일부다. 나무나 벽으로 단절된 숨어듬이 아니라 시간이 허락하는 짧은 동안만의 안위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안개속에서는/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단절이 아닌 소통을 전재로한 숨어듬으로 이해되기에 허락된 시간을 충분히 누릴 마음의 여유가 함께 한다.

아침, 안개 속으로 숨어들어 나를 격리시키기 보다는 그 안개 속에서 주인공인 대상들과 나란히 서고자 한다. 안개가 유지해주는 물리적 거리보다 마음과 마음 그 사이의 벽을 넘고자 하기 때문이다.

숨어 들어서 벽을 허무는 안개의 시간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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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발'
여름으로 질주하는 숲 가장자리에 다소곳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킨다. 고개숙인 단정함에서 오히려 이목을 끄는 매력이 있다. 홀로라도 혹은 무리지어 핀 모습이 한없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긴 줄기 끝에 방울방울 달려있는 꽃도 운치를 더한다.


불쑥 솟아오른 꽃대에 손톱만큼 크기의 꽃을 방울방울 달았다. 고개 숙인 꽃에선 꽃술이 살며시 비집고 나온다. 하얀 꽃을 받치고 있는 꽃받침이 꽃처럼 아름답다.


노루발풀은 노루의 발굽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노루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들은 노루가 자주 다니는 길목에 분포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겨울에도 초록색 잎이 달려 있고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다. '소녀의 기도'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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