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마타리'
초록이 무성하여 온 땅을 뒤덮은 때 꽃대 하나 쑤욱 올려서 샛노란 꽃을 피웠다. 바위틈에 자리잡은 옹색한 보금자리는 염두에 두지않고서도 제법 큰 잎을 내고 꽃까지 피우니 그 환하게 밝은 마음에 저절로 눈맞춤 한다.


이름에 '금'자를 달았으니 꽃은 노란색을 핀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이나 들에서 잘 자라는 마타리에 비해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금마타리의 꽃이 더 선명하게 노란색이어서 금자를 달았는지도 모르겠다.


마타리는 줄기가 말의 다리같이 생겼다고 해서 말다리로 부르다 이것이 마타리로 바뀐 것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늘씬한 꽃대를 가졌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비교적 많은 개체수가 있다고 한다. 지리산 노고단 정상 바위틈에서 첫 대면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른 저녁을 콩물국수로 대신하고 집으로 돌오는길 문득 생각나서 소식도 전하지 않고 불쑥 들렀다. 담양 금산 아래 터를 잡은 달빛 무월마을 허허공방이다. 

일이 끊이지 않은 농번기 농촌의 일상인지라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서 머뭇거림에도 타박하지 않고 들고 있던 숟가락 놓고 반겨 맞아주는 마음이 늘 달빛처럼 곱기만하다.

집체만한 자두나무 아래를 서성이다 손 닿는 곳에서 검붉게 익은 자두 하나를 따서 옷에 대충 문지르고 깨물었다. 입안에 번지는 새콤달콤함이 무월리 허허공방 주인의 속내 만큼이나 좋다.

처마밑에 웃음이 머물러 있다. 엉성한 짚푸라기 그대로인 몸이 어쩌면 털복숭이 인류의 조상이 아닐까 싶다. 지친듯 구부정한 몸과 늘어뜨려진 팔은 일상의 긴장을 놓아버린 여유로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앞산 망월봉 언저리를 바라보는 모양새가 입을 동글게 벌리고 거리낌 없이 잇따라 크게 웃는 허허, 딱 그것이다. 허허가 여기에서 와 이렇게 머물러 있나보다.

시간이 겹으로 쌓여가는 삶이 제 무게를 스스로 감당하느라 자연스럽게 굽어지고 흐트리진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는 순리를 따라 가면 된다. 토우나 사람이나 다르지 않다. 아직은 나무의자가 든든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지'
환상적인 색감을 전해주는 보라색이다. 비에 젖어서도 충분히 제 빛을 발하니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우박을 몸으로 고스란히 받아 막대기 같던 것이 자라서 꽃피우고 열매까지 맺는다.


연보라색 꽃이 달리며 꽃받침은 자줏빛이다. 이 색감이 좋아서 일부러 찾아보게 된다. 그냥 보라색으로만 표현하기엔 무엇인가를 놓친 허전함이 있다. 보고 또 보는 이유다.


무슨 맛이었을까. 생 가지의 매끈하고 검푸른 몸통을 통채로 한입 베어물면 입안에 전해지는 풋풋한 냄새와 한참이나 지난 뒤에도 남아 입안을 헐게 했던 알싸함이 기억 저편에 남았다.


길을 가다 주인 몰래 따먹기도 했지만 입안에 남아 있는 보라색은 감출 수 없다. 하여, '진실'이라는 꽃말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서쪽하늘이 어두워지고 바람결에 비내음이 묻어난다. 일기예보야 어찌되었건 반갑기 그지없는 징후다. 넉넉히 온다면 더없이 좋을 비를 기다린다.


퇴근길 혹시나 기다리던 꽃을 볼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들어간 골짜기엔 말라 쩍쩍 갈라진 논바닥만 휑한 모습으로 마주한다. 올해 벼농사는 포기한 것인지 잡풀도 성기게 나 있을 뿐이다. 농부의 발걸음은 이미 끊긴듯 하다.


가물어 저 메마른 땅에도 생명은 자라고 꽃도 피었다. 논둑외풀인지 보일듯 말듯 작은 꽃과 눈맞춤하는 마음이 편하지 못해 이내 자리를 뜨고 만다.


산을 넘어온 바람이 무게를 더한다. 비는 올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겨울호랑이 2017-07-02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가뭄이 심하네요... 제가 있는 곳은 지금 많은 비가 내립니다만, 하루 빨리 해갈 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무진無盡 2017-07-02 21:35   좋아요 1 | URL
여기도 비 제법 내립니다. 가뭄은 해갈이 될 것 같아요.
 
최초의 것 - 인류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는가!
후베르트 필저 지음, 김인순 옮김 / 지식트리(조선북스)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언제나 출발은 최초다

처음첫 번째무엇인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다그 처음을 기억하고 그로부터 출발한 변화가 사람들의 일상에 미친 영향력의 크기에 따라 첫처음첫 번째는 이에 의미를 부여하기에 따라 넘볼 수 없는 가치를 가지게 된다하지만 그 첫처음첫 번째를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대가를 지불해야만 찾을 수 있거나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그 시작이 일상에서 가늠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 책 '최초의 것'은 바로 그런 첫처음첫 번째를 찾아가는 책이다인류가 역사상 처음으로 일구어 낸 크고 작은 것들오늘날의 우리를 만들어 낸 크고 작은 변화들의 시작점을 찾아 가는 여행이다인간으로 진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최초의 것들 직립보행도구이주자언어살인무기예술가,음악가축수학자신전정착민관리푸른 눈맥주스포츠 대제전컴퓨터” 등 열여덟 가지를 연대순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미 익숙하여 그 시원을 찾는 것이 무의미할지도 모른 것들로부터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만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간다운 좋게 남아 있다 더 운 좋게 발견되어 인간의 시원을 찾아가는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유물을 근거로 추론을 통해 그 의미를 다시금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저자는 인간은 선천적인 유희 충동에 힘입어 이런 저런 일들을 거듭해서 시험해 봤고그 아이디어가 과연 적합하고 장기적으로 실용 가치가 있는지는 나중에야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한다그것은 대부분 주변 환경에 더욱 효율적으로 적응하는 결과를 낳았는데이것이 바로 진화의 원리이다다른 곳으로 이주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호기심과 열린 마음가짐이 필요했으며그것은 결국 인간의 진화를 장려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최초의 것을 추적하는 저자는 인간이 오늘날까지 우수한 문명을 발전시켜올 수 있는 비결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능력의 부단한 발전에 있다고 말한다. “이타주의는 이기주의보다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이득을 가져온다대부분의 혁신은 특히 집단에서 완벽하게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조상들이 그래왔듯이 지금 우리가 시작하는 최초의 것 역시 어쩌면 인류의 문명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금까지 있어왔던 최초의 것보다 더 엄청난 힘을 가진 것일지도 모른다우리의 삶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18가지 인류 최초의 것들에 주목하는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최초는 700만 년 전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이처럼 저자가 첫처음첫 번째와 같은 '최초의 것'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변화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지향점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