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구밤나무'
더딘 발걸음 끝에는 무엇인가를 주목하게 된다. 꼭 특정한 무엇을 보자고 한 것이 아니기에 만나는 것 무엇이든 늘 새로움이 있다. 점심 후 산책길에서 만났다. 한발짝 벗어난 길에서 이렇듯 새로움을 만난다.


노랑 꽃술을 별모양의 꽃받침이 받치고 있다. 두툼하게 품을 연 꽃술이 만들어 내는 그곳에 포근하여 아늑함이 깃들어 있다. 없는 누이의 가슴에라도 달아주고 싶은 부로찌 닮았다.


열매의 모양이 장구통 같아서 장구밥나무로 불린다고 한다. '장구밥나무' 혹은 '잘먹기나무'로도 불린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장구밤나무'로 등록되어 있다.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다. 적자생존의 엄중한 법칙에서 꼭 필요한 것 이상의 무엇을 탐내지 않은 자연이지만 때론 과장된 포장을 자주 본다. 그것에 비해 이 장구밥나무는 깔끔 그 자체로 충분한 매력이 있다. '부부애'라는 꽃말은 어떤 사연이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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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07-0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다... 이 말이 참 와 닿습니다...^^
 

'연꽃'蓮花

贈遺蓮花片 증유연화편 初來灼灼紅 초래작작홍
辭支今幾日 사지금기일 憔悴與人同 초췌여인동

보내주신 연꽃 한송이 처음에는 눈부시게 붉더니
가지에서 떠난 지 이제 몇 일이라고 시든 모습이 사람과 같네

* 조선시대 사람 성현이 지은 '용재총화'에 실린 고려 충선왕과 중국여인의 슬픈 심사를 시에 담았다. 연꽃의 붉은마음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의 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의 전문이다. 연꽃에 관한 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살아생전 시인의 행적이 못마탕하지만 내 마음 속 담긴 연꽃의 이미지를 가장 잘 담고 있는 듯하여 연꽃이 피는 여름엔 한번씩 읊는다.

나에게 연꽃은 충선왕의 애달픈 사랑도 아니고 불교의 윤회도 아니며, 더욱 서정주의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는 흉내낼 수도 없는 미천함에 머문다.

내게 연꽃은 '희고 붉은 꽃잎'에서 색감을 모두 빼버리고 가까스로 향기만 남기고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세파에 휘둘리지면서 가까스로 중심을 잃지않으려는 애를 쓰는 중년 남자의 여리디 여린 속내를 대신한다.

연방죽이 있었다던 蓮花里에 삶의 터전을 잡은건 우연은 아닌 듯하다.

2015.07.05 
꽃에기대어의 출발점이었던 그곳엔 지금 연꽃 피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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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꿩의다리'
키큰 풀이나 나무들 잎으로 가려진 여름 숲의 반그늘이나 햇볕이 잘 드는 풀숲에서 키를 훌쩍 키워 스스로를 돋보이게 한다. 이른바 꿩들의 잔치가 벌어지는 여름숲의 특별한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가느다란 꽃잎이 작은 꽃받침 위로 우산처럼 펼쳐지며 핀다. 하얀색이 기본이라지만 환경에 따라 붉은빛을 띄기도 한다. 꿩의다리는 줄기가 마치 꿩의 다리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은꿩의다리, 큰잎산꿩의다리, 금꿩의다리, 은꿩의다리, 참꿩의다리, 꿩의다리, 연잎꿩의다리 등 많은 종류가 있다. 꽃의 색이나 꽃술의 모양, 잎의 모양으로 구분한다지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식물을 대하다 보면 작은 차이를 크게보고 서로 다른 이름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좁혀보고 깊게 봐야 알 수 있는 세계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꽃을 보며 사람사는 모습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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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인간'
-헨미 요 지음, 박성민 역, 메멘토

먹는 것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다. 당연히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에도 별 흥미를 갖지 못한다. 그렇다지만 잘 차려진 음식상을 보면 외면하지는 않는다. 나아가 음식이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것엔 공감한다.

이 책은 교도통신 외신부 데스크로 일하던 헨미 요가 1992년 말부터 1994년 봄까지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과 음식에 관한 현장 보고서다.

저자는 ‘먹는 인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역사, 정치, 사회적으로 분쟁을 겪었거나 여전히 위험과 갈등이 산재하는 방글라데시, 베트남, 필리핀, 독일, 크로아티아, 소말리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한국 등 15개 국을 찾았다. 다양햐 이유로 '먹는 행위'에 주목했다.

음식, 그 이상의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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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에 더디가는 여름밤의 벗을 기대했건만 그것도 비라고 천둥번개 앞세워 요란스럽게 폼부터 잡더니 기다린 마음도 야속하게 이내 멈춰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이제 시작했으니 자주 눈맞춤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가랑비도 못내 아쉬운지 어둠이 내려앉은 웅덩이 속 연잎 위에 흔적으로 머물러 있다. 야속한 마음 다 털어버리지 못한 이의 밍그적거리는 발걸음을 붙잡고서야 겨우 그 부끄러운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다시 밤비라도 내린다면 마음보다 더 빠른 걸음이 토방을 내려설 것이다. 밤이야 깊어지던말던 손바닥마한 뜰을 서성이며 환희의 춤이라도 추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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