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야희우春夜喜雨'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當春乃發生당춘내발생
隨風潛入夜수풍잠입야 潤物細無聲윤물세무성
野徑雲俱黑야경운구흑 江船火燭明강선화촉명
曉看紅濕處효간홍습처 花重錦官城화중금관성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내리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소리 없이 촉촉히 만물을 적시네.
들길은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고 강 위에 뜬 배는 불빛만 비치네.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금관성에 꽃들이 활짝 피었네

두보의 시다. '희우喜雨' 이 이쁜 단어가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두보가 시에 차용하여 그 뜻이 더 살갑게 다가오는 걸까? 

봄 밤 보다는 '희우喜雨'에 주목한다. 귀한 비를 기다리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잔뜩 흐린 하늘에 지금 비라도 내린다면 그 비가 두보의 그 '희우喜雨'라 우겨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 무더운날 지금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다.

한해의 절반을 지나는 6월의 마지막 날이다. 여름도 한 복판으로 접어든다는 뜻이나 견뎌야할 시간 보다는 지금 눈 앞의 하루가 소중하기에 멀리 있는 날의 어려움을 애써 당겨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

붉은 접시꽃에 빗방울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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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비비추'
안쓰럽고 위태롭다. 가녀린 꽃대에 어떤 힘이 있어 바람이 전하는 무게를 감당하며 꽃까지 피울 수 있을까. 생명의 순리 앞에 겸허해 진다.


보라색 빛과 뽀쪽하게 내민 모양이 이채롭다. 열린 틈으로 긴 수술을 내밀고 매개자를 인도한다. 한곳에 모아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널 위해 피웠으니 누려도 좋다는 듯 당당하게 우뚝섰다.


'일월비비추'라는 이름은 경상북도 일월산에서 처음 발견된 비비추의 종류라는 뜻이다. 꽃이 흰색으로 피는 것을 '흰일월비비추'라고 한다. '방울비비추', '비녀비비추'라고도 한다. 연한 보라색 꽃이 꽃대 끝에 모여 핀다. 꽃대에 줄지어 피는 비비추와 쉽게 구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숲속이나 계곡에서 홀로 또는 무리지어 핀 일월비비추를 보면 '신비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붙인 사람들의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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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끝에 미적거리기만 하던 비가 몇차례 내리더니 싹이 돋았다. 서두른 농부의 손길이 보테어진 생명의 힘이 힘찬 출발을 한 것이다.

돋아난 싹이 키를 키워가는 동안 느티나무 아래 놓여진 의자에 농부의 고단한 몸이 쉬어갈 것이다. 느티나무는 그것을 위해 제 푸른 품을 넓혀왔을지도 모른다. 생명이 다른 생명을 가꾸는 일의 가치와 의미를 알기 때문이리라.

콩밭 매던 허리 굽은 할아버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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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7-09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땅이 갈라졌던 곳이지요? 해갈이 되고 싹이 터서 다행입니다^^:
 

여름꽃 나들이
비를 몰고오는 구름 탓인지 숲으로 드는 입구는 한적하다. 조금 늦었다 싶었는데 다행이라 여기며 숲에 든다. 길목부터 반기는 꽃으로 느린 산행의 시작이다.


물레나물, 좀작살나무, 장구밤나무, 윈추리, 바위채송화, 노루오즘, 산해박, 물꽈리아재비, 범꼬리, 하늘말나리, 일월비비추, 돌양지꽃, 산도라지, 병아리난초, 때죽나무


여전히 꿀풀, 큰까치수영, 큰뱀무, 산수국 등은 보이지만 꿩의다리들을 아직 시작 전이고 늦은건지 때를 놓친건지 지난해 보았던 노각나무 꽃은 볼 수 없다. 바위채송화를 비롯한 돌양지꽃같은 바위에 삶의 터전을 잡은 식물들은 장마철인 지금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 숲은 여름 한복판에 들어섰다. 바람소리에 물소리, 새소리는 여름 숲의 무거운 공기와 함께 나들이의 벗이다.


물레나물

좀작살나무

장구밤나무

원추리

바위채송화

노루오줌

산해박

물꽈리아재비

범꼬리

하늘말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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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인간 - 식(食)과 생(生)의 숭고함에 관하여
헨미 요 지음, 박성민 옮김 / 메멘토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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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일의 가치에 주목 한다

먹는 것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다당연히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에도 별 흥미를 갖지 못한다그렇다지만 잘 차려진 음식상을 보면 외면하지는 않는다나아가 음식이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것엔 공감한다.

 

먹는 것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할 인간생활의 기본 요소 중의 하나다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먹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이런 기본적 시각에서 먹는 것에서 미를 찾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소 멀리 와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하지만 특정한 지역이나 인위적인 환경의 변화에 따라 먹는 문제가 여전히 목숨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수단인 지역과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교도통신 외신부 데스크로 일하던 헨미 요가 1992년 말부터 1994년 봄까지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과 음식에 관한 현장 보고서다. ‘먹는 인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역사정치사회적으로 분쟁을 겪었거나 여전히 위험과 갈등이 산재하는 방글라데시베트남필리핀독일크로아티아소말리아러시아,우크라이나한국 등 15개 국을 찾았다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이유로 '먹는 행위'에 주목했다.

 

음식그 이상의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저자는먹다라는 주제로 식()과 생()의 숭고함에 관하여 탐구한다이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음식을 먹는 사람들침샘을 자극할 정도로 활력이 넘치게 먹는 행위에 열중하는 사람들민족과 종교도 어쩌지 못하는 맹렬한 식욕의 굶주린 사람들전쟁의 공포에 짓눌려 식욕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삶에 밀착해 들어가 그들이 간직해온 이야기와 기억을 나누어 받아먹는다.

 

가난한 아시아갈등하는 유럽뜨거운 아프리카가깝지만 낯선 한국 등을 주제로 동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 등의 나라를 찾아가는 저자의 시각은 언제나 음식그 이상의 무엇에 닿아 있다기자라는 시작과 신분으로 오지나 분쟁지역의 한복판을 찾아가며 그 속에서 삶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들의 먹는 행위에 주목한다. ‘너덜너덜한 인간세계의 풍경에서 포착한 먹는 인간의 모습은 애잔하고 슬프지만 때론 풍요롭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루가 멀다고 올라오는 먹는 사진에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먹방에 이르기까지 먹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기본적인 요소임에는 분명하다식도락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기본 행위를 넘어서 있다하지만세계는 여전히 기갈과 포식이 공존하는 것 또한 변화지 않았다.

 

모든 가치와 의미를 상품화와 소비로 환원해버리는 고도의 소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이 먹고사는 일의 본래 가치와 의미가 묻히고 만다자본주의의 풍요가 어쩌면 먹고 살아가는 행위가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를 잊은 것은 아니까먹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는 저자의 물음에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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